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61/2014.9.4/비제르테/튀니지] 마음 편하고 사랑스러운 비제르테

빈둥멀뚱 2014. 9. 5. 02:54

 

어제 산책하며 봐 두었던 빵집을 찾아 아침거리를 좀 샀다. 그리고는 카페에서 카푸치노와 카페오레를 한 잔씩 시켜서는 사온 빵과 챙겨간 포도를 함께 아침으로 먹었다.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였는데 쓰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속도도 상당히 빨라 이집트에 대해 좀 찾아 볼 수 있었다. 최근 이집트 반정부 시위대가 처형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로 인한 여파가 좀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 보았지만 별다른 기사를 찾을 수 없었다. 다합과 삼엘 쉐이크 주변은 확실히 안전한 것 같지만 카이로에서 다합까지 버스로 이동했던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좀 찾아봤는데 많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갈 때까지 계속적으로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사온 빵이 정말 맛있어서 완전 흥분하며 신이 나서 먹어 치우고는 숙소로 돌아와 운스를 했다.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운동을 마치고 빨래를 해서 옥상 햇빛에 잘 펴 널어 둔 후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처음에는 정말 믿을 수 없이 맛있고 입에 딱딱 달라 붙던 튀니지의 음식도 이제 2주 가까이 먹으니 늘 비슷한 음식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히 먹을 것이 없어서 참치와 치즈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 후 역시 포도를 같이 먹었다. 지금까지 튀니지를 돌면서 만난 도시 중에 이 곳이 과일 값이 가장 싼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 있는 동안에는 틈만 나면 과일을 사서 먹어 치우기로 했고 그 일환으로 매끼 과일 챙겨 다니며 나는 포도를, 일행은 복숭아를 먹는다. 늘 부담스러운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긴 하다.

 

비제르테 숙소에는 모기가 좀 있어 어제 밤에 자면서 귀에 앵앵되는 모기 소리에 잠을 설쳤다. 점심을 먹고 마트에 가서 전기 모기약과 샴푸를 구입해서 방에 두고는 오후 산책을 나섰다. 올드 하버(old habour)와 그 옆의 스패니쉬 메디나를 둘러 보았는데 올드 하버 쪽의 배와 집이 물에 비치는 모습이 상당히 아름다웠다.

 

낡은 낚싯배들이 줄지어 서있는 길을 따라 걷다가 카스바(kasbah)로 들어 가니 몇 명의 아이들이 둘러 앉아 놀고 있었고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저마다의 자세로 여기 저기서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낮이었다.

 

카스바 안을 한 바퀴 돌며 동네 구경을 하다가 올드 하버를 다른 쪽도 둘러 보고는 다시 카페를 찾아 블로그를 올리고 한가로이 차를 즐겼다. 점심으로 먹었던 샌드위치가 양이 적어서 인지 금방 배가 고파 지길래, 어제 저녁 먹은 집에 다시 가서 마르게리따 피자(4디나르)와 해산물 오짜(6디나르)를 시켜 먹었는데 역시 이틀 연속 먹어서 인지 해산물 오짜가 어제 같지 않았다. 마르게리따는 그럭저럭 먹을 만 했는데 참치가 들어있는 점이 좀 아쉬웠다.

처음에는 너무 좋아했던 참치도 이제 어디에나 다 들어가서 항상 먹다 보니 좀 질린다. 숙소로 돌아와 아이슬란드 여행할 때 유진이와 자춘이랑 영화 이야기 할 때 언급했던 메멘토를 다시 봤다. 일행은 처음 보는 것이라 굉장히 집중하고 봤는데 역시 명작이라 난 다시 보는 것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일행이 좀 보더니 초반 장면은 예전 미드인 ‘로스트 룸’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오늘은 날씨도 정말 좋았고 운동과 밀린 빨래도 했으며 포도를 다 먹어 조금 더 샀고 한가로이 산책하며 맛있는 음식을 여유롭게 먹은 날이라 정말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숙소의 화장실이 공용인데다 한 층 아래에 있어 좀 번거롭긴 하지만 나름 만족스럽고 무엇보다 비제르테라는 마을이 정말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맛있는 음식과 저렴한 시장 물가, 바람이 잘 불고 선선한 기후에 관광객이 적고 한적한 산책 코스까지 뭐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정말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