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27/2014.8.1/뮈바튼, 아큐레이리/아이슬란드] 정말 완벽했던 하루, 네이처 베스(nature bath), 아큐레이리 RUB23

빈둥멀뚱 2014. 8. 2. 07:22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텐트를 걷고 식당 내에 자리가 없어서 비를 맞으며 밖에서 계란 후라이를 준비해서 차 안에서 빵과 사과, 콘옥수수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제법 날이 쌀쌀해서 차 안에서 밥을 먹으니 모든 창에 김이 서렸다.

다들 여유 있게 일어나 밥을 먹고 나니 시간이 10시 반이었다. 뮈바튼 캠핑장에서 네이처 베스 입장권을 사면 3500크로나인 입장료를 3200으로 할인해 준다길래 티켓을 사서 네이처 베스(nature bath)를 향했다. 비도 여전히 내리고 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온천하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인 날이었다.

 

 

 

입구부터 김이 모락 모락 나는 것이 보여 기대가 많이 됐는데, 내부는 더욱 훌륭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었고 물 색깔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사람도 많지 않아서 엄청나게 넓은 온천을 우리가 거의 전세 낸 듯이 쓸 수 있었다. 자연적으로 물이 데워지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따뜻했지만 군데 군데 뜨거운 곳이 있어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정말 딱이었다. 느낌은 랜드마날라우가르의 자연 온천과 비슷했지만, 물 색은 많이 달랐고 멀리 보이는 전망도 정말 좋았다. 또한 안개가 많이 껴서 ‘선녀와 나뭇꾼’에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할 것만 같은 곳이었다. 물론 주변에 선녀 느낌 나는 사람은 전혀 없었지만..

 

한참을 여유 있게 온천욕을 즐기다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유진이만 남겨두고 캠핑장으로 돌아가 핫도그와 맥주로 점심을 먹었다. 

 

역시나 꿀맛 이었다. 피클, 할라피뇨, 스파게티 소스, 옥수수로 핫도그 속을 채우니 정말 풍성한 느낌이었다. 배가 부른 지금도 침이 나온다.

 

 

 

 

 

점심 먹 향한 곳은 데티포스(Detti foss)였다. 데티포스는 주차장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 들어가야만 있었다. 유럽 전체에서 수량이 가장 많다고 알려진 곳인데, 정말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엄청났다. 검은 흙탕물이었지만 폭포로 인해 생기는 물보라도 상당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뮈바튼에서 많이 떨어져 있어 가는 데 예상했던 것 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바람에 이때부터 좀 서둘러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아 나오는 길에는 셀포스(sellfoss)라는 다른 폭포도 먼 발치로만 봤는데, 상당히 멋진 폭포였다. 역시 이곳도 유진이와의 약속시간이 촉박해서 스치듯이 보고 돌아갔다.

 

 

다시 유진이를 태우고 흐베리르(Hverir)를 들려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물과 압력 밥솥처럼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보고는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정말 이때는 시간이 촉박해서 거의 패키지 여행처럼 사진만 찍고 슬쩍 보고는 이동을 했다. 다음 장소는 Viti crater라는 분화구였다.

 

멀리서 보기에도 엄청나게 큰 분화구였는데, 정말 한참을 올라가서야 꼭대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주변을 한 바퀴 돌며 구경하는 사람도 있는 듯 했는데, 우리는 돌지는 않고 분화구 내부와 주변만 둘러 보았다. 분화구 내부는 물도 없고 검은 흙만 잔뜩 차 있어 특별한 감흥은 없었지만 오히려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는 주변의 풍경이 정말 환상적이었다.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 멀리 보이는 설산과 붉은 색 화산 지대, 푸르른 이끼와 나무의 조화는 정말 경치의 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역시 아무리 설명해도 사진으로나 글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달리는 도중에 뮈바튼 호수를 따라 난 길로 갔는데 날씨가 정말 좋아 하늘빛을 온전히 머금은 파란빛의 호수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유진이가 미리 예약한 식당시간인 6시에 맞춰 아큐레이리(Akureyri)에 도착하기 위해 또 다시 열심히 달려 갔는데, 고다포스(Godafoss)를 바빠서 안 들리려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엄청난 모습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규모도 규모지만, 주변의 풍경이나 물의 색 등이 지금까지 본 폭포 중에 최고였고 모두가 동의했다. 아이슬란드는 조금만 달리면 사방에서 물이 쏟아지고, 조금만 달리면 김이 올라오며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구름이 낮고 크고 무지개가 진하고 큰 정말 뭐랄까... 하.. 미친 자연의 나라다..

