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34/2014.8.8/런던, 마라케쉬/모로코] 드디어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딛다.

빈둥멀뚱 2014. 8. 9. 07:55

역시나 가트윅 공항은 추웠다. 동남아에서 정말 무식하게 에어컨을 틀어 놓는 것처럼 가트윅 공항도 에어컨을 밤새 심하게 틀어 놓아 여전히 아이슬란드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다행히 옷을 두툼하게 입어서 그럭저럭 잠을 자고는 새벽에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잠이 깼다. 일찍 일어날까 봐 버스 시간을 6시 반으로 잡아 놨는데 시간은 5시 조금 넘어 있었다.

수연이가 어디를 가더니 얼굴이 상기되어 돌아왔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어제 자면서 꽂아 놓았던 핸드폰 충전기를 누가 가져가 버린 것이었다. 저번에 아무 문제 없이 잘 충전했고 영국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을 좀 놓았는데 너무 마음을 놓아 버린 것인지, 이제부터 아프리카가 시작되니 정신 차리라는 가르침인지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기분이 좀 그랬다.

미리 사둔 빵으로 아침을 먹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분실물 센터를 찾았지만 10시에나 문을 열길래 바로 포기하고는 버스에 올랐다. national express버스는 시간마다 값이 달랐는데 우리가 탄 버스는 가장 싼 버스라서 바로 우리의 목적지인 루튼 공항(Luton)으로 가지 않고 일단 빅토리아역에 들렀다가 한 시간 후 루튼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마침 저번에 환불하지 못한 오이스터 카드(영국 지하철 카드)도 있어 우리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영국의 출퇴근 시간은 서울과 큰 차이가 없어 차가 곳곳에서 많이 막혔고 6시 반에 정확히 출발한 차는 8시 15분 정도에 우리를 빅토리아 역에 내려 주었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엄청난 출근 인파를 헤치고 빅토리아 역에 가니 다행히 이번에는 줄이 짧아 바로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5GBP). 빅토리아역은 우리나라 서울역처럼 쇼핑몰과 함께 있는 곳이라 나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점심거리를 좀 샀다.

그리고는 다시 루튼 공항으로 출발!

 

10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루튼 공항은 가트윅 공항보다는 확실히 컸고 식당이나 마트, 커피숍, 패스트푸드 점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었다. 우리는 한 켠에 자리를 잡고 무한도전을 잠깐 보다가 끝말잇기 등 시시하지만 재밌는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짐을 붙이고는 생각보다 돈을 안 써서 남은 돈을 재환전하려고 문의하니 수수료로 5파운드가 가져 간다기에 그냥 환전을 포기하고 남은 돈으로 작은 와인과 샴푸, 모기퇴치제 등 잡다한 물건을 잔뜩 샀다. 그리고는 모로코에 가기 위해 라이언 에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라이언 에어의 비행기 내부는 그 동안 탔던 그 어떤 비행기보다 간소했다. 의자나 보딩 패스는 물론이고 심지어 그 흔한 잡지나 비상 탈출 안내문이 없었다. 비상탈출 안내문 같은 경우는 좌석 뒤에 그려져 있었다. 정말 저가 항공의 극한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정말 값이 싸겠구나 하겠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이 비행기편을 비싸게 구입했다..

 

어제 공항 노숙의 여파로 비행기 안에서 정신 못 차리고 자다가 깨서 수연이와 스도쿠, 야구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처음으로 경험하는 아프리카에 도착했다. 모로코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덥지 않고 많이 습하지 않다’이다. 엄청나게 덥고 습할 것으로 상상하다가 8시가 넘어 저녁에 도착하니 바람도 선선하고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입국 수속에 줄이 길어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짐을 찾고 돈을 좀 찾고 나니 밖이 컴컴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까만 밤이라 기분이 새로웠고 마침내 현실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공항 밖으로 나와 왼쪽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19번 버스를 타고(1인 30디람), 마라케쉬(marakesh)의 중심부인 자마 엘 프나(jamaa el fna)에서 내렸다. 저녁을 제대로 못 먹어 출출하던 우리는 뭐 먹을 것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자마 엘 프나 광장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야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무슨 축제 기간인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각종 음식을 사 먹거나 거리 공연을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도 얼른 참여하고 싶어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그나마 저렴한 곳으로 조금 흥정해서 숙소를 잡았다(더블 140디람).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 일단 오렌지 주스부터 한 잔 들이켰다(4디람). 정말 시원하고 맛있는 주스였다. 그리고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 꼬치를 먹을 생각으로 새우, 오징어, 소고기 꼬치를 시켰지만 막상 나온 것을 보니 튀김과 찜요리였다. 아쉬운 대로 먹고 있으니 사방에서 더 맛있어 보이는 것들이 보여 나중에 먹을 것을 미리 생각해 두었다.

 

후식으로 다시 한 잔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는 시간이 너무 늦어 물만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날이 밝으면 마라케쉬는 어떤 모습일 지 정말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