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59/2014.9.2/르케프, 타바르카/튀니지] 좌절된 지중해 스쿠버 다이빙

빈둥멀뚱 2014. 9. 3. 07:58

 

관리가 안되 쓰레기가 여기 저기 보이는 연못가 카페(la grotte 2)에서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루아지 정류장에 가보니 타바르카(Tabarka)에 바로 가는 직행은 없고 젠두바(Jendouba)라는 중간 도시에 들렸다가 다른 루아지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고 했다. 결국 좀 더 싸고 한 번에 타바르카까지 가는 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을 향하려던 찰나 르케프를 올 때 타고 온 버스의 기사 아저씨를 만났다.

 

그 분도 우리를 기억하고 있어 반갑게 악수하고 인사를 나눈 뒤 우리가 타바르카에 가려고 한다고 했더니 1시 버스가 타바르카까지 한 번에 가고 11시 반 버스는 젠두바에서 내려 갈아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1시까지는 시간이 한참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냥 루아지를 타 보기로 하고 감사의 인사를 한 뒤 루아지에 올랐다. 짐을 싣고 나니 기사 아저씨들끼리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같이 기념 사진을 남겼다.

짐 값을 득달같이 받았던 모로코와는 달리 버스, 루아지를 포함한 튀니지의 모든 교통 수단은 짐 값을 받지 않아서 좋다. 짐 값은 늘 추가적인 지출 같아서 기분이 별로다.

비교적 작은 루아지라 7명이 금방 찼고 짐을 싣자마자 5분도 되지 않아서 바로 출발했다. 그리고는 시원하고 건조한 바람을 맞으며 순탄히 달려 1시간 만에 젠두바에 도착했다(1인 3.8디나르). 친절한 기사 아저씨는 다음 타야 할 루아지까지 잡아주시고 가격도 알려주셨다. 아저씨 덕분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차에 타고 기다리고 있으니 젠두바에서는 타바르카에 가는 사람이 많은지 역시나 금방 사람이 차서 출발했다(1인 4.35디나르).

 

가는 길에 보이는 마을도 예뻤고 아프리카 답지 않게 산에 풀과 나무도 많았으며 길도 좋아 가는 길이 즐거웠다. 시간도 금방 흘러가는 기분이었는데 중간에 쉬지도 않고 열심히 달리니 차는 금새 타바르카에 도착했다. 약 1시간 반 정도 시간이 걸린 듯 하다. 다들 뭐가 그렇게 급한지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 되자 사람들은 주섬주섬 돈을 꺼내더니 운전을 하고 있는 운전사에게 돈을 건넸고 운전사 아저씨는 운전을 하는 와중에도 주머니와 차 대쉬보드 서랍 여기저기서 잔돈을 꺼내 사람들에게 돌려주었다. 조금은 위험해 보이긴 했지만 모든 루아지에서 이런 식으로 돈을 받는 듯 했다. 우리도 돈을 앞 사람을 통해 미리 내고는 잔돈을 받았다.

도착한 타바르카는 식당도 많고 사람도 많은 상당히 분주한 도시였다. 론니에서 본 바로는 타바르카에서는 다이빙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좀 다니면서 알아보고 지중해에서 다이빙도 한 번 해볼 생각으로 이 곳을 오게 되었다. 숙소가 적고 비싸다고 해서 적당한 숙소를 알아보러 돌아다녔지만 정말 론니에 나와 있지 않은 숙소는 한 군데도 없었고 그나마 가장 저렴하다고 나온 숙소는 망해서 영업을 하지 않았다. 1박에 60디나르가 가장 싼 곳이길래 바닷가 쪽으로 가면 갈수록 더 비싸질 것 같아 무작정 반대쪽 시내를 향해 걸었다.

하지만 호텔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지나가면서 만나는 사람들도 호텔은 해변 쪽만을 가리키며 그 쪽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좀 더 찾아보다가 우연히 만난 현지인이 영어가 잘 통하길래 물어 보았더니 자신은 튀니지 여행자 정보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시내 쪽은 전혀 호텔이 없고 해변 쪽으로 가야 한다며 그나마 싼 호텔을 알려 주었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해변 쪽 숙소를 찾았지만 마을 자체가 크지 않아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았다. 1인 25디나르라는 말을 듣고 갔지만 더블 룸이 1박에 65디나르라고 했다(la plage hotel). 아침 식사도 주고 와이파이도 상당히 빨랐지만 가격이 좀 부담스러워서 2박에 100디나르를 주고 아침을 안 먹기로 흥정한 후 방을 잡았다.

 

점심으로 적당해 보이는 식당에서 맥주와 함께 생선 요리(10디나르)와 해산물 오짜(5디나르)를 깔끔하게 비웠다. 가베스 피자집에서 먹은 해산물 오짜 만큼은 아니었지만 제법 맛이 좋았고 가격이 상당히 저렴했다. 나는 어디서 오짜를 시키건 간에 있기만 하면 시키고, 주문한 오짜는 정말 싹싹 긁어서 다 먹는다. 그만큼 내 입맛에 잘 맞고 국물음식이 거의 없는 이 곳에서 얼큰한 양념 국물 맛은 정말 최고다.

식사를 마치고 다이빙을 알아 보려 분주히 여기 저기를 다녔지만 시즌이 지나서인지 모든 곳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전화를 해서 더 알아보는 방법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 없이 우리끼리만 다이빙을 나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에 결국 지중해 다이빙은 다음 기회로 미루는 수밖에 없었다.

 

타바르카에 온 주 목적이 사라져 버리자 조금 허탈했지만 산책을 하면서 보니 바람이 정말 엄청나게 불고 파도가 높아 다이빙을 못하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는 데 한 쪽에 할아버지 두 분이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서 차를 드시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의 푸르름과 어울려 참 여유 있고 좋아 보였다.

 

산책하다 보니 라오스 이후에는 못 봤던 페통을 한 쪽에서 열심히 하고 계시는 마을 분들을 봤다. 그때 나름 재밌게 했던 게임이고 2010년도에 동남아 배낭여행 할 때도 좋은 추억이 많아 잠시 구경하다가 다시 걸었다.

숙소로 돌아와 고민하다가 가장 싼 방이었던 르케프에서 가장 비싼 방인 타바르카로 바로 온 충격에 결국 2박 대신 하루만 자고 내일 튀니스나 비제르테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구경하며 돌아다니다 다이빙 대신 술이나 먹기로 하고 발견한 마트에서 술과 얼음을 잔뜩 사다가 호텔 방의 테라스에서 무한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한 캔, 한 캔 먹다 보니 술이 금방 끝났고 추가적으로 치킨 반 마리와 맥주를 더 사다가 이번에는 프렌즈를 보면서 치맥을 했다. 정말 간만에 맥주를 많이 마신 밤이었다. 3병과 9캔! 나중에는 좀 취하는 느낌이 들어서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정신 없이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