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51/2014.8.25/튀니스, 수스/튀니지] 튀니지의 해운대, 수스(Sousse)

빈둥멀뚱 2014. 8. 26. 00:07

어제는 비교적 시원한 밤이어서 그럭저럭 잠을 잤다. 일행은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더니 아침 일찍 일어나 이미 운스를 마친 뒤 짐을 다 싸고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라웠다.

 

시간이 충분히 남았길래 호텔 근처 빵집에 가서 빵과 커피를 마셨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prince’라는 이름의 빵집이었는데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는 것이 체인점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짐을 챙겨서는 기차에 올랐다. 안내판에는 1번 플랫폼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역무원은 2번 플랫폼이라고 알려주었다. 정말 안내판과 직원의 안내가 다를 때 가장 혼란이 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다가 오지 않을 때 내가 여행 중임을 문득 깨닫곤 한다.

해결 방법은 여러 번 묻고 확인하는 것 뿐인데, 2번 플랫폼에 가서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기차에 올라서 다른 직원과 같이 탄 현지인들에게 재차 확인 후에야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다. 기차는 역시 비 지정석이었지만 튀니스가 출발 역이었기에 자리가 충분히 있었고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왔다.

 

-튀니지 기차와 기차 시간표-

정말 너무도 쾌적하고 편안하게 앉아 2시간 반을 달려 수스(Sousse)에 도착했다. 가진 돈이 없었기에 일단 몇 군데를 확인해 보고 숙소를 잡았다. 파리스 호텔(paris)은 와이파이도 가능 했지만 36디람을 불렀고 가베스 호텔(gabes hotel)은 공동 화장실에 와이파이도 가능하지 않은 옥상 방이었지만 16디람을 불렀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시원한 옥상 방은 빨래 널기도 좋고 전망도 좋아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이고 가격도 인도 이후로 가장 쌌기 때문에, 너무나 좋아하며 가베스 호텔에 방을 잡았다.

 

그리고는 돈을 좀 찾아서 밥을 먹으러 갔다. 항구 쪽을 좀 지나서 역 주변 식당에 가니 오짜 비슷한 음식을 팔고 있길래, 시도해 보았다. 오짜와 비슷했지만 덜 매콤하고 콩이 많이 들어 있었는데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맛도 제법 좋았다. 이름은 샥쇼우카(chakchouka, 2디나르)라고 했고, 역시나 바게트 빵이 함께 나왔다. 바로 앞 집에 주스 집이 있어 오렌지 주스를 두 잔 사다가 샥쇼우카와 같이 먹었다(1잔 1디나르).

 

-메디나 안 쪽에서 바로 만난 그레이트 모스크(great mosque)-

 

역에 들려 미리 엘 젬(El jem)과 가베스(Gabes)행 기차표를 예매하고는 메디나를 구경했다. 기차역에 가까운 입구 쪽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고 붐비는 재미 없는 곳이었지만 깊숙한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람도 훨씬 적었고 무엇보다 메디나가 그 동안 가 봤던 곳과 달리 좀 독특했다.

 

지붕이 있는 거리도 있었고 그 지붕은 벽돌로 촘촘이 만들어져 있어 미적으로도 훌륭했으며 중간 중간 꽤나 잘 꾸며진 찻집도 보여 분위기가 좋았다. 저녁 때 다시 산책을 하기로 하고는 일단 가고 싶었던 Catacombs로 향했다. 하지만 론니에는 월요일에는 닫혀 있다고 나와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위치나 확인해 보고자 갔지만 역시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5km가 넘은 지하 터널에 약 15000구의 시신이 있는 공동묘지라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를 끌었고 설명 자체가 영화에서나 보던 방식이라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내일이나 모레 다시 한번 방문해 보기로 하고는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다른 쪽 성벽을 통해 막강 요새였던 수스 메디나에 들어가 산책을 하다가 오랜만에 블로그 업데이트를 위해 노트북과 핸드폰을 챙겨서는 엘 가르비(Bab el-Garbi)문 쪽에 있는 카페에 앉아 과일 주스를 한잔씩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다른 길로 오다 보니 메디나 골목 한 켠에 무대를 설치하고 있었다. 뭔지 물어보니 오늘 저녁 9시에 결혼식이 있다는 것이었다. 신이 나서 저녁에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하고 점심을 먹은 집에 다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같은 것을 먹을까 하다가 색이 탐스러워 보이는 닭고기 요리를 시켜 보았다. 그랬더니 오 마의 갓!!

