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28/2014.8.2/아큐레이리, 흐밤스탄기/아이슬란드] 평화로운 어촌 마을 시글로피오르드, 물개와의 재조우

빈둥멀뚱 2014. 8. 3. 03:49

자고 일어났는데 밖에서 비추는 햇빛으로 인해 텐트 안이 후끈후끈 했다. 기분 좋은 따사함으로 하루를 시작해 스프, 식빵, 사과, 잼으로 아침을 먹었다. 역시 빈자리는 크다더니 5명이서 북적거리다가 승혁이가 빠지고 나니 왠지 좀 허전했다. 장을 보려고 시간 맞춰 9시가 좀 넘어 출발했지만 토요일이라 마트 여는 시간이 10시였다. 먼저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디젤 138.3isk/L), 아큐레이리 끝 쪽에서 발견한 보너스 마트 앞에서 문이 열기만을 기다렸다.

여행 중 2번째로 여행 중인 한국인 여자 2분을 만났는데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는 중이었다. 서로의 여행에 행운을 빌어 주고는 오늘과 내일 먹을 식량 장을 봐서 서쪽을 향해 링로드를 다시 달렸다. 정말 화창하고 맑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1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813번, 82번, 76번 도로를 따라 달

렸는데 해안 도로이다 보니 한쪽으로 바다가 계속 보였고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하.. 표현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아이슬란드. 그러니깐 이 해안가는 피구왕 통키의 만화 주제가와 첫 장면이 떠오르는 그런 바다였다. '아침 해가 빛나는 끝이 없....' 그 그거..

 

 

 

구름도 적은 정말 좋은 날이다 보니 차 안의 공기도 따뜻해졌고 모두들 단잠에 빠졌다. 그리고 도착한 마을은 어제부터 축제가 진행 중이라는 시글로피오르드(siglufjordur)라는 이름의 항구 마을이었다.

 

 

 

11시 살짝 넘은 시간이었는데 항구 마을 역시도 집의 색깔이 정말 예뻤고 주변을 둘러 싼 산의 지형도 환상적이었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을 구경하다가 항구 주변에 있는 정말 잘 꾸며 놓은 식당에 들러 나무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었다.

 

마을 중심부도 구경 갔는데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무대도 설치 되어 있었지만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마을 여기 저기 수 많은 카라반과 캠핑카들이 서서 캠핑을 즐기고 있었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캠핑 체어에 앉아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햇살을 즐기고 계셨다.

 

 

혹시 생선이나 홍합을 팔면 좀 살까 하고 둘러 봤지만 이미 시장은 닫은 후여서 마트에 가서 직원이 추천하는 정어리 조림(herring)을 사서 다시 출발했다. 아이슬란드는 워낙 캠핑하는 사람이 많아서 인지 도로 옆에 테이블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차를 타고 다니다가 멈춰서 잠깐 주위를 둘러 보기도 하고 차를 한잔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 오늘도 지나가다 전망이 너무나도 멋진 곳에 테이블이 있길래 차를 세웠다. 이미 다른 차 한대가 서서 노인 한 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고 이어 다른 차 한대도 잠깐 서서 사진을 찍고 갔다.

 

 

 

우리도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고 유진이가 산 정어리 조림을 빵에 싸서 할라피뇨와 피클과 함께 먹었다. 새로운 신세계였고 정말 너무나도 멋진 맛이었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과 더 시원한 맥주, 말도 안 되는 주변 풍경이 끝내주는 맛에 큰 기여를 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술을 먹은 나 대신 자춘이가 운전대를 잡고 흐빗세르쿠르(Hvitserkur)를 향해 달려갔다. 나는 곧 낮잠에 빠졌고 잠시 졸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풀 밭을 가로 질러 난 길을 따라 해변가로 걸으니 기암괴석이 바닷가 중간에 서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흰 새들이 날라 다니며 바닷물 안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역시나 흙색이 검은 색이라 파란 바다는 아니었지만 물은 상당히 깨끗해 바닥의 풀까지 다 들여다 보였다. 잠시 걷다가 다시 차를 타고 물개가 출현한다는 쪽을 향했다.

 

차를 달리다가 귀여운 물개 표시를 보고 차를 세웠는데 이름이 유가스타오이르(llugastaoir)이었다. 정말 아이슬란드 지명은 어떻게 읽는지 조금도 짐작을 할 수 없다. 대충 영어식으로 얼버무리며 읽고 나서 맞기를 바랄 뿐이다.

 

 수많은 새들이 날아다니고 저 멀리 떠있는 태양빛을 받은 물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해변 길을 따라 노란색과 하얀색의 들꽃이 가득 피어있는 멋진 해안이었다. 처음에 물개가 바로 보일 줄 알고 기대했다가 막상 보니 해안을 따라 조금 걸어야 하는 곳이었고 길이나 주변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오랜만의 산책이 상당히 반가웠다.

 

도착한 곳에는 물개를 볼 수 있는 조그만 간이 관찰소가 설치되어 있었고 어마 무시하게 성능이 좋은 망원경도 있었다. 물 한 가운데 암석 위에 드문드문 물개들이 보였는데, 잠시 보고 있으니 사냥을 하는 것인지 그냥 혼자 노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물개 한 마리가 마치 돌고래처럼 물 위로 뛰어 올랐다가 물 속으로 처 박히며 열심히 한 방향을 향해 헤엄쳐 가고 있었다. 돌고래 쇼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래가 뛰어 오르는 사진은 본 적이 있었지만 물개가 쇼가 아닌 자연에서 물 위로 뛰어 오르는 모습은 처음 목격한 것이라 엄청난 행운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조금 일찍 캠핑장을 찾아 내일을 대비해서 일찍 쉬기로 하고는 약 20km 정도만 더 달려서 흐밤스탄기(Hvammstangi)마을 내에 있는 캠핑장에 자리를 잡았다. 비가 잠시 내렸는데, 비를 피할 수 있는 바베큐 장소와 식당, 와이파이, 샤워 등의 시설이 모두 공짜인 엄청나게 좋은 캠핑장이었다. 주인이 와서 돈을 내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이 곳에 온 첫 번째 한국인이라고 했다. 뭔가 달에 발을 내딛은 것 같은 묘한 감정이 생기며 기분이 좋았다(1인 1000Ikr). 아저씨 설마 모든 한국인에게 하는 립서비스는 아니겠죠?! 그쵸?

 

요새 캠핑을 계속하다 보니 다들 와이파이를 못 썼는데 일찍 식사를 하고 식당 내에 둘러 앉아 충전을 하며 와이파이를 쓰고 있으니 내 몸이 다 충전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차에서 뭐를 좀 꺼내려고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해가 지는 서쪽을 봤는데 하늘이 불에 타고 있는 듯한 엄청나게 멋진 석양이 온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구름이 햇빛을 받아 마치 불꽃이 이는 것 같았고 주변의 잔디와 나무, 앞쪽으로 보이는 바다와 함께 정말 끝내주는 석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하나도 표현이 안되지만 정말 빨갛고 빨간 석양이었다. 빠아아알간 석양.

정말 멋진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