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11

[D+264/2014.9.7/비제르테/튀니지] 튀니지에서의 마지막 밤

어김없이 늘 같은 아침을 맞았다. 매일 아침 가는 빵 집에서 빵을 사서 다시 매일 아침 가는 카페에 가 카푸치노와 카페오레를 한 잔씩 시켜서 여유 있는 아침을 맞았다. 빵이 굽는 시간에 딱 맞춰 갔는지 사온 크로아상이 정말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한가로이 시간을 즐기고 인터넷을 쓰며 무한 도전을 받았다. 최대 다운 속도 170-180kb/s정도 밖에 나오지 않아서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튀니지는 모든 여행 국가 중에 가장 인터넷 보급율이 낮고 속도도 제법 느린 곳 같다. 다이빙을 하려고 잠시 들렸던 타바르카의 비싼 숙소가 그나마 와이파이 속도가 가장 빨랐는데 700-800kb/s 정도 나왔었다. 총 2시간 반 정도 걸려서 내가 여행 중에 유일하게 챙겨 보는 한국 예능인 무한 도전을 다 다운 받..

[D+263/2014.9.6/비제르테/튀니지] 운동과 빈둥거림, 또 하루가 지나가고..

추석도 얼마 남지 않고 해서 아침을 먹으면서 가족들과 정말 오랜만에 카카오 톡으로 통화를 했다. 가족들 목소리 듣고 누나를 통해 여러 친지들의 소식도 듣고 하니 한국이 많이 그리워졌다. 가족 모두는 내가 건강하게 잘 다니기를 기원해줬고 그래서였는지 정말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보고 싶었고 그리웠다. 하지만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너무나도 아쉬울 것 같아서 그리움은 잠시 또 미뤄두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 너무나도 사랑하고 보고 싶어요~ 오늘 인터넷을 쓰는 와중에 다합에 다이빙 강사로 계속 거주하시는 강사 분의 카페에 가입해서 버스 이동에 대해 간단히 문의하니 카이로-다합 버스 이동..

[D+262/2014.9.5/비제르테/튀니지] 커피, 멜론 그리고 산책

어제 낮잠의 결과로 좀 늦게 자다 보니 아침에도 좀 늦게 일어났다. 요새는 거의 7시반, 8시 정도면 눈이 떠지기는 하지만 오늘도 침대에 몸을 비비며 꿈틀꿈틀 거리다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이 아쉬워 지길래 슬슬 일어났다. 일행은 핸드폰 앱을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잘 이용하는데 각종 여행 정보를 찾는데 이용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와 운동에 특히나 잘 활용한다. -동네 카페에서 아침부터 물담배(시샤)를 즐기는 할아버지들- 오늘도 일어나더니 아침 스트레칭에 관련된 새로운 앱을 틀고는 혼자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다. 나도 간단히 몸을 늘리고는 어제 찾은 빵 집을 다시 찾아 똑같이 빵을 3개 사고는(2.1디나르)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 다시 가서 둘 다 카푸치노를 시켰다(1잔당 0.7디나르). 언제나처럼 날은 ..

[D+259/2014.9.2/르케프, 타바르카/튀니지] 좌절된 지중해 스쿠버 다이빙

관리가 안되 쓰레기가 여기 저기 보이는 연못가 카페(la grotte 2)에서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루아지 정류장에 가보니 타바르카(Tabarka)에 바로 가는 직행은 없고 젠두바(Jendouba)라는 중간 도시에 들렸다가 다른 루아지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결국 좀 더 싸고 한 번에 타바르카까지 가는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을 향하려던 찰나 르케프를 올 때 타고 온 버스의 기사 아저씨를 만났다. 그 분도 우리를 기억하고 있어 반갑게 악수하고 인사를 나눈 뒤 우리가 타바르카에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1시 버스가 타바르카까지 한 번에 가고 11시 반 버스는 젠두바에서 내려 갈아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1시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냥 루아지를 타 보기로 하고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루아..

[D+258/2014.9.1/르케프/튀니지] 카스바의 여인(응!?)

르케프의 밤은 시원했고 새벽은 좀 쌀쌀한 정도였다. 늦게까지 자자고 했던 일행이 어느새 보니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는데 난 조금은 더 자고 싶어 침낭 속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하지만 어느 새 잠이 깨어 같이 일어나 스트레칭을 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어제보다는 문을 연 가게가 훨씬 많기는 했지만 조그마한 구멍가게이거나 옷 가게 아님 신발 가게, 약국 같은 것들이었다. 정말 이상하리만큼 르 케프에는 식당이 없었다. 내가 튀니지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이 곳에 식당을 차렸을 것 같다. 돌아다니다 겨우 발견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서로 다른 빵에 샌드위치를 하나씩 먹었다(각 1.7디나르). 오늘은 메디나 위 쪽으로 보이는 카스바(Kasbah, 성채, 요새)에 올라가 보기로 하고 슬슬 걸어 갔다. 카스바를 ..

