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25/2014.7.30/스코가포스, 호픈/아이슬란드] 생애 처음 만난 빙하와 완벽한 캠핑 장소

빈둥멀뚱 2014. 7. 31. 07:05

 

 

오늘부터는 부지런히 일어나서 좀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7시 전에 일어나 텐트를 정리하고 밥을 먹고는 8시 10분쯤 캠핑장을 나섰다.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빙하 위를 걷는 글래시어 워크도 몇 시간이 적절할지 알 수 없어 예약을 안하고 왔기 때문에 좀 일찍 출발하기로 한 것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텐트 밖으로 보이는 폭포와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너무 좋아 행복해 하다 보니 출발이 조금 늦어졌다.

 

 

아이슬란드는 날씨가 구름만 엄청 끼고 비가 자주 내려 햇빛을보기가 힘들다던데, 우리는 운이 좋은 것인지 비가 온 날 보다 햇빛에 화창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열심히 동쪽을 향해 1번 링로드를 달리는데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고 마치 노을인 것처럼 붉은 하늘이 바다 위로 보였다. 오전 10시쯤에 붉은 하늘이라니.. 정말 신비로웠다. 왼쪽으로는 눈 덮인 산이 보이고 계속적으로 연결된 절벽 사이사이로 떨어지는 폭포가 보였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다. 아이슬란드는 정말 자연에 있어서는 끝이 없는 듯 했다. 아무리 좋은 것을 보아도 새롭고 놀라운 광경이 계속적으로 펼쳐져서 할말 없게 만든다.

 

 

 

시간적으로는 촉박하고 여유가 없었지만 너무나 멋진 폭포를 봐서 안 멈출 수가 없었다. 주변에 몇몇 집들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관광지가 아니고 이름 없는 폭포인 듯 했는데, 아이슬란드에는 너무나도 폭포가 많아서 왠간한 것들 아니면 이름도 없다는 말이 사실인 듯 했다. 잠시 흐르는 폭포 물에 손을 담궈 보고는 태양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거의 150km를 넘게 달려 먼저 도착한 곳은 스카프타펠(skaftafell) 국립공원에 있는 글래시어 워크 예약 센터였다. 지인이 알려준 좋은 곳으로 예약을 하려 했는데, 이미 예약이 꽉 차서 3시 반 밖에 가능한 시간이 없었다. 2시간 반짜리와 4시간 짜리가 있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이 2시간 반짜리로 예약을 했다 (1인 8900크로나). 그러고는 요쿨살론(jokulsarlon)블루 라군에 가면 보트 투어가 30분에서 한 시간 마다 있어 쉽게 탈 수 있을 것이라는 투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신이 나서 요쿨살론을 향해 달려갔다. 차로 약 40여분 걸리는 거리였지만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는 길에 빙하가 보이길래 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일단 구경을 좀 하러 들렀다. 한 여름이었지만 역시 빙하가 있는 곳은 다른 곳에 비해 확연히 추웠고 엄청나게 불어오는 바람도 추위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접하는 빙하에 추운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구경했는데 산 꼭대기부터 맨 아래까지 이어진 얼음 덩어리의 행진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다시 차에 올라 보트 투어를 기대하고 요쿨살론에 도착해 보니 작은 배인 조디악 보트는 2시에나 예약이 가능했고, 큰 배는 오늘 너무나 많은 빙하가 쏟아져 내려와서 운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침 9시반 이후로는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조디악 보트에 예약만 하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봐 점심으로 라면과 빵만을 먹으며 기다려 봤지만 미리 예약했던 모든 사람이 투어를 위해 나타났다.

 

 

결국 배는 타지 못하고 요쿨살론의 주변 길을 따라 걸으며 수 많은 빙하가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구경했다. 바람은 엄청나게 강했고, 많은 새들이 바람을 가르며 흐르는 빙하 사이에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검은 물체가 보이길래, 뭔가 하고 지켜 봤더니 물개였다. 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4-5마리 이상이 보였는데, 물개도 열심히 물살을 가르며 사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야생 물개를 처음 본 것이라 신비하고 귀여웠다.

파란 에메랄드 색을 띄고 있는 빙하를 보고 사진을 찍다가 직접 물에서 꺼내어 맛을 보기도 했는데, 철분이 많이 포함 되어서인지 약간은 피 맛이 비슷하게 났다.

 

옆에 있는 언덕에 올라 빙하들이 녹아 내리는 요쿨살론을 바라 보면서 빙하를 넣은 맥주를 나누어 마셨다. 정말 황홀한 기분이었다.

