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62/2014.9.5/비제르테/튀니지] 커피, 멜론 그리고 산책

빈둥멀뚱 2014. 9. 6. 05:30

어제 낮잠의 결과로 좀 늦게 자다 보니 아침에도 좀 늦게 일어났다. 요새는 거의 7시반, 8시 정도면 눈이 떠지기는 하지만 오늘도 침대에 몸을 비비며 꿈틀꿈틀 거리다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이 아쉬워 지길래 슬슬 일어났다. 일행은 핸드폰 앱을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잘 이용하는데 각종 여행 정보를 찾는데 이용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와 운동에 특히나 잘 활용한다.

 

-동네 카페에서 아침부터 물담배(시샤)를 즐기는 할아버지들-

오늘도 일어나더니 아침 스트레칭에 관련된 새로운 앱을 틀고는 혼자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다. 나도 간단히 몸을 늘리고는 어제 찾은 빵 집을 다시 찾아 똑같이 빵을 3개 사고는(2.1디나르) 와이파이가 되는 카페에 다시 가서 둘 다 카푸치노를 시켰다(1잔당 0.7디나르). 언제나처럼 날은 좋았고 튀니지 내내 와이파이에 목이 말랐던 우리는 열심히 이것저것을 찾아 보았다.

최근 육로로 카이로에서 다합으로 들어간 여행자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고 여행하다 만난 사람들도 이집트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아직도 버스로 갈지, 비행기로 갈지 고민이긴 하다. 터키에 있을 때부터 살펴본 이집트 국내선 비행기 값은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일단 카이로에 들어가서 현지 사람들이나 여행자들을 만나 정보를 좀 구한 뒤 이동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10만원 정도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지만 괜히 지레 겁먹을 필요 또한 없으니..

한 동안 카푸치노를 마시고 가져간 포도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숙소로 돌아와 열심히 운동을 했다. 역시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여유롭게 있는 동안은 운동도 꾸준히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잼베를 연습한지는 너무 오래 되어 엄청 아쉽긴 하지만 소리가 너무 커서 어디서 치던 조금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을 자꾸 받다 보니 주변에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서는 연습하기가 망설여진다. 돌아다니며 인도식 잼베(?), 터키식 잼베(?), 모로코 탐탐 등 많은 악기를 봤지만 스리랑카에서 산 내 잼베 만큼 소리가 큰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울림이 좋고 멋있긴 하지만 연습하기가 녹록치 않다. 갖고 다니면 무거워서 힘든 만큼 열심히 연습하게 될 줄 알았는데 다니다 보니 익숙해져서 크게 힘들지도 않고 그냥 갖고만 다니게 되었다..

 

 

운동을 하고 씻고는 엊그제 샀다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노란 멜론을 꺼내 먹었는데 시원해서도 좋았지만 정말 크고 맛이 좋았다. 엄청난 크기에 반도 못 먹을 줄 알았지만 먹다 보니 맛있어서 거의 하나를 다 먹었다. 자른 사진도 찍으려고 했지만 한 입 먹고 나니 너무 맛있어서 정신 없이 먹느라 사진도 찍지 않았다.

튀니스 가는 버스를 알아 보려고 터미널에 갔더니 튀니스로 가는 버스와 루아지는 모두 비제르테 남쪽에 위치한 자르주나(zarzouna)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 같았다. 모두들 택시 타고 자르주나 버스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타라고 알려 주었고 공항으로 바로 가는 버스도 10시에 하루 한대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알아보는 김에 비제르테 기차역에도 들려 기차 시간을 확인해 본 후 저녁으로 꾸스꾸스를 먹으러 돌아다녔다. 모로코에서 꾸스꾸스(couscous)를 먹고는 튀니지에서는 오짜가 너무 맛있어서 한 번도 찾지 않았는데 사진을 보니 모로코 꾸스꾸스와는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이라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먹으려고 보니 의외로 꾸스꾸스를 파는 곳이 없었다.

 

결국 생선구이와 샐러드(총 12.7디나르)로 저녁을 먹었는데 양이 좀 적은 것 같아서 지나가다 본 사람 많은 피자집에서 피자 2조각과 초콜렛 크레페를 먹었다(6.7디나르).

 

좀 모자랐다고 생각해서 더 먹은 것이지만 막상 먹고 나니 배가 엄청나게 불러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했다. 모로코와 달리 모기가 좀 있어서 밖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비제르테 역시도 밤에 부는 바람은 정말 시원하고 상쾌해서 산책하기에는 정말 좋다.

 

요새 커피를 하도 많이 먹어서인지 또 커피 한잔이 당기길래 올드 하버 쪽에 우리가 늘 가는 카페에 가서 다시 커피를 한잔 마시고는 항구 근처를 산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가 찻집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성화였다. 그 동안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면 찍고 나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물론 절대 주지 않지만..), 모로코 같은 경우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람들 사진을 많이 안 찍었는데 튀니지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전혀 없었고 사람들이 대부분 사진 찍히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사진을 찍어주니 매우 좋아하면서 한국사람이라고 이야기 해주니 다들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 명은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하기도 했는데 아프리카 내내 ‘곤니찌와’나 ‘니하오’만 들었던 우리에게 상당히 반가운 인사였다. 메디나 앞 쪽을 조금 더 걷다가 숙소로 돌아와 미리 전자 모기약을 꽂았다. 오늘은 절대로 모기에게 뜯기지 않기를 희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