 

한 동안 주변에 서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가 다시 차에 올라 아큐레이리로 향했다. 한 동안을 달려 도착한 아큐레이리는 초입부터 정말 아름다웠다. 바다와 접한 항구도시인 만큼 많은 배가 보였고 아이슬란드 제 2의 도시답게 한 눈에 보기에도 규모가 상당했다. 우리가 도착할 쯤에는 정말 엄청나게 큰 크루즈선이 들어와 있다가 마침 나가며 주변으로 제법 큰 물 보라를 일으켜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우리가 간 식당은 아큐레이리 교회 바로 앞에 있는 RUB23으로 빨간 외벽이 아름다운 식당이었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그 동안 한번도 식당에서 사 먹지 않고 처음 생각했던 회비보다 상당히 저렴하게 여행을 잘해서 이 곳에서는 한번 여유 있게 먹기로 했다. 거기다가 화통한 유진이가 샴페인과 포도주를 한 병씩 쏘는 바람에 우리의 저녁은 더욱 더 낭만적이고 여유로워 졌다.

사진에서 보이는 순서대로 소고기 스테이크, 양고기, 주방장 추천 생선 요리와 밍크 고래다. 조금씩 순서대로 먹어보았는데, 하.. 정말 말도 안 되는 맛이었다. 우리는 끊임 없이 감탄하고 감동하며 저녁 식사를 했다. 생선 요리와 소고기 스테이크는 입에 넣자마자 녹아 내렸고 양고기는 비린내가 전혀 없이 부드러운 식감의 소고기 같았다. 처음 먹어 보는 밍크 고래는 포유류라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이 마치 정말 맛있는 소고기를 먹는 느낌이었다. 생선의 비린 맛은 전혀 없었고 소고기 같은 질감이지만 맛은 소고기와는 확연히 구분이 되는 새로운 종류의 맛이었다.

모든 고기의 맛 표현이 소고기 같다고 해서 좀 그렇지만, 현재로서 나의 최애 고기인 소고기에 비유해서 설명하는게 그나마 제일 날듯하다. 소고기 같다는 건 부드럽고 씹는 느낌이 적당히 좋으며 풍미가 좋고 색이 고우면서 깔끔한 고소함과 목구멍으로 음식을 삼키는 동시에 저절로 우와라는 소리가 의도치 않게 나오는 맛이란 뜻이다...!

 

 

식사 후 살짝 여유가 있어 잠시 마을을 돌아보았다. 건물, 길, 표지판, 낙서나 구조물까지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지만 1주일간 24시간 내내 동거동락했던 승혁이가 떠날 시간이라 아큐레이리 공항으로 갔다. 작고 아담하지만 정말 깨끗하고 시설 좋은 공항이었다. 잠시 앉아서 와이파이를 쓰다가 모두가 아쉬워 하며 마지막 포옹으로 승혁이를 보냈다. 한국에서 꼭 한번 다시 만나 고기 먹기로 약속을 하고..

 

 

 

 

 

다시 시내로 돌아와 캠핑장에서 텐트를 셋팅하고(1인 1100크로나, 1텐트 100크로나), 마침 어제부터 시작된 아큐레이리의 축제를 즐기러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중심 거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무대가 설치된 곳으로 가니 이미 한창 공연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며 아이슬란드의 지지 않은 해가 만들어 내는 부드러운 석양을 배경으로 해서 공연을 즐겼다.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하는 건지, 제법 멀리서 공연을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수준도 상당했다. 처음 노래 부는 여자의 목소리 톤이 정말 좋았는데, 우연히 우리가 구경하고 있는 곳 근처로 왔길래 같이 사진도 찍었다.

3팀 정도의 공연을 구경하다가 가만히 앉아 있으니 상당히 추워져서 다시 캠핑 사이트로 돌아왔다.

일주일간 달려왔던 모든 피로가 풀리는 듯한 네이처 베스, 아름다웠던 고다 포스, 비티 크레이터에서 내려다 본 저 먼 곳의 설산과 저녁 식사 때 와인과 함께 했던 정말 말도 안 되게 맛있는 그리고 다양한 육류들, 잔잔한 음악으로 우리의 기분을 말랑말랑하게 해주었던 환상적인 공연까지 정말 뭐하나 버릴 것이 없는 완벽한 하루였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질릴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