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57/2014.8.31/토제르, 가프사, 레케프/튀니지] 하루 종일 이동! 하지만 운 좋았던..

빈둥멀뚱 2014. 9. 1. 05:16

 

6시 반 기차를 타려고 5시 반에 맞춰 둔 알람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계획 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기는 했지만 기차 타는 데 있어 무리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늘 하던 대로 짐을 싸고 어제 널어 두었던 빨래를 걷고 침대 위 아래와 화장실, 옷걸이, 벽걸이 등을 확인해서 놓고 간 것이 없다는 것을 2-3번 체크한 후 숙소를 나섰다.

첫 차고 토제르(Tozeur)에서 출발하는 기차였기 때문에 바로 타서 좀 자려고 했지만 알고 보니 밤새 반대쪽에서 달려 온 기차를 다시 타고 출발하는 것이라 아침 첫차마저도 연착이었다. 토제르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두 대가 있는 데(튀니스행) 새벽 6시반 아니면 저녁 8시 반이었고 저녁 차는 밤새 달려 다음날 새벽 5시에나 도착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침 첫차를 타기로 했던 것이다. 

 

다행히 많이 늦게 오지는 않아 예정보다 약 10분 정도 늦게 도착한 기차를 타고 가프사(Gafsa)로 일단은 향했다(1인 5.15디나르). 자리는 여유가 있고 에어컨으로 실내가 시원했기 때문에 한적하게 앉아서 1시간 반 정도 기차를 타고는 가프사에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까지는 3km정도 떨어져 있었고 우리는 가능하면 일찍 가서 버스를 타고 르 케프(Le Kef)로 가길 원했기에 튀니지 와서 처음으로 택시를 잡았다.

시세를 알 수 없어 론니에서 2.5디나르 정도만 든다는 글을 보고 왠만하면 미터기를 켜고 가고 싶었지만 우리가 잡은 택시의 미터기는 생명을 다 한지 한참 되 보였다. 가격을 확인하려고 물으니 아저씨가 2디나르면 된다고 해서 의심 없이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

구글에 있는 버스 터미널의 위치와는 달리 까르프(Carrefour)건너편에 버스 터미널이 위치해 있어서 걸어 왔으면 상당히 헤맸을 것 같다. 레 케프 가는 차가 없으면 카세린(Kasserine)을 거쳐서라도 갈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하루 1대 12시에 출발하는 레 케프 행 차가 있었다.

 

터미널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민트티, 주변에서 사온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며 나무 그늘에 앉아 한가로이 시간을 보냈다. 튀니지의 카페는 정말 어디에나 존재하고 커피 가격은 우리나라 자판기 커피보다도 싸기 때문에 정말 맛 좋은 커피를 항상 즐길 수 있다. 튀니지 와서는 커피를 정말 많이 마실 수 있고 늘 만족스럽기 때문에 너무나도 좋다. 튀니지의 모든 커피는 에스프레소 기계로 내린 것이다.

 

워낙 먼 거리였기 때문에 에어컨 나오는 좌석 버스를 기대했지만 11시 반쯤 우리를 맞은 것은 우리나라 시내 버스처럼 보이는 일반 버스였다. 두세번 레 케프행인지를 확인하고 일행이 론니에서 찾은 아라비아어로 버스 앞에 레 케프라고 아라비아어가 써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고 버스에 올랐다(1인 11.71디나르). 버스는 예정 시간 보다 약 10분 정도 일찍 출발했고 이는 아프리카 여행 중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비록 에어컨은 나오지 않았지만 창문을 열어 놓으면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와 덥지는 않았다. 시내 버스처럼 보이는 이 낡은 버스도 달릴 때는 80km이상을 씽씽 달렸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 케프 가는 길에도 잠깐 비가 내리긴 했지만 곧 그쳤다. 4시간 반이 채 안 걸려 우리는 레 케프에 도착했다. 론니에는 버스 정류장에서 300m 정도만 걸어가면 메디나와 숙소가 나온다고 되어 있어 걷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정류장은 훨씬 아래 쪽으로 옮겨져 있는 듯 했고 론니에 표시된 버스 터미널은 루아지 정류장이었다.

결국 2km 넘게 계속되는 오르막을 걸어 올라서야 메디나와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한 두 군데를 돌아다니다 튀니지에 온 이후 가장 싼 호텔(hotel el medina, 트윈 룸, 공동 화장실, 공동 전기, 14디나르, 약 8000원)에 짐을 풀었다. 전기 콘센트가 방에 없는 점이 불편하긴 했지만 나머지는 큰 문제가 아니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돌아다녔는데 레 케프는 인터넷에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은 아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차가 있었고 도시 자체도 상당히 큰 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문을 연 식당은 많지 않았고 술집만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말 튀니지의 그 어떤 도시에서 보다 많은 술집을 봤고 그 모든 술집에는 많은 빈 술 병을 테이블에 올려 놓은 체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오늘은 밥 대신 술로 해결하자라고 모두 약속이나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적당한 밥집을 찾지 못하고 대형 마트와 마을 길을 여기 저기 구경만 하고는 계란, 참치, 소세지 샌드위치(각각 1디나르)로 저녁을 해결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먹는 맛 집 답게 맛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산책을 하는 도중에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어 깜깜했지만 하늘에 떠 있는 많은 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레 케프는 산에 중턱에 위치한 마을답게 가베스나 토제르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시원하고 바람도 많이 부는 정말 상쾌한 도시였다. 깜깜한 도시를 걷는 내내 시원한 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숙소로 돌아와 핸드폰 라이트를 켜 놓고 샤워를 하다 보니 불이 들어왔고, 장시간의 이동에 너무나 피곤해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을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이동을 했지만 비교적 운이 좋게 큰 문제 없이 레 케프에 잘 도착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