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19/2014.7.24/런던, 레이카비크/아이슬란드] 런던 시내 아웃도어스에서 텐트 구입, 아이슬란드를 향하다.

빈둥멀뚱 2014. 7. 25. 13:34

런던 공항의 에어컨은 상당히 강했다. 바람막이를 입고 잠이 들었는데도 공항 내의 기온이 상당히 낮아서 자고 일어나니 목이 좀 칼칼했다. 충전을 할 수 있게 콘센트를 여기 저기 많이 설치해 주어서 전기 걱정은 없었지만 누워 잘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는 편이라 처음 런던에 오기 전에 기대했던 것 만큼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잠을 잘 수 있었을 것 같다.

새벽 4시를 조금 넘자 조용하던 공항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영국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가 싶을 정도로 아래층으로 내려다보이는 체크인 카운터의 줄은 길었고 지금이 진정한 극성수기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줬다.

 

 

 

 

 

자리에 앉아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군가가 우리가 충전을 하고 있는 테이블 옆에 요거트를 그것도 무려 허니 오가닉 요거트(honey organic yogurt)를 놔두고 갔다. 수연이와 난 서로 눈빛 교환을 했고 꽤나 오랜 시간을 지켜 보았지만, 순수한 요거트를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한 시간을 넘게 관찰한 결과 요거트는 우리의 것으로 판명을 지었고 어제 남은 식빵과 함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 바로 옆 커피가게에서 파는 1.75파운드짜리 요거트였는데 맛이 고급졌다. 정말 먹는 것 마다 비싸지만 비싼 값어치를 하기에 가격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가질 수가 없었다. 추가적으로 베이컨 베이글과 커피 세트(4.95파운드)를 사 먹고는 짐을 한 군데에 뭉쳐서 묶어 놓고 혼자 버스를 타러 나섰다.

원래는 짐을 맡기고 동행과 둘이 같이 가서 텐트를 사오려고 했으나 둘의 교통비와 한 개의 짐을 2시간 이상 맡기면 9파운드라는 파격적이며 손 떨리는 가격에 배보다 배꼽이 커질 것 같아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공항에서 미리 예약을 해 둔 easy bus의 7시 50분 밴을 타고 워털루 역(waterloo stn.)으로 가는 길에 바라 본 런던의 풍경은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본 그대로였다. 특유의 벽돌 건물이 정말 많이 보였고 사프란 볼루에서 본 듯한 오스만 투르크 풍의 건물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자전거족이었다. 생각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남녀노소)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착용한 안전 장비와 그들을 대하는 운전자들의 대응 방식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자전거로 인해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전혀 없이, 둘이 엇갈려 지나가야 하는 곳이면 늘 자전거를 먼저 보내주었던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전거를 타시는 것도 봤는데, 건강에 있어서는 정말 보탬이 많이 될 것 같았다.

 

일부 구간 막히던 곳을 지나 도착한 워털루 역에서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나 보던 회전 관람차를 잠시 먼발치로 구경만 하고 워털루 역에 가서 오이스터 카드(5GBP, 환불가능)를 사고 추가적으로 요금을 충전했다. 

 

 

런던의 지하철인 튜브는 시간대 별로 혼잡시간을 정해서 요금을 달리 하고 있었다. 오전 9시 반 이전에는 좀 더 비싼 요금이었기에 약 10분 정도 워털루 역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콜린데일(colindale)역으로 갔다.

 

 

 

 

 

날씨는 참으로 맑고 화창했고 구름도 거의 없었다. 기분은 저절로 좋아졌고 처음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거리 풍경을 보면서 고아웃도어스(go outdoors)매장을 찾아 걸어갔다. 그리고 10분 정도를 걸었을까, 거대한 기아자동차 매장 뒤로 고아웃도어스의 매장이 보였다. 제법 많은 텐트가 펼쳐져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2,3인용은 한 쪽에 몰려 있어 편하게 비교하며 구경할 수 있었다. 대충 인터넷으로 찾아 보고 왔음에도 가격과 기능을 비교하며 적당한 텐트를 고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12시 반에는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에, 서둘러 보고는 결국 banshee 300이라는 영국 Vango회사 제품을 선택했다(119.99GBP). 아프리카의 비싼 숙박비를 줄여보고자 텐트를 사는 거라 짐 공간을 생각해 3인용으로 구매했는데, 적절한 선택이었는지는 아이슬란드에서 사용해 봐야 알 것 같다. 두 겹으로 되어 있어 비도 잘 막아주고 무게도 2.75kg으로 일단은 만족스럽다.

