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35/2014.8.9/마라케쉬/모로코] 메디나와 자마 엘 프나 주변 구경, 사하라 사막 투어 예약

빈둥멀뚱 2014. 8. 10. 06:01

거의 11시가 될 때까지 푹 잤다. 장시간의 이동과 공항 노숙에서 오는 피로, 아이슬란드의 쉴새 없이 달려온 누적된 피로로 인해 간만에 침대 위에서 정말 푹 잤다. 모로코는 거의 인도와 비슷하게 생각을 해서 정말 엄청나게 더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습도도 높지 않은 것 같고 11시 경이 다 되도록 방 안의 온도가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이 간간히 불면 시원해서 정말 휴식을 취하기에는 적당한 온도였다. 또한 놀랍게도 모기가 없었다!!

아이슬란드를 준비하고 늘 도로 위를 달리며 믿을 수 없는 주위 풍경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쏙 빠져 있어서 모로코 준비를 거의 못했었다. 겨우 공항에서 숙소 찾는 정도만 알아 보고 온 것이라 루트도 없었고 어디로 가서 뭘 봐야 할 지 전혀 모르고 왔다. 화용이 형님의 블로그를 보고 형님의 발자취를 따라 다녀 볼까 하고 생각한 정도..

수연이가 일어날 때까지 론니를 보면서 모로코에 대해 조금 공부하고 있었는데 모로코는 모로코어와 불어 두 가지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었다. 아주 간단한 이런 사실 조차 전혀 모르고 왔구나 하고 스스로도 한심할 정도다.

수연이가 일어났길래 오늘의 일정에 대해 같이 이야기 해 봤다. 오늘은 그 동안 열심히 입었던 두꺼운 옷들을 빨래 맡기고 사하라 사막 투어에 대해 알아보고 사막 투어 출발지인 자고라(zagora)나 메르주가(Merzouga)행 버스에 대해 찾아보고, 떨어트려 안경테가 깨진 내 선글라스와 안경코가 빠진 수연이의 안경을 위한 본드 사기. 이 정도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일단 꼬르륵 거리는 배를 진정시키려 자마 엘 프나(jamaa el fna)쪽으로 걸어나가서 갈증을 해소 시켜 줄 오렌지 주스(4디람, 약 520원)를 한 잔 마셨다. 그 어디서 맛 본 주스보다 월등히 맛이 좋은 주스로 당도가 높고 맛이 진하다. 거기다 값도 저렴한 편이라 정말 더운 날씨에 딱인 음료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모로코 내내 자주 먹게 될 것 같고 아직까지는 석류 주스는 주변에서 보이지를 않아서 유명하다는 석류 주스를 먹을 날이 기다려 진다.

 

우리 숙소가 있는 Riad zitoun lakdim 거리에서 어제 본 꼬치집과 소세지 케밥집을 당장이라도 가서 아침으로 먹고 싶었지만 역시 문을 열지 않아 메디나 내를 돌아 다니다 본 집에서 아침으로 오물렛과 빵을 먹었다. 모로코식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그냥 오물렛이라고 부른다고 한 계란과 햄 요리는 터키에서 본 것과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터키보다 훨씬 기름기도 적고 짜지도 않았다. 튀긴 빵은 인도의 짜파티나 빠란타의 중간 정도였는데 역시 기름기도 적었고 맛도 강하지 않아서 먹고 나서도 훨씬 부담이 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 주변의 세탁소에 알아보니 옷 한 개당 3디람의 세탁비를 받았다. 우리는 속옷이나 간단한 옷을 맡기기에는 돈이 아까워 큰 겉옷이나 바지 위주로 빨래를 맡기고 사하라 투어를 알아보러 나섰다. 인터넷에서 보기로는 사하라 익스페디션(sahara expedition)이나 안도 보야지가 유명한 듯 한데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저녁 먹고 산책하다가 찾기는 했지만..

 

여기 저기를 걸으며 우연히 본 마라케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코우토우비아 모스크(Koutoubia mosque, 건물 내부에는 이슬람교도만 들어갈 수 있음).

 

 

 

그래서 보이는 여행사를 다니며 가격 비교를 해보니 어떤 곳은 1박 2일에 650, 2박 3일에 950디람을 불렀고 다른 곳은 2박 3일에 850디람을 불렀다. 대부분의 루트는 비슷했는데, 차를 타고 여기 저기를 구경하다 저녁에 한번, 다시 아침에 일어나 새벽에 한번 낙타를 타는 비슷비슷한 투어였다.

 

 

우리는 그래도 이름난 곳에 가격을 확인하기 위해 사하라 익스페디션을 찾다가 쉘 주유소 맞은편 Oilibya 주유소 바로 옆 건물 내부에 들어가게 됐다. 한국 사람과 예전에 같이 일한 적이 있다는 레미나(??, 브라질 축구 선수와 이름이 같다고 했는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음)가 제법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주었다.

