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60/2014.9.3/타바르카, 비제르테/튀니지] 물가 싸고 음식 맛있는 비제르테(Bizerte)

빈둥멀뚱 2014. 9. 4. 07:46

 

조식 없이 숙박을 한 거라 나가서 밥을 먹으려다가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서 1박만 하겠다고 하고 돈을 지불하니 아침을 먹으라고 해서 호텔 조식을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침 주는 호텔에서 숙박을 한 기쁨에 비록 커피와 빵 간단한 치즈, 버터, 잼 뿐인 아침이었지만 즐겁고 맛있게 먹었다. 얼마 남지 않은 추석을 대비해 집에 보낼 간단한 추석 선물을 주문하고는 숙소를 나섰다.

어제 밤에 이야기하다가 결국 별로 할 일 없는 튀니스보다 일단 비제르테(Bizerte)를 가 보기로 결정하고 하루에 한 대 있다는 버스보다는 루아지가 나을 것 같아 처음에 내린 곳으로 다시 찾아 갔다. 다행히 비제르테 행 루아지가 있었지만 우리가 첫 번째 승객이라 한 참을 길거리에 앉아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 45분 가량을 기다렸지만 2명의 승객이 더 왔을 뿐 차가 다 차려면 아직도 한 참을 기다려야 할 듯 했다. 하지만 차가 가득 차야 출발할 줄 알았던 루아지 기사는 출발한다면서 우리를 태웠고 타바르카 시내를 차로 돌면서 사람들을 모았으나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승객이 다 차지 않고 출발하면 괜히 우리에게 돈을 더 받으려고 기사가 사기 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승객이 더 오기를 속으로 응원했고 번번히 실패할 때마다 같이 안타까워 했다.

 

결국 2명 정도를 더 태운 후 비제르테를 향해 출발했다. 비제르테는 타바르카에 비해서도 더욱 북쪽이라 그런지 가는 길은 나무와 풀로 가득 차 있어 상당히 푸르고 아름다웠다. 날씨가 좋아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풍경이 나무와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 상쾌한 오후였다. 다행히도 가는 길 중간 중간에 루아지에 오른 사람들 덕에 차는 가득 찼고 우리의 기사 아저씨도 즐거운 표정으로 열심히 운전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는 지금까지 만난 기사들 중에 가장 산만한 사람이었다.

그는 한 손으로 담배를 피우며 반대쪽에서 오는 루아지 기사나 길거리에 보이는 지인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했고 운전 중에 스테레오가 작동하지 않자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앞 차를 추월하면서 스테레오를 고치는 놀라운 장기를 보였다. 한 손으로 담배를 피우고 다른 손으로 커피를 마실 때는 팔이 3개나 4개인가 싶을 정도였고 바로 뒷자리에 앉아 모든 행태를 뚜렷이 지켜보고 있던 나는 매우 불안에 떨면서 노심초사 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바로 옆 조수석에 앉은 승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중간에는 기름을 넣기 위해 길가에 위치한 기름 판매상 아저씨한테 잠깐 섰는데 기름을 통에 넣은 체 사방에 펼쳐 두고 버젓이 앉아 담배를 피고 계셨다. ‘불이 잘 붙지 않는 디젤이겠지’하며 살짝 마음 속으로만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우리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다른 곳으로 다시 가서 기름을 한 통 가져 오는 것을 보니 앞에 늘어 놓은 기름은 전부 휘발유였던 같다. 다행히 이 곳도 아무일 없이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튀니지 사람들의 안전불감증은 예전 우리 못지 않은 듯 했다. 

 

스피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그 덕분에 우리는 2시간 반 만에 비제르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리고 보니 눈빛과 표정이 정말 맑은 착한 사람인 듯 했다. 내리기 직전 낸 요금에 있어서도 전혀 속이지 않았는데, 튀니지는 버스에서는 영수증을 끊어서 가격을 확실히 알려주고 루아지에서는 다른 사람을 통해 운전 중에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면 다른 사람들이 얼마 내는 지를 알 수 있어 교통 수단에서 사기를 당할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전반적으로 튀니지 사람들은 관광객을 많이 속이려고 한다거나 등치는 일이 매우 적다. 뭐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수하고 착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도착한 비제르테 역시 숙소가 많지 않고 각각의 숙소가 많이 떨어져 있지만 가격은 타바르카 보다는 싼 편인 것 같았다. 일단 배가 고파 가는 길에 보인 식당에서 생선 요리(10.5디나르)를 맛있게 먹고 처음 찾아간 아프리칸 호텔(african hotel)에서 3박을 하기로 하고 더블 룸 30디나르를 25디나르로 흥정한 후 방을 잡았다. 좀 오래 있을 생각을 했던 마을이었는데 마침 호텔에 냉장고가 있어 맥주나 물을 시원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미지근한 맥주사서 얼음 구하러 다니는 것도 피곤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시장을 구경하러 갔는데 과일이 정말 쌌다. 모로코나 튀니지는 모두 과일은 정말 싸서 너무 좋다. 물론 생선도 마찬가지..

 

동남아에서는 비싸서 망설였던 생선요리나 과일을 이 곳에서는 정말 마음껏 먹게 된다. 포도는 1kg에 1디나르 이하도 있었지만 좀 좋아 보이는 포도로 1kg(2디나르), 복숭아 1kg(800미리엠), 멜론(1.95디나르)을 사서 호텔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다시 항구 근처를 간단히 산책하다가 돌아와 낮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저녁때라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요새 맨날 바게트를 먹어서 인지 정말 바게트가 먹기가 싫었다. 그래서 꾸스꾸스나 다른 요리를 먹을까 했는데 식당들이 너도나도 바게트 샌드위치와 피자만 팔고 있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집에서 또 다시 해산물 오짜(6디나르)를 시키고 스파게티(4.5디나르)를 같이 시켰다.

 

워낙 손님이 많은 집이라 맛있을 줄은 알았지만 해산물 오짜가 매콤한 것이 정말 정말 맛이 좋았다. 지겨웠던 바게트 대신 스파게티 면을 넣어서 같이 비벼 먹으니 해산물이 살아 있는 정말 고급 짬뽕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징어와 홍합이 정말 신선했으며 양파나 새우도 꽤나 맛이 좋아 땀을 뻘뻘 흘려가며 저녁을 먹고는 주인에게 엄지를 치켜 세워 주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