[아프리카]/[모로코] 14

[D+247/2014.8.21/카사블랑카/모로코]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날

어느덧 2주가 훌쩍 지났다. 모로코의 2주와 아이슬란드의 2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정신 없이 최대한 돌아다니려고 애썼고 그 만큼 한 일도, 추억도 많아서 상당히 오랫동안 지낸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정신 없이 달리기만 하다 보니 여행의 피로는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 있었다. 모로코는 쌓인 피로를 풀고 조금 한가롭게 다니고 싶어서 예전 여행 스타일 대로 다녔더니 조금 한가롭고, 덜 다니긴 했지만 시간은 훨씬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사하라 사막을 낙타 타고 다니기도 했고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실컷 마시기도 했으며 제법 국물이 얼큰한 달팽이를 맛보기도 했고 좁은 메디나의 골목 골목을 누비며 산책을 하기도 했다. 빵빵 거리며 줄지어 달려가는 결혼식의 행렬을 구경하며 신나 있는 사람들을 보고 같이 ..

[D+246/2014.8.20/아실라, 카사블랑카/모로코] 이름만 화려한 카사블랑카

짐을 챙겨 나와 거리에서 아침으로 먹을거리를 좀 샀다. 기차역에 갈 때는 말이 끄는 마차를 잘 흥정해서 타고 갈 생각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일찍 나왔는데 역시나 마부들도 하루를 늦게 여는 지 길거리에 그렇게 많던 마차들도 보이지 않아 그냥 슬슬 걸어서 기차역을 향했다. 기차역에 도착해 밀크 커피와 민트 티를 시켜 사온 빵과 같이 아침을 먹었는데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의 영향 때문인지 모로코 대부분의 찻집에서는 에스프레소 기계를 가져다 놓고 커피를 뽑아 주었고 그 만큼 커피 맛이 좋았다. 오늘 아침을 먹은 기차역 카페테리아 역시도 에스프레소 기계가 있어서 그런지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여간 해서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 커피는 너무 만족스..

[D+245/2014.8.19/아실라/모로코] 산책, 맥주 그리고 프렌즈

스트레칭을 하고 메디나로 들어가 슬슬 걸었다. 그다지 이른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메디나의 높은 건물들 사이로 난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햇빛도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바람도 시원해서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졌다. 어제 가 보지 않은 골목 골목을 찾아 다니며 숨어 있는 벽화를 찾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모로코를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압도적으로 고양이가 많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각 나라마다 늘 보이는 동물은 고양이나 개인데, 나라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주된 동물이 좀 나뉜다. 인도 같은 경우는 고양이 보다 개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모로코는 고양이의 나라로 느껴질 만큼 고양이가 많다. 출산율이 높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이 있는데, 새끼 고양이도 엄청 많은 것을 보면 모로코는 고양이가 살기에 상당히 좋은 ..

[D+244/2014.8.18/쉐프샤우엔, 아실라/모로코] 오 필승 맥주!!

일찍 일어나 짐을 미리 다 싸고는 시내 중심가로 가서 빵과 롸이프를 차와 함께 마셔 아침을 해결했다. 10시에 출발하는 버스 시간에 맞춰 터미널에 가 미리 짐을 싣는데 짐 값을 무려 가방당 10디람이나 달라고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짐 값을 달라고 하는 나라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버스표를 사면 당연하듯이 짐이 몇 개고 상관없이 버스에 짐을 싣지만 인도, 스리랑카 그리고 모로코에서는 버스에 타면 짐 값을 요구한다. 인도에 있을 때는 2009년 배낭 여행할 당시 전혀 짐 값을 요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예전 기억만 생각하고 짐 값 달라는 사람들의 요구를 자연스레 무시했었다. 인도는 워낙 자기 멋대로 요구하거나 일단 던져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그러고 나서 가만히 지켜 보니 인도인들끼리..

[D+243/2014.8.17/쉐프샤우엔/모로코] 느긋한 하루 보내기

오늘은 평소 보다는 좀 일찍 일어났다. 뭐 여전히 남들이 볼 때 이른 시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우리의 생활을 찾아가는 것 같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좀 펴주고는 인터넷을 좀 썼다. 그리곤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가 메디나 쪽이 아닌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곳이라 식당을 찾으려면 항상 10분 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오늘도 메디나가 아닌 마을 중심가 쪽으로 갔다. 처음으로 우유를 뺀 커피 시키고 민트차를 같이 시켜서는 롸이프(아랍식 아침 식사로 자주 먹음, 꿀이나 치즈, 초코 등 취향에 따라 덧발라 먹음, 꿀 바른 것 3디람)를 먹었다. 롸이프는 무게를 달아서 파는 듯 했는데 우리가 일인분을 시켰더니 사진 만큼 주었다(첫 사진). 커피는 맨날 우유를 넣어 마셔서 이번에는 빼고 주문..

