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32/2014.8.6/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캠핑장에서 휴식을.. 아이슬란드의 생선요리와 기가 막힌 피쉬 앤 칩스

빈둥멀뚱 2014. 8. 7. 02:14

오늘은 다들 다음 여행지를 대비하며 쉬고 정보 검색을 하기로 한 날이라, 넉넉하게 8시에 일어났다. 어김 없이 햇볕이 텐트를 비춰주어 아주 따뜻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공짜 물건이 쌓인 곳에서 얻은 매쉬 포테이토(mashed potato)와 스프, 빵으로 아침을 먹었는데 살짝 양이 부족한 것 같아 남은 스프를 이용해 파스타를 조금 해서 나누어 먹었다.

식사를 하다 보니 한국인 아이들이 좀 보였는데,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인솔하시는 선생님 한 분과 같이 캠핑을 온 것 같았다. 1-2주 기간으로 왔다고 했는데, 그 나이에 아이슬란드에 와 보다니 정말 운이 좋은 아이들이었다. 우리에게 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함께 찍고는 우리가 먹고 있던 스프 파스타를 조금 주었더니 방금 일어났다면서 정말 잘 먹었다. 결국 아이들에게 모두 주어버리고 열심히 먹는 모습을 지켜 봤다. 한창 먹을 나이라 맛있다고 연신 말하면서 먹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정리를 하고 Sixt 사무실로 렌터카를 반납하러 갔다. 사실 두 번째 차가 돌에 걸린 사고로 인해 차 바닥이 살짝 들어갔다. 비록 가능한 모든 보험을 다 들어 놓아서 피해 보상을 해도 그 액수가 최소한이긴 하겠지만 혹시 추가적인 금액이 들까 봐 다들 표정관리 잘 하자고 다짐하고는 렌터카 회사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제법 있었지만 반납을 하러 왔다니 바로 우리 차부터 확인을 했는데, 우리가 전혀 인지 하지 못했던 정면 유리의 미세한 금을 찾아냈다. 아마도 오프 길을 달리다가 튀어 올라온 돌맹이에 조금 금이 간 것 같은데, 다행히 그래벌 프로텍션(gravel protection)을 추가로 들어 놓아서 전혀 돈이 들지는 않았다. 당연히 바닥은 전혀 살펴 보지도 않았고 우리도 몰랐던 미세한 금을 찾아 내고서는 의기양양해서는 피해에 대한 서류 하나만 작성해 달라고 했다.

우리는 표정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며 해당 서류에 서명을 해주었고 무사히 렌터카를 반납할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약 추가적인 보험을 들지 않았다면 얼마를 물어야 하냐고 물어보니 1038유로를 보상해야 한다고 해서 보험 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슬란드의 대표적 국도인 1번 링로드에도 오프구간이 있을 정도로 거친 도로가 많으므로 오프로드를 탈 계획이 있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모든 보험에 다 가입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Sixt 렌터카에서는 우리를 캠핑장까지 데려다 주어서 무사히 돌아와 잠시 밀린 블로그를 쓰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유진이가 현지인들의 유명 식당을 알아왔다면서 점심에 같이 가자고 했다. 피쉬 앤 칩스 및 각종 생선 요리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는데 가격도 그 동안 갔었던 곳보다 훨씬 싸다고 했다. 점심 특가라면서..

 

점심 때가 되어 넷이서 가벼운 발걸음을 하고는 식당을 향했는데 우리가 있는 캠핑장 바로 옆이었다. 호스텔 건물을 나서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되는, 걸어서 약 1분 40초 밖에 안 되는 거리였다. 12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맛 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고 마지막 남은 한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우리 뒤로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우리는 가자미 그라탕(Plaice gratin, 1790ISK), 튀긴 해덕(대구과, 피쉬 앤 칩스, 1690ISK), 아이슬란드 전통의 플록피쉬(plokkfish, 1490ISK)와 밍크 고래(1990ISK)를 시켜 먹었는데 밍크 고래는 다른 고급 집에 비해 조금 떨어졌지만 나머지 생선들의 맛은 기가 막혔다. 모든 생선이 정말 부드러웠고 입안에 넣자 마자 씹을 필요도 없이 목으로 넘어갔다. 대부분 살짝 짠 맛이라 맥주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는데 술을 쏜다며 유진이가 시킨 맥주와 화이트 와인은 우리 생선요리의 완벽한 친구였다. 현지 사람들이 괜히 와서 줄 서서 기다려 먹는 게 아니구나를 느끼며 즐거운 점심 식사를 앞선 식당들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값에 맛있는 식사를 했다.

다들 살짝 알딸딸해져서는 숙소로 돌아와 쉬러 들어가고 우리는 블로그를 쓰며 다가올 모로코에 대해 조금 찾아 봤다. 좀 졸리긴 했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잠이 깼고 어느덧 다시 저녁 시간이 되어 버렸다.

다시 모인 우리는 근처 KFC에 가서 엄청난 양의 치킨을 끝내주는 바다와 산 경치를 보면서 야무지게 뜯어 먹었고 심지어는 유진이가 시킨 치킨이 남아서 챙겨 오기까지 했다. 넷이 앉아 그 동안의 다 같이 달려온 3100여km의 아이슬란드를 돌아보며 즐거워 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의 여행, 각자의 미래, 다음 여행지, 과거의 시험, 우리나라의 교육문제, 유진이의 연애사까지..

그리고는 캠핑장으로 돌아와 내일 마지막 아침을 기대하며 각자 텐트로 돌아갔고 나는 잠시 누워 빈둥된다는 것이 깊은 잠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