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21/2014.7.26/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시내 구경과 지열 해변, 드디어 모두를 만나다!

빈둥멀뚱 2014. 7. 28. 07:45

 

 

아침으로 진라면 1개와 짜파게티 1개로 짜파구리를 해서는 밥과 김을 함께 먹었다. 밥만 먹어도 좋고, 김에 싸서 밥을 먹게 되면 먹는내내 신이 나서 어디 비싼 식당에서 먹는 냥하며 엄청 만족해 했던 것이 네팔에서의 일이었는데.. 짜파구리라니!!! 어제에 이어 오늘도 엄청나게 사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은 한국에 온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모두 이것저것 잔뜩 챙겨온 유진이 덕분이었다. 정말 후회 없는 맛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호스텔 입구에 앉아 렌트카 픽업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다 같이 식스트(Sixt) 렌터카 회사가 있는 항구 쪽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텐트에 모든 짐을 잔뜩 채워 놓았는데, 3명의 짐을 쌓아 놓으니 정말 텐트가 가득 찼다. 도착한 식스트 렌트카에서는 신용 카드가 있어야 렌트가 가능했다. 미리 해야 하는 디파짓(deposit)때문이었는데 다행히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미리 예약한 쉐보레 캡티바를 렌트 했다.

 차를 타고 가장 먼저 간 곳은 레이캬비크 랜드마크 격인 할그림스키르캬(hallgrimskirkja, 발음이 맞는지는 전혀 알수없음... 내 마음대로 읽는 중...)교회였다. 사진으로 볼 때는 로케트 같고 시멘트의 칙칙한 교회 건물이라 정말 내키지 않아 갈 생각도 안 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도 여유 있고 레이캬비크 시내구경에 대해 특별히 계획을 세워 둔 것이 아니라서 한 번 가보기로 한 것인데, 막상 가보니 사진 보다 훨씬 좋고 멋있었다. 

 

 

 

 

 

내가 상상하던 것처럼 넙적하고 못생긴 칙칙한 건물은 전혀 아니었고 제법 날렵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외벽도 콘크리트의 칙칙한 느낌이 아니라 아이슬란드 여기 저기에 퍼져 있다는 주상절리 모습이 완연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느낌 있는 건물이었다. 마침 관람이 가능한 시간이라 안에 들어가 내부를 한 번 둘러 봤는데 파이프 오르간의 크기가 정말 엄청났다.

 

 

마침 오늘 12시에 공연이 있다는 안내판이 있길래 다시 한 번 와서 이 육중하고 거대한 친구의 소리를 들어보기로 하고 교회 주변을 천천히 걸어 산책했다. 

 

 

 

 

 

북유럽의 도시와 건물 그리고 거리가 얼마나 깔끔하고 세련되고 아름다운지를 다시 한번 절실히 느끼면서 두리번거리다 우연히 지나가던 한 커피점에서 꽂힌 유진이는 우리에게 커피를 쏜다며 다시 한번 우리를 내부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내가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장기 여행을 하는 우리를 배려하며 나중에 사달라고 하고는 통 큰 유진이는 커피와 케익까지 사주었다. 초콜렛 케익과 당근 케익이었는데 둘 다 수제 케익인지 부드럽고 맛이 상당히 좋았고 내부 분위기나 음악도 딱 우리 스타일이어서 기분은 말도 못하게 좋아졌다. 한 푼, 두 푼 아끼며 거지 꼴로 생활하다가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즐기니 자연스럽게 기분은 최고조가 되었고 유진이에 대한 고마움은 정말 컸다. 우연히 만난 여행자 일행인데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다니 좋은 아이슬란드와 함께 엄청난 겹 행운이었다.

 

 

 

맛있게 케익과 차를 마시고는 이름이 길고 어려운 교회로 돌아가니 사람들이 제법 많이 줄을 서 있었다. 여유 있게 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공연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레이캬 비크 출신이며 현 대학 교수로 있다는 연주자는 2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극강 동안이었다. 3곡을 연주했는데 속으로는 케리비안의 해적 ost를 들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했지만, 클래식만 3 곡이었다. 엄청나게 크고 높은 교회지만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교회 안을 가득 채우고 넘쳐 밖으로 흘러 나갔고 연주 내내 소리의 빈틈은 없었다. 악기 자체의 생김새도 어마 무시했는데, 손과 발을 정신 없이 움직이며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소리로 모든 공간이 꽉 찼던 공연을 관람하고는 차를 타고 지열온천 바닷가(Nautholsvik Geothermal Beach)로 가기로 했다. 교회에서 나오는데 너무나도 멋진 분위기의 디펜더를 보았다. 

