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63/2014.9.6/비제르테/튀니지] 운동과 빈둥거림, 또 하루가 지나가고..

빈둥멀뚱 2014. 9. 7. 06:32

추석도 얼마 남지 않고 해서 아침을 먹으면서 가족들과 정말 오랜만에 카카오 톡으로 통화를 했다. 가족들 목소리 듣고 누나를 통해 여러 친지들의 소식도 듣고 하니 한국이 많이 그리워졌다. 가족 모두는 내가 건강하게 잘 다니기를 기원해줬고 그래서였는지 정말 아무 문제 없이 잘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모두가 보고 싶었고 그리웠다. 하지만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고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너무나도 아쉬울 것 같아서 그리움은 잠시 또 미뤄두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들 너무나도 사랑하고 보고 싶어요~

오늘 인터넷을 쓰는 와중에 다합에 다이빙 강사로 계속 거주하시는 강사 분의 카페에 가입해서 버스 이동에 대해 간단히 문의하니 카이로-다합 버스 이동이 시간도 길고 검문이 많아 잠을 좀 설치게 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오늘도 버스로 다합에 도착한 분이 계셨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일단은 많이 안심이 되었고 버스 이동에 좀 더 무게를 실었지만 카이로에 도착해서 더 자세히 알아본 후 결정할 생각이다. 또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서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2천명이 넘었다는 기사를 봤다. 서아프리카 3국 외에 나이지리아에 이어서 중부 아프리카인 콩고에도 에볼라 환자가 생겼다는 기사도 있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한 범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연설을 했다고 한다.

물론 거리상으로 엄청나게 떨어져 있고 국경이 폐쇄되었다고는 하지만 나이지리아에서 끝나지 않고 콩고에서도 3명의 환자가 발생에 1명이 사망했다는 기사는 조금 신경이 쓰인다. 워낙 아프리카 자체가 위생적인 면에서 뒤처져있고 격리가 쉽지 않은 곳이다 보니 이집트에서 남아공까지 육로로 이동할 계획을 갖고 있는 나도 의식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은 이집트부터 걱정하고 다합에 있으면서 계속 예의 주시한 후에 과감히 포기하게 되면 포기도 고려해야겠다. 아프리카라는 곳은 언제 여행하든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조금의 위험 부담은 안고 여행할 수 밖에 없는 곳 같다. ‘아프리카!? 유럽처럼 전혀 위험하지 않아요’라는 말이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시대는 이번 세기에는 오지 않을 것 같으니..

 

-길 가다가 리어카를 끌고 가는 아저씨가 위를 조심하라고 알려주셨는데, 올려 보니 오래된 건물의 발코니가 무너져 내리면서 돌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잽싸게 건너편 도로로 뛰어서 건너가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어갔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방으로 돌아와 나는 나대로 또 열심히 운동을 했고 일행은 노트북에 새로운 운동 동영상을 받아서는 여자 2명과 남자 1명이 열심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 헉헉 거리며 잘도 따라 했다. 운동이 확실하게 될 것 같은 유산소 에어로빅 같았는데 댄스와 격투기가 모두 조합된 재밌는 운동 같았다.

씻고 옥상에 빨래를 널고는 점심을 먹으러 나섰는데 길 가다가 한 튀니지 아저씨가 말을 걸어 왔다. 영어를 제법 잘 했는데 대부분 영어를 잘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경우는 가이드이거나 여행 업계에 종사해서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도 염두에 두고 대화를 이어 갔다.

자신의 이름이 ‘둔’이라고 소개한 이 친구는 자신도 한국에 친구가 있다며 친한 척을 했고 여러 질문을 하고는 내 대답은 잘 듣지도 않고 자신의 말을 하기에 바빴다. 튀니지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못하고 아랍어나 프랑스어만 했기 때문에 그 동안 말 통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긴 대화를 나누기가 힘들었다.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도 거의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요새는 거의 둘만 다니면서 현지인들과는 간단한 표정이나 몸짓으로 짧은 대화를 나누었던 게 다라서 영어가 통하는 친구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한 동안 들어주었다.

 

한국 이야기를 잠깐 하다가 어디 가냐고 하길래, 밥 먹으러 간다고 했더니 자신도 같이 가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가려던 오짜 가게가 바로 옆이었기에 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자신은 밖의 테이블에서 기다린다고 같이 이야기를 계속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려니 하고 해산물 오짜와 potanesta라고 써있는 음식이 있길래 감자 파스타인가 싶어서 주문하고 자리에 같이 앉아 직업을 물어보니 역시나 예전에 관광객 상대로 여행 업종에 있었다고 했는데 관광 관련 가이드를 한 것인지 관광객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인지 알 도리는 없었다.