완전한 한국의 닭볶음탕이었다. 심지어 상당히 맛있는 닭볶음탕에 닭도 조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미 늦은 저녁 시간이라 음식은 다 식어 있었지만 전혀 상관없이 너무나 맛있었다. 역시 같이 준 바게트 빵과 함께 아주 신나 하면서 손가락을 쪽쪽 빨며 접시를 깨끗이 비웠다. 튀니지는 정말 사람이면 사람, 음식이면 음식, 커피나 티까지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멋진 곳이다.

 

 

저녁 산책을 위해 수스의 해변 쪽을 걸어가 보았는데,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앉아서 쉬면서 바닷 바람을 쐬거나 밤 수영에 몰두하거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차를 갖고 나온 수 많은 가족과 젊은이들 때문에 도로는 상당히 혼잡했고 주황색 가로등이 거리를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모래사장을 따라 쭉 나 있는 도로가 마치 한국의 해운대와 유사했고 길을 따라 계속된 상점과 수 많은 상인들, 엄청난 차들과 사람들 등 많은 면에서 해운대 같았다. 쿵짝이는 음악이 젋은이들의 차에서 흘러 나왔고 그 음악에 맞춰 차 옆에 서서 몸을 흔들거리는 모습도 아주 즐거워 보였다. 다만 살짝 취해 보여서 좀 멀리 돌아서 걸어 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 동안을 걷다가 다시 길가에 앉아 수연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했다. 날씨나 분위기, 바다 내음과 조명까지 상당히 마음에 드는 밤이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나 풍선 파는 아저씨의 구매 제안을 거절하며 한가로이 앉아 멋진 밤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천천히 숙소로 걸어갔다.

결혼식을 한다는 곳에 9시쯤 가보니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 같아 다시 호텔 방에서 맥주를 한 캔 먹으며 기다려 보니 우리 방까지 커다란 음악 소리가 들려 왔다. 결혼식 장면을 놓칠 수 없어 다시 한 번 카메라와 고프로를 챙겨 현장으로 가 보니 아까 설치된 무대에는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많은 동네사람들과 친지로 보이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놓인 의자를 가득 채우고 앉아 있었고 우리도 한 켠에 멀찍이 서서 구경하려고 했더니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앉으라며 의자를 권했다.

 

 

 

 

우리는 무대 한 쪽에 앉아서 악기와 노래의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신랑 측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초록색 스카프 같은 것을 들고 하나 둘 씩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 쪽에 앉았던 신랑의 조카 헤론과 그의 친척 누나들이 결혼식에 대해 조금 설명해 주었지만 헤론의 영어가 완벽하지는 않아서 정확한 내용인지는 확신하기는 어렵다.

튀니지의 결혼식도 모로코처럼 6일 동안 진행된다고 했고 오늘이 5일째라고 알려주었다. 낮에 무대를 설치한 것으로 봐선 아마 지난 4일 동안 다른 곳에서 식을 진행하고 오늘이 마을 잔치 같은 것을 진행하는 느낌이었다. 한 동안 지켜 보다 보니 신랑측 가족들이 모여서 행사를 진행하고 나중에 신부 측 가족들이 전부 다 와서 합류 하는 듯 했다.

 

 

신부 측 가족들이 오기 전에 신랑 측 어머님 한 분이 일행의 손을 잡고 이끄셔서 일행이 무대 앞으로 나가 손에 녹색 스카프를 들고 모두와 함께 춤을 췄다. 가족들에게도 즐거운 일이었는지 사람들은 우리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느라 바빴고 나도 덩달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여자들만 모두가 나와 춤을 추는 것이 남자들은 섞여 추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엄청나게 긴 노래에 맞춰 한 동안 춤을 추고 다른 분들을 구경하며 헤론의 열정적인 설명을 듣다가 신부의 가족이 왔다는 말과 함께 음악이 멈추자 우리도 슬쩍 한쪽으로 빠져서 신부의 가족들이 입장하는 것 까지만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