나중에 은퇴하게 되면 캠핑카로도 미국이나 호주, 유럽을 돌고 싶은 나로서는 이런 차를 보면 도저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변을 기웃거리고 차 주위를 한바퀴 돌면서 '우와,우와'거리게 된다.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는 차다.

도착한 해변은 꽤나 여유 있어 보이는 곳이었다. 해변에 붙어 있는 공짜 온천 욕장에서 주변 경관을 보며 유황 냄새 나는 따뜻한 물을 즐겼다. 주변 경치도 너무 좋았고 물 온도도 적당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해변에서 열리고 있는 핸드볼 경기를 보고 있으니 마치 꿈꾸다 꿈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정말 정말 너무 좋았다. 술이 안 되는 줄 모르고 술을 마시다가 안 된다고 해서 관리인에게 먹던 맥주를 뺏겼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 없이 신나고 좋기만 했다.

 

 

많은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해변에 나와 아이슬란드의 여름을 즐기고 있었는데 정말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아이들이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다시 온천 풀장에 들어 오기를 반복하길래 좀 춥긴 했지만 나도 바다에 뛰어 들어 보았는데 바다도 생각보다 차지 않았다. 땅 자체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있어 물이 대체적으로 수영할 만큼 따뜻한 것 같았다. 물론 제법 차가운 곳도 있었지만..

한 동안의 나른한 여유를 즐기다가 다시 옷을 입고 침낭이 없는 유진이를 위해 장비를 대여하러 갔다. 처음 계획은 코펠과 버너, 침낭 정도를 대여할 계획이었지만 캠핑장에서 코펠을 하나 얻었고 자춘이와 승혁이가 모두 버너를 가져오기로 해서 대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침낭의 예약이 이미 꽉 차 있었다. 다른 곳도 가보자는 우리의 제안에도 거의 문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아님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불편할까 봐 우리를 배려한 것인지 그 자리에서 바로 쿨하게 침낭을 사버리는 유진을 보고 다시 한번 그 털털함과 화통함에 감탄했다. 나라면 열심히 검색해 보고 짜잘하게 비교한 후에나 샀을 텐데 말이다.

 

 

나머지 둘을 공항에서 픽업하기 전에 장을 보기로 해서 블로그에서 미리 본 대형 쇼핑몰 스마라린드(smaralind)로 갔다. 거대한 몰이었는데 그 안에 있는 마트인 Hagkaup의 가격이 우리 숙소 주변을 돌아볼 때 알아본 가격에 비해 그다지 저렴하지 않아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가려다 바로 옆에 있는 유명한 체인점 마트인 보너스를 발견했다. 그 곳에서 한동안 먹을 식자재와 돼지 고기를 싸게 구입해서는 자춘이를 픽업하러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도 여전히 엄청난 구름이 매우 낮게 떠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높은 산에 있는 것처럼..

 

 

드디어 만난 자춘이는 그 동안 사진이 없어 외모를 모르고 있었지만 카톡에 프로필로 올려놓은 그림과 정말 똑같은 외모를 갖고 있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40km정도 되는 먼 길이었지만 승혁이가 2시간 반 후에나 도착하기로 해서 일단 저녁 준비를 하기로 하고 먼저 모두를 캠핑장에 내려준 후 다시 승혁이를 픽업하러 갔다왔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숙소로 돌아와 자춘이가 준비한 돼지고기 바베큐를 먹었는데 정말 돼지고기에 설탕과 각종 소스를 첨가한 것처럼 고기가 달고 맛있었다. 적당히 배어있는 육즙과 알맞게 익은 버섯에 아이슬란드 맥주인 바이킹과 굴(Gull)을 곁들이니 천상의 맛이었다. 바베큐장이나 테이블 등 시설도 너무나 잘되어 있어 저녁 먹기가 참 수월했는데 사람도 정말 많았다. 비로서 다 모인 아이슬란드 멤버들은 다들 밝고 명랑한 구김살 없는 성격이라 한 잔씩 먹으면서 말을 편하게 놓고, 앞으로 잘해보자며 의기투합해서 새벽까지 즐겁게 술을 마시고 놀다가 잠 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