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64/2014.9.7/비제르테/튀니지] 튀니지에서의 마지막 밤

빈둥멀뚱 2014. 9. 8. 04:17

어김없이 늘 같은 아침을 맞았다. 매일 아침 가는 빵 집에서 빵을 사서 다시 매일 아침 가는 카페에 가 카푸치노와 카페오레를 한 잔씩 시켜서 여유 있는 아침을 맞았다. 빵이 굽는 시간에 딱 맞춰 갔는지 사온 크로아상이 정말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한가로이 시간을 즐기고 인터넷을 쓰며 무한 도전을 받았다. 최대 다운 속도 170-180kb/s정도 밖에 나오지 않아서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튀니지는 모든 여행 국가 중에 가장 인터넷 보급율이 낮고 속도도 제법 느린 곳 같다. 다이빙을 하려고 잠시 들렸던 타바르카의 비싼 숙소가 그나마 와이파이 속도가 가장 빨랐는데 700-800kb/s 정도 나왔었다.

총 2시간 반 정도 걸려서 내가 여행 중에 유일하게 챙겨 보는 한국 예능인 무한 도전을 다 다운 받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다시 한번 호텔 주인에게 물어 맥주 파는 곳의 위치를 확인하고 맥주 사냥에 나섰지만 비제르테에는 바(bar)는 있어도 맥주 상점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맥주 먹는 것을 포기하고 술을 안 먹어 제법 여유 있게 남은 돈 100디나르 정도로 추석 을 맞아 맛있는 저녁을 좋은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점심은 맥주를 사려고 들린 마트에서 산 오징어(1.03디나르)와 버섯(2.4디나르/300g), 매운 스파게티 라면(1.9디나르/개)으로 결정했다. 오징어는 정말 작은 것으로 골랐는데 무게를 달아 보니 100g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바닷가 마을이다 보니 상당히 싱싱했다.

방으로 돌아와 오징어와 버섯을 깨끗하게 씻고 어머님이 챙겨 주신 맛의 근원과 네팔 트래킹 때 얻은 고추장을 넣어 얼큰하게 오징어스파게티면을 끓였다. 오징어가 들어가서 제법 국물이 검은 빛을 띄었고 냄새도 얼큰한 것이 정말 맛있을 것 같았다.

버섯이 충분히 익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맛을 확인했는데 정말 최고였다. 이렇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지내는 것의 큰 기쁨 중의 하나는 직접 밥을 해먹는 것이다. 후식으로 미리 사 냉장고에 보관한 멜론을 먹었는데 크기가 작아서 인지 단 맛이 예전에 먹은 것만 못했다.

밥 먹으면서 본 무한도전 형광팬 특집을 다 보고는 나는 편안하게 누워 낮잠에 빠졌다. 한 숨 자고 일어나 이번에는 운동을 열심히 하며 땀을 흘렸다. 일행은 방방 뛰어 다니며 신나게 새롭게 받은 동영상을 보면서 운동했고 나는 늘 하는 기본 운동을 했다.

상쾌하게 씻고 나니 기온도 낮아지고 바람도 시원해져 날이 너무 좋았다. 저녁을 먹으러 론니에서 본 르 페니시안(le phenicien)을 찾아 갔다. 튀니지식의 꾸스꾸스를 먹고 싶어 찾아 보고 있었는데 일행이 론니에서 찾은 유명한 식당이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올드 하버에 있는 배 모양의 식당이었고 우리는 잘 됐다 싶어 이 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이미 해가 진 후라 항구의 불빛이 물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배 모양 식당의 갑판에 올라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메로 요리(18디나르)와 해산물 꾸스꾸스(14디나르)를 시켰다. 그 동안 계속 못 먹었던 맥주도 실컷 먹기로 하고 각자 한 병씩 먼저 시켰는데 시원한 맛이 야경을 보며 밖에 앉아 먹으니 정말 기가 막혔다.

튀니지의 꾸스꾸스는 모로코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모로코는 아래 밥이 깔려 나왔는데 튀니지는 밥은 아니고 부드러운 재질의 떡고물(?)같은 느낌이었다. 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자신할 수 있는 것은 맛이 좋았다는 사실이다. 메로 요리는 구이인줄 알고 시켰는데 꼬치가 나왔지만 맛은 좋았다. 오랜만에 메로를 먹으니 천안의 어굼터 식당이 생각났다. 기대보다 가격도 많이 비싸지는 않아서(물론 비싸긴 했지만), 맥주를 4병이나 먹었음에도 50디나르 밖에 나오지 않았다. 튀니지는 고급 식당도 따로 봉사료나 세금을 떼어 가는 것 같지는 않다.

싱싱한 해산물을 잔뜩 먹고 맥주를 먹은 즐거움에 흥에 겨워서는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몸을 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