오래 붙어서 귀찮게 할까 봐 우리는 내일 공항에 가서 이집트로 간다, 이미 돈도 다 써버렸다 라고 했더니 얼굴에 금방 실망하는 기색이 들어났다. 음식이 나왔길래 가겠지 했더니 자신도 같이 먹어도 되냐는 것이었다. 아니 만난 지 10분도 안 되어 밥을 얻어 먹겠다는 게 좀 어이가 없어서 우리는 음식을 공유 안 하니 원하면 사먹으라고 했다. 그러면 민망해져서 갈 줄 알았더니 계속 안가고 옆에 앉아서 담배만 피우며 ‘맛있냐? 자기 고양이 2마리 키운다’이런 시덥지 않은 말을 걸어 왔다.

튀니지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착하기 때문에 그 동안 튀니지 사람과 말은 오래 하지 못했어도 실망한 적은 없었는데 영어 잘하는 튀니지 사람 만나 반가워 했더니 하필 유일하게 실망스러운 튀니지 사람이었다. 착한 사람들도 외국인 상대하면서 쉽게 돈 벌기 시작하면 이상해지는 것은 어느 나라나 공통적인 것 같다.

한동안 식사에만 집중하며 더 이상 상대 안하고는 밥을 열심히 먹었다. 나온 음식은 모두 훌륭했지만 감자 파스타인 줄 알았던 파스타에는 참치가 올려져 있었다. 참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파스타나 피자, 샌드위치 등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참치를 거의 만날 먹다 보니 이제는 조금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음악이 맛있어서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 치웠다. 그리고는 만나서 반가웠다는 인사만 남기고 맥주를 찾으러 시내 구석 구석을 돌아 다녔다. 틀림 없이 파는 곳이 있을 텐데 도무지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내일 다시 찾아 보기로 하고는 메디나를 그냥 무작정 걸으며 돌아 다녔다.

 

메디나를 걷다 보면 이런 길이 보이는 데 길 끝에 다른 길이 있는지 아님 막다른 길인지 알 방법이 전혀 없다. 그냥 무작정 끝까지 가보고 막혀 있으면 돌아 나오는 수밖에.. 끝까지 가기 전에 반대쪽에서 사람이 걸어 오면 ‘아 길이구나’라고 기뻐하며 자신 있게 걸어간다.

 

중고와 새 신발을 파는 메디나 안쪽 가게(중고 신발을 파는 사람도 정말 많다.)와 튀니지 사람 체형에 딱 맞게 만든 마네킹(튀니지 청년들은 키도 크고 마른 편인데 마른 근육이 있어 딱 마네킹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다.)

 

방으로 돌아와 좀 쉬다가 간만에 잼베를 들고 선착장으로 나갔다.

 

 

몇몇 사람이 멀찍이 앉아 낚시를 하고 있는 선착장에서 해가 지는 석양을 보면서 한심한 박자감으로 시끄럽게 잼베를 제멋대로 치면서 놀다가 혼자 지레 만족해서는 내일 다시 나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저녁으로 꾸스꾸스를 찾아 헤맸지만 역시나 팔지 않고 문을 연 가게도 많지 않아서 빵 사이에 파전처럼 오물렛을 만들어 넣어 파는 것을 사 먹었다(1.6디나르). 계란과 햄이 주 재료이긴 했지만 마요네즈나 매콤한 소스를 발라 줘서 제법 고소하면서 매콤한 맛이 있는 것이 맛이 상당히 좋았다. 튀니지 와서는 밥을 거의 못 먹고 늘 빵을 먹고 있지만 샌드위치이건 다른 음식이건 우리 입맛에 잘 맞게 매콤하게 해줘서 밥이 아쉽지 않게 잘 먹고 있다.

 

양이 좀 모자라서 다시 2디나르짜리 고추를 통째로 넣은 샌드위치를 사서는 늘 인터넷을 쓰는 올드 하버 카페를 찾았는데 사람들이 카페마다 모여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튀니지와 보츠와나가 축구를 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축구를 하면 누구나 맥주 집에 모여 치킨에 맥주를 먹으면서 축구를 보는 것이 일상적인데 이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시샤(물담배)에 커피를 마시면서 축구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듯 했다.

우리도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구경했는데 역시 아프리카 국가답게 축구에 뜨겁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나이 지긋하게 드신 분들도 관심 있게 축구를 지켜 보고 계셨다. 결과는 2대0 튀니지의 승리로 끝이 났고 사람들은 아주 만족한 듯 삼삼 오오 모여 앉아서 입으로 시샤 연기를 잔뜩 뿜으며 또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우리도 축구가 끝난 후 슬슬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 각자의 일기를 열심히 썼다. 이번 숙소에 냉장고가 있어 맥주를 시원하게 많이 먹을 작정으로 돈을 충분히 찾았는데 맥주를 전혀 사지 못해서 돈이 190디나르(약 11만원 정도)정도 남았다. 출국 할 때까지 숙박료와 식비, 차비를 쓰고도 아마 100디나르 정도는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내일은 좀 근사한 식당을 찾아 저녁을 먹기로 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