[D+257/2014.8.31/토제르, 가프사, 레케프/튀니지] 하루 종일 이동! 하지만 운 좋았던..

6시 반 기차를 타려고 5시 반에 맞춰 둔 알람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계획 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기는 했지만 기차 타는 데 있어 무리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늘 하던 대로 짐을 싸고 어제 널어 두었던 빨래를 걷고 침대 위 아래와 화장실, 옷걸이, 벽걸이 등을 확인해서 놓고 간 것이 없다는 것을 2-3번 체크한 후 숙소를 나섰다. 첫 차고 토제르(Tozeur)에서 출발하는 기차였기 때문에 바로 타서 좀 자려고 했지만 알고 보니 밤새 반대쪽에서 달려 온 기차를 다시 타고 출발하는 것이라 아침 첫차마저도 연착이었다. 토제르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두 대가 있는 데(튀니스행) 새벽 6시반 아니면 저녁 8시 반이었고 저녁 차는 밤새 달려 다음날 새벽 5시에나 도착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침 첫차를 타기로 했던 것..

[D+256/2014.8.30/가베스, 토제르/튀니지] 개점 휴업 도시 토제르

토제르행 9시 15분 차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봐 두었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먹었던 인기 샌드위치 집에서 샌드위치를 사서는 근처 카페에서 커피(0.8디나르= 800미리엠)를 마시며 샌드위치 한 개를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는 버스 터미널을 향해 걸었는데 아침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습해서 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터미널에 도착해 짐을 한 쪽에 내려 놓고 땀을 식히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대부분의 버스에는 영어가 전혀 쓰여 있지 않았다. 아라비아어만 적혀 있는 버스를 바라보며 까막눈인 우리는 매번 버스가 들어 올 때 마다 달려가 기사에게 ‘토제르(Tozeur)?’라며 물어 볼 수 밖에 없었고 번번이 다음 버스라는 이야기만 들을 뿐이었다. 물론 다음 버스인지 다다음 버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

[D+255/2014.8.29/마트마타/튀니지] 또 하나의 영화 촬영지, 마트마타

역시나 시원한 에어컨 덕분에 편안하지만 조금은 쌀쌀한 그러나 상당히 만족스러운 밤을 보냈다. 씻으며 빨래를 좀 해서 작렬하는 태양 아래 널어 두고 짐을 챙겨서는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간단하게 빵을 두 개(2개 1.6디나르) 사서 흔한 커피점에서 카페오레(0.4디나르)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하나는 계란이 들어있는 빵이었고 다른 하나는 계란과 야채가 토마토소스와 함께 버무려진 빵이었는데 토마토 소스 때문인지 마치 피자 같은 맛이었다. 12시 15분 차를 타기 위해 여유 있게 출발하려는 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샌드위치 집을 발견했다. 다음 버스를 타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맛 집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라 망설이지 않고 들어가 기본 샌드위치 두 개를 계산하고(1개 1.8디나..

[D+254/2014.8.28/가베스/튀니지] 에어컨 방에서의 잉여적 하루와 가베스 생선 요리

오늘은 작정하고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 날이라 잠도 정말 충분히 잤다. 밤새 시원한 에어컨으로 인해 오히려 추울 정도지만 그래도 에어컨을 쉽사리 끌 마음은 들지 않았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 치킨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는데 치킨 1/4 조각을 뼈도 빼지 않고 통째로 샌드위치에 넣어주었다. 산적들이나 먹었을 법한 터프한 방식이었지만 치킨이 맛이 좋아 전혀 불만이 없었다. 걸어보니 낮 동안은 엄청나게 덥긴 하지만 습하지는 않아 그늘로만 걷는다면 간간히 부는 바람으로 인해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녁 때는 다시 습해지는 것으로 봐서 한낮의 햇볕의 열기가 모든 습도를 날려 버리는 것 같다. 다시 시원한 방으로 돌아와 수스에서 샀던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면서 빈둥거렸다. 꽤나 행복한 기분이 되었고 한참을..

[D+250/2014.8.24/시디부사이드/튀니지] 면도와 이발 사이, 부유하고 아름다운 마을, 시디부사이드(Sidi Bou Saide)

역시나 밤새 더위에 시달렸다. 여러 번 깨면서 샤워를 했고 잠시 시원해지면 다시 잠들었지만 더위에 또 다시 깨다 보니 잠을 설쳤다. 그러다 보니 잠결에 긴 머리와 수염이 더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밤새 긴 머리에 대해 짜증이 나서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면도를 하고 이발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네팔에서 완전히 면도한 이후로 한번도 완전히 밀지 않았던 수염을 시원하게 밀어 버렸다. 좀 어색하고 얼굴도 커진 느낌이긴 했지만 입 주변이 시원했고 부드러웠다. 머리도 시디 부 사이드를 다녀와서는 자르기로 하고 삶은 계란과 토마토, 포도, 빵으로 아침을 먹고는 남은 것들을 챙겨 튀니스 마린(Tunis marine)역으로 갔다. 표를 구입하고(거리에 상관 없이 1인당 0.68, 2인 1.36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