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49/2014.8.23/튀니스/튀니지] 메디나 구경, 부대찌개와 바게트 빵

빈둥멀뚱 2014. 8. 24. 04:31

모로코가 튀니지에 비해 절대적으로 좋은 점은 모기가 없고 밤에는 정말 시원하다는 점이다. 숙소에 제법 모기가 많아 밤새도록 뜯기며 고생을 했다.  하지만 더워서 창문을 닫을 수도 없는지라 일어나자 마자 오늘은 모기약을 꼭 사자고 다짐을 했다.

 

아침은 메디나 안 쪽에서 먹기로 결정하고 걸어 들어갔는데 모로코의 일반적인 메디나 같은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카사블랑카의 메디나와 비슷했다. 아기자기한 길이 나온다기 보다는 많이 꼬여있는 좀 좁은 골목길의 동대문 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혹시나 해서 여기 저기를 둘러 봤으나 계속 비슷한 느낌이었고 현지 식당은 보이지 않아 둘러 보다 길에서 파는 양파 빵(0.5 디나르, 약 300원)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그러다 지도도 안보고 계속 가고 싶은 쪽으로 꺾으며 가다 보니 어느새 메디나 밖으로 나가 한참 거리가 떨어진 다른 시장으로 오게 되었다. 과일과 육류, 생선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파는 우리나라 시골 시장 같은 느낌이었는데 과일이 정말 쌌다. 포도 1kg을 우리나라 600원 정도인 1디나르에 사서 다시 지도를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햇빛도 제법 뜨거웠고 날이 더워 정말 몸이 축 늘어지는 날이었고 모기로 인해 일행은 온 몸에 가려움을 호소하며 고통스러워 했다. 잠시 쉬다가 운스를 하고는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서 점심을 방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토마토, 양상추, 요거트, 우유를 사서 샐러드를 해 먹었다. 하지만 양상추인줄 알고 산 채소는 질기고 희한한 맛을 냈다.

 

 

마트에서 사 온 안 시원한 맥주를 먹으며(1캔 2디나르) 운동 후 나른함을 즐기며 모로코 이후로 열심히 보는 ‘프렌즈’를 봤다. 일행도 정말 좋아하는 미드라 어느 새 보고 있다 보니 오후의 편안함 속에 깊은 낮잠에 빠져 들었다.

 

 

좀 쉬다가 이번에는 뭘 먹어 볼까 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못 보던 것이 있길래 시도해 보았다. 이름은 브릭(사진상 넓적하고 큰 것, 속에 계란과 푸른 야채가 들어 있고 튀겨서 기름지다, 0.6디나르)과 프라이스 카씨(같이 밥 먹던 아저씨가 브릭카씨라고 알려주었는데 메뉴판을 보니 프라이스 카씨로 추정됨, 0.4디나르, 올리브, 야채와 계란, 매콤한 소스가 들어있음)이고 둘 다 조금 기름진 편이었지만 맛은 괜찮았다. 일단 가격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어 출출할 때 간식으로 먹기에는 좋을 듯 했다.

다른 것도 시도해 볼까 하다가 기름진 음식을 좀 피하고 싶어 다른 식당을 찾아 나섰다. 같은 길을 걷다 우측에 좀 깔끔한 식당이 보였고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이나 간판의 사진도 그럴 듯해 보여 한번 시켜 보았다.

 

 

우리가 시킨 것은 오짜 노르말(ojja normal, 2디나르, 약 1200원)이었는데 큰 바게트 빵 하나가 통째로 나왔고 붉은 빛의 양념과 원하는 야채를 골라 넣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나는 당연히 모조리 다 넣어달라고 했다. 빵을 나눠 먹으려 반으로 가르는 순간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정말 맛있는 바게트 임을 손으로도 이미 느낄 수 있었다. 빵도 정말 맛이 있었지만 매콤하면서 우리나라의 부대찌개 맛을 많이 닮은 오짜는 정말 훌륭한 음식이었다. 조금 양념을 덜 한, 조금 덜 짠 부대찌개에 바게트 빵을 찍어 먹는다고 생각하면 딱 적당할 듯한데 아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말 정말 맛이 좋았다. 매콤한 오짜와 부드러운 바게트 빵은 완전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씹히는 식감도 정말 최고였다.

난 엄청나게 만족을 했고 튀니지 와서 먹은 음식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름을 기억해 두었으니 앞으로 다니면서 보이면 매번 사 먹을 것 같다. 와이파이가 되는 식당이 있으면 차나 맥주를 한잔 하고 들어오려고 했지만 대로변 상당한 규모의 식당이나 찻집에도 와이파이가 가능하지 않아 산책만 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앞으로의 일정에는 더위와 벌레는 거의 빠지지 않고 있을 듯 해서 모기나 더위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