 

 

 

제법 만족해서는 스카프타펠로 돌아가 공원 잔디밭에 앉아 과자를 먹으며 햇빛을 즐겼다. 그리고는 시간이 되어 각자 발에 맞는 아이젠을 챙겨서는 투어 차에 올랐다. 밴은 우리를 빙하 근처에 내려 주었고 한 10분 걸어 들어가자 우리는 이미 얼음 위에 서 있었다. 그때부터는 아이젠을 발에 착용하고 나누어 준 액스를 손에 들고는 한 줄로 서서 조금씩 나아갔고 적당한 곳에 이르러 빙하에서 걷는 법과 액스 사용법. 주의 사항들을 배웠다.

 

 

우리 모두는 굉장히 잘 했지만 역시 서양 애들은 이런 것에는 조금 약한 듯 했다. 굉장히 어색하고 어눌해 보이는 몸짓으로 배운 것을 따라 하는데 표정은 즐거운 듯 정말 밝았다. 오르막 내리막 경사로 이동 방법을 배우고는 빙하 위를 다시 한 줄로 걸어 이동했다.

 

 

잠시 걷고 도착한 곳은 빙하 속 얼음 동굴이었다. 비록 엄청 짧고 좁은 동굴이었지만 사방이 얼음으로 된 맑고 투명한 동굴 속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빛이 반사 되어 반짝 반짝 거리는 곳도 있었고 하얀 빛을 내는 곳도 있었다.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이후로도 여기 저기를 걸어 다니고 동굴이 생성된 과정, 빙하가 형성되는 과정, 크랙이 생기고 없어지는 과정 등 빙하에 대한 설명을 들어가며 여기 저기를 움직였다. 하지만 2시간 반은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다. 장비 사용 설명과 움직이는 방법 등을 배우고 한 번씩 해보고 나니 돌아다닌 시간은 정말 짧았는데, 그나마 작은 동굴에 한 그룹 씩 들어갔다 나오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다니다 보니 비가 오기도 해서 조금 추웠다.

 

 

거의 걸은 것 없이 끝나 좀 아쉽기는 했지만 끝날 때가 되니 배가 고파져서 좀 일찍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빙하 투어가 끝나고는 다시 스카프타펠로 돌아와 바로 짐을 챙겨서는 길을 나섰다.

 

 

 

 

이미 마트가 다 닫을 시간이라 고기를 먹고 싶다는 바람에도 고기를 살 만한 곳이 없었고 그나마 큰 마트가 있을 만한 가장 가까운 도시가 호픈(hofn)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은 100km 이상 떨어져 있는 호픈에 가기로 하고 열심히 달려 갔다. 가면서 우리는 각종 음식을 상상하기 시작했고 한국의 맛있는 음식을 이야기 할 때마다 고통은 더욱 커져 갔다.

혹시나 있으면 먹자면서 KFC나 도미노 피자가 있기를 바라면서 1시간 반 정도를 달렸는데, 도로의 차들이 필요 이상으로 천천히 달려 모두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기도 했다.

 

결국 8시가 좀 넘어 도착한 호픈에는 원하는 식당도 없었고 마트도 이미 닫은 상태라 캠핑장에 가서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로 저녁을 먹었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밥을 먹고 텐트 칠 곳을 찾으려는데 텐트 확인을 하러 다니던 주인 아저씨와 만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들었다.

바람이 무척이나 쎈곳이라 먼저 도착해 텐트를 셋업한 다른 사람들의 텐트가 무척이나 흔들리고 있었다. 다른 도시 캠핑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원하는 위치에 텐트를 쳤었는데 이곳에서는 바람이 심해서 사람들이 모두 바람을 피할수 있는 위치에 텐트를 설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인아저씨를 따라 간 장소는 화장실이나 샤워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정말 엄청난 곳이었다. 호픈은 정말 바람이 심한 곳이었는데, 나무로 사방이 막혀 있고 누군가 땅을 파서 불을 피울 곳까지 만들어 놓은 정말 완벽한 곳이었다. 우리는 신이 나서 텐트를 치고 주변에서 마른 나무 조각을 모아 불을 피웠다.

 

 

정말 오랜만에 만든 캠프 파이어에 모두의 얼굴에도 붉고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불을 중심으로 다들 둘러 앉아 맥주를 한잔 마시며 완벽했던 하루와 더욱 완벽한 캠핑장소를 축하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