 

먼저 인도의 자이살메르 갔다가 흉내만 내는 사막과 부실한 사막 투어에 조금 실망한 적이 있어서 자고라 보다 제대로 된 사막을 볼 수 있다는 메르주가에 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흥정을 잘 한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가격은 비밀로 하기로 해서..). 모레 출발하는 2박 3일 일정이었고 투어 후 리사니(Rissani)에 내려 주면 페스(Fes)가는 것이 용이할 듯 했다. 결국 버스 시간을 알아볼 필요도 없어져서 본드만 사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안경과 선글라스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 주고는 샤워를 하며 빨래를 해서 강한 모로코의 태양 아래 빨래를 널어 놨다. 오랜 만에 햇볕에 빨래 너는 기분을 느끼며 행복해 했었는데 캠핑과 장시간의 이동으로 인해 유일하게 아쉬웠던 빨래 건조를 이 곳에서는 손 쉽게 해결하는 느낌이었다.

 

좀 쉬다가 이번에는 남쪽을 구경하러 거리를 나섰다. 역시나 덥긴 했지만 많이 습하지 않아 메디나 안 쪽의 그늘 많은 골목길을 걸을 때는 거의 부담이 없었다. 여기 저기를 기웃 거리며 구경하다가 현지인들이 북적북적한 느낌 좋은 식당이 있길래 들어가 보니 여러 가지 생선을 튀겨 파는 곳이었다.

우리도 좀 시켜 봤는데 약 3-4가지의 생선을 2마리 정도씩 해서 20디람에 주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생선 중에는 우리 둘 다 엄청 좋아하는 갈치도 있었고 맛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3000원도 안 되는 값에 제법 많은 양의 생선을 몰래 가져간 와인과 함께 먹은 우리의 만족감은 머리 끝까지 차 올랐고 둘이서 번갈아 가며 모로코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많이 다녀 보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기준을 인도로 잡아서 그런 것 같지만 모로코 사람들은 들이대서 사람을 귀찮게 하기는 해도 제법 친절한 사람도 많고 물가도 저렴하며 무엇보다 음식이 우리의 입맛에 상당히 잘 맞는다.

 

 

골목 골목을 구경하고 다닐 때마다 목적지 없는 우리가 길을 잃은 것처럼 보였는지 여러 번 많은 사람들이 광장 중앙 방향의 길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알겠다고 괜찮다고 하며 다른 길로 가자, 우리가 못 알아 들은 줄 알고 따라와서 길을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인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친절함이었다.

 

까르무스

 

오늘은 여러 음식을 다양하게 조금씩 맛보려던 계획이었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았던 생선 덕에 더 이상 사 먹지 않고 길가다 본 선인장 과일(1개 1디람)과 까르무스(픽스, 500g 7.5디람)을 사 먹은 후 다시 입가심으로 오렌지 주스만을 두 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더위를 피해 무도를 보면서 쉬다가 다시 한번 저녁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서서는, 늘 지날 때마다 엄청난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소세지 케밥 집에서 케밥 하나를 시켜 먹었다(13디람). 처음에는 좀 심심한 듯 했지만 먹을 수록 정말 알맞는 맛이었다. 짜지도 않았고 느끼하지도 않은 양고기 케밥이란 좀 새로운 경험이었고 먹을수록 맛이 좋았다.

 

 

광장으로 나와 어제 조개를 파는 줄 알고 지나쳤던 노점상을 다시 자세히 보니 달팽이를 파는 곳이었다. 호기심에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달팽이를 시켜 먹어 봤는데 우리나라의 번데기와 골뱅이의 중간 맛 정도라고 할까.. 맛은 나쁘지 않았고 사람들이 열심히 더 달라고 해서 먹는 국물도 제법 맛이 좋았다(작은 그릇 5디람, 큰 그릇 10디람).

 

광장의 수 많은 삐끼들을 뒤로 하고 어제 보았던 곳을 찾아가 이번에는 계란 빵을 시켜서 차와 함께 먹어 보았다. 치즈, 감자, 양파, 계란 등을 속으로 넣은 빵으로 한 끼 식사로는 정말 든든할 것처럼 보였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8디람). 오히려 생강맛과 민트향이 나는 차가 달달하고 향이 좋아 내 입맛에 딱이었다(1디람).

 

 

한 바퀴 돌며 여장남자가 춤추는 공연, 독수리를 어깨 위에 올리는 장사꾼, 원숭이, 코브라와 함께 나온 장사꾼, 열심히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가들을 보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왠지 주머니 단속을 아주 아주 잘 해야 할것 같은 분위기였다. 언제라도 지갑이 없어질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의심이...

어느덧 시간도 10시가 넘어 있었다.

 

 

마라케쉬는 지금 한창 성수기인지 현지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 구분 할 것 없이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고 매일매일 엄청난 규모의 야시장이 서서 사람들도 꽉 찬다. 낮에도 메디나 골목 골목을 다니는 관광객들이 넘쳐나서 지금이 극성수기임을 느끼게 해 준다. 2일간 느낀 모로코는 인도와 터키 그리고 동남아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있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곳임에는 확실해서 앞으로도 많이 기대가 되는 곳이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사막 투어나 이 이후 일정에는 조금만 사람이 덜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