[D+242/2014.8.16/쉐프샤우엔/모로코] 쉐프샤우엔의 구석구석 구경

여전히 아침 운동에는 실패했다. 늦은 시간에 일어나서 바로 배가 고파져 사과와 석류를 하나씩 먹고는 거리로 나섰다. 12시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제대로 음식을 하는 밥집은 없었다. 모로코는 경험해 보니 사람들이 다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영업을 하는 듯하다. 사막 스타일인가? 결국 대부분의 식당들이 1시나 1시 반 이후에나 음식이 가능하다고 해서 빵집에 들어가 진한 커피와 딸기 요거트에 빵을 몇 개 시켜 아침으로 먹었다(21디람). 그리고는 오늘 가 보기로 했던 뒷산에 쉬엄쉬엄 걸어서 올랐다. 한창 더울 시간이었지만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했고 햇볕을 걸을 때에도 생각보다 뜨겁지 않아 정말 다닐만 했다. 무엇보다 쉐프샤우엔은 산 중턱에 위치한 도시이다 보니 한낮에도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걸어 다니기에는 ..

[D+241/2014.8.15/페스, 쉐프샤우엔/모로코] 마음에 드는 마을, 쉐프샤우엔(Chefchaouen)

방 두 개인 다르(모로코식 숙소)에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공간을 넓게 자유롭게 쓰고 조용한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었는데 아침에 준 소박하지만 정갈한 아침식사에 또 한번 기분이 좋아졌다. 부지런히 밥을 먹고 짐을 싸서는 빠른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그 동안 못 올렸던 블로그를 열심히 업로드했다. 10시 반 출발인 CTM버스가 10시까지 오라길래 짐을 챙겨서 가봤더니 아래 짐칸에 넣을 짐 값으로 가방당 5디람씩 달라고 했다. 원래 다 내는 것인지 아님 외국인한테만 챙기려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서 그냥 들고 탄다고 한참을 실갱이 하고 버티다가 표까지 써주면서 다 내는 거라고 짐 3개에 10디람만 내라 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돈을 내고는 짐 표를 받았다. 나중에 보니 짐을 내릴 때 하나하나 표를 확인..

[D+240/2014.8.14/페스/모로코] 페스 염색 공장(?) 구경과 휴식

엄청 피곤 했긴 했는 모양이다. 아침에 깼지만 도저히 일어나기가 싫어서 결국 11시까지 푹 잤다. 확연히 개운해지기는 했지만 잠을 워낙 많이 자서 그런지 오히려 더 자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 잡은 숙소의 화장실이 너무나 작고 불편해서(물도 잘 안 빠지고 좁아서 1명 들어가면 완전히 꽉 차는 정도), 북킹닷컴 통해 잡아 놓은 숙소로 옮겨가야만 했다. 어제 처음 숙소 잡을 때는 비싼데다가 구리고 호객꾼들한테 하도 들볶여서 그냥 하루만 자고 다른 도시로 떠날까 생각도 했지만 숙소 잡고 밤에 돌아다니며 구경한 페스(Fes) 현지 시장 분위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일단 하루 더 있기로 결정을 했다. 아 다닐 때 마다 호객꾼 놈들이 우리가 일본인일줄 알고 ‘오겡끼 데쓰까, 사요나라, 이랏세이 맛세, 이따이이따이..

[D+239/2014.8.13/메르주가, 페스/모로코] 그랑 투어 택시를 타고 페스로

정말 쉽지 않은 밤이었다. 물을 충분히 갖고 가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고 생각 보다 사막의 기온은 밤이라고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려고 밖에 누웠음에도 간간히 부는 바람은 여전히 뜨거웠고 너무나 건조해서 피부와 입술이 모두 말랐다. 누워 있으니 시원한 맥주나 물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새벽에 기온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춥거나 쌀쌀한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짐을 챙겨서는 다들 다시 낙타에 올랐다. 수연이의 낙타는 여전히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제만큼 많이 울부짖지는 않았다. 하늘에 안개와 구름은 여전히 많아 제대로 된 일출을 보기는 힘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 해가 꽤 하늘로 올랐을 때에도 구름에 갇혀 제대로 된 윤곽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시 잠잠하고 선선한 사막의 아침을 모래에 미끄러지듯..

[D+238/2014.8.12/보우말레 다데스, 메르주가/모로코] 사막의 밤, 놀라운 별똥별의 밤

호텔의 조식에 오렌지 주스가 나왔다. 그것도 큰 유리 주전자에 담긴 체로.. 한잔에 4-5디람정도 하기 때문에 한잔 사먹고 나면 늘 아쉬웠는데 가득 담겨 있는 오렌지 주스를 보며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잠시 다른 이야기 이긴 하지만, 요새 달러가 형편 없이 떨어져 바꾸어 온 달러를 쓰지 않고 ATM에서 수수료를 좀 물더라도 현금서비스를 받은 후 바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돈을 찾아서 쓰고 있다. 장점은 환전할 곳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환율 비교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는 것. 돈을 그 때 그때 원하는 만큼 찾을 수 있고 도시에 따른 환율 차이를 고민하거나 앞으로 돈을 얼마나 쓸지 머리 아프게 고민해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단점은 수수료가 좀 나온 다는 것인데, 비싸게 산 달러를 쓰느니 조금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