 

 

 

할인카드(discount card, 5GBP)를 만들고 매트도 2개 사고 나니 시간이 제법 흘렀길래,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워털루 역으로 돌아왔다. 워털루 역에서 오이스터 카드만 반납하고 5GBP만 받았다면 완전한 미션 성공이었지만 가뜩이나 바쁜 시간에 창구의 줄이 너무 길어서 바로 앞사람을 남겨두고 결국 버스를 타러 뛰어 나왔다. 12시 30분 버스였는데, 도착한 시간은 29분.

하지만 버스의 도착 지연으로 20분이나 길거리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혹시 벌써 한 대가 출발한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과 함께..

돌아오는 길은 오히려 출근길보다 정체가 훨씬 심했다. 이것이 자전거족의 출현 이유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거의 두 배의 시간이 걸려 공항에 돌아왔다. 나의 무사 귀환을 공항의 모든사람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해주었다(흠.... 기분탓인가?). 누가 날 환영해 주었던 간에 이제야 비로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마냥 좋았다. 

 

 

 

 

늦은 점심으로 공항 내 하니 하이브(honey hive)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비교해서 그나마 저렴한 곳으로 간 것인데, 연어 파스타와 테네시 햄버거, 330ml 맥주 한 병이 24GBP였다. 하지만 역시나 음식이 나오고 한 입 맛을 보자 불만은 중간 고사 이후의 벚꽃처럼 거의 사라졌다. 정말 둘이 접시를 싹싹 긁어 먹고는 잠시 예능을 보면서 기다리니 어느덧 체크인 시간이 되었다.

더 까탈스러울 것 같았던 WOW항공에서는 역시나 1인당 1개의 가방 10kg만큼만 허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리 20kg로 추가 비용을 결제한 상태였는데, 총 3개의 배낭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두 개의 가방을 최대한 무겁게 한 뒤 수연이의 작은 배낭을 내 가방에 넣고 짐을 줄였다. 다행히 비행기로 잼베를 들고 타는 것에 대해 쿨하게 넘어가서 추가 비용 없이 짐을 붙일 수 있었다. 양쪽으로 매트를 매달고 텐트까지 아래쪽에 묶고 나니 더 이상 배낭 커버는 씌워지지 않았고, 내 배낭은 연료 탱크를 가득 매달고 이륙을 기다리는 아폴로 13 우주 비행선 같았다. 물론 이건, 캠핑 도구를 사서 앞으로의 색다른 여행에 신난 나 혼자만의 상상이다. 남이 보면 그냥 배낭 아니 더러운 낡은 배낭.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아 크로아상과 아침에 남은 베이컨, 우유로 저녁을 먹고는 비행기에 올랐다. wow 항공은 아이슬란드 비행기였는데, 처음에 비행기에 타면서 압도적인 여자 승무원들의 키에 크게 한 번 놀랐고, 예전 판 항공사(Pann)가 있을 때 입었을 것 같은 풍의 유니폼에 다시 한번 놀랐다(catch me if you can에 나온 파란색의 유니폼이 생각났다). 물론 오래된 스타일인 것 같지만, 전혀 촌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상당히 그들의 외모나 체형과 잘 어울렸다. 키는 기내의 4명의 여 승무원 중 3명이 엄청나게 컸고 1명은 좀 크다라고 느낀 정도였는데, ‘이것이 북유럽이다’라며 나에게 자세를 잡고 몸으로 말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커서 그런지 좌석도 꽤 넉넉한 편이라 아이슬란드까지 약 3시간의 비행은 제법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다. 밤 11시가 다 되어 도착한 공항은 아무런 조명 없이 야외의 비행기를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밝았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백야구나하는 생각에 마구 설렜다.

 

짐을 찾고 나오기 전, 면세점 직원에게 물으니 밖에 어디를 나가 사더라도 주류는 이 곳의 2배 가격 이상이라며 술을 사려면 여기서 다 사서 나가라기에 나중에 마트에 가서 사려던 맥주를 그냥 좀 무겁더라도 샀다. 하지만 렌트카 없이 들고 나가야 할 생각에 감당이 안되서 24캔 정도만 샀다. 아이슬란드 맥주인 굴이나 바이킹은 12개당 19유로 정도인데, 밖에서는 얼마일지 나중에 한번 봐야겠다.

마침내 나온 아이슬란드 공항은 누울 자리는커녕 앉을 의자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12시가 다 된 제법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공항은 환했고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공항 자체도 크지 않아서 사람들이 더욱 많게 느껴졌다. 사온 매트를 바닥에 깔고 그냥 잘까 했지만,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지 자거나 캠핑 용품으로 뭘 해 먹거나 하는 행위가 금지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결국 여기 저기를 찾아 다니다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앉거나 번갈아 가면서 누울 수 있는 자리를 찾아서 애써 잠을 청했다. 개트윅 공항의 노숙 환경에 불평했는데, 그래도 여기보다는 개트윅이 훨씬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