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24/2014.7.29/랜드마날라우가르, 스코가포스/아이슬란드] 말로 형용하기 힘든 아이슬란드의 자연환경

빈둥멀뚱 2014. 7. 30. 06:03

랜드마날라우가르의 바람은 정말 강력했다. 밤새도록 강한 바람으로 추위에 떨다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텐트 한쪽이 기울어져 있었다. 어제 한국인들을 만난 반가움에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보니 다들 피곤한지 다른 텐트에서 일어난 기척이 없길래 우리도 여유 있게 텐트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들 잠은 깼지만 추워서 자리에서 뭉기적거리고 있었다.

 

빵과 스프, 과일로 간단한 아침을 먹었는데도 시간은 이미 10시였다. 칼데라 호수로 트래킹을 가려고 했던 것을 포기하고 서둘러 캠핑장을 나섰다. 온 길로 다시 돌아가려던 처음 계획을 버리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안 가본 f208 도로를 통해 나가기로 했다.

 

 

이 선택은 정말 올바른 것이었다. 내가 f208번 도로에서 본 자연은 글이나 사진으로 절대 표현할 수 가 없다. 그 길을 따라 달리는 내내 5명은 서로 번갈아 가며 감탄사를 내뱉기 바빴다. 음악과 날씨, 하늘과 산, 바람과 냄새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은 정말 세상의 좋은 모든 것을 가져다가 속에 바람을 넣어서 엄청나게 불려놓은 것처럼 스케일이 대단했다. 지금 아무리 머리를 굴려가며 적당한 표현을 찾으려 해도 쉽지가 않다.

 

달려가다 보니 어제 길에서 만났던 리카르도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그를 만난 곳 바로 앞에 자그마한 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도 우리가 반가웠는지 자신의 카메라를 주면서 강 건너는 장면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도 마침 자전거 여행자들은 도강을 어떻게 하는 지 궁금해 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먼저 강을 건너와서 그를 찍어 주었다. 그는 신을 벗고 모든 자전거의 짐을 손에 들고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맨발로 건너와서 짐을 놓고는 다시 한번 돌아가 자전거를 끌고 건너왔다. 매번 강을 만날 때 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너야 해서 발이 마를 틈이 없다고 말한 그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강물이 엄청 차가워서 손만 살짝 담궈도 시려운데, 맨발로 건너는 걸 보면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허가를 구하고 잠시 자전거도 타보았는데 역시 오프로드의 라이딩은 쉽지 않았다. 여러번 만난 인연으로 페이스북 주소를 교환하고는 다시 다음 캠핑장에서 만나기를 기약하고는 헤어졌다.

 

 

 

한 동안 오프로드의 경치에 푹 빠져 강을 건너고 산을 지나 끝없이 펼쳐지는 황홀함에 몽글몽글해진 체 운전을 하다 강 앞에 놓인 테이블에서 잠시 차를 한잔 하고 가기로 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캠핑하는 동안 옷이 젖거나 빨래를 하면 말리기가 쉽지 않아 물이 끓는 동안 엄청난 바람에 잠깐 빨래도 말리고 잼베도 치면서 한 낮의 대자연속에 잠시간의 여유를 즐겼다.

 

 

오프로드 길에는 길 양 옆으로 돌이 쭉 놓여 있는 구간이 종종 보였는데 유진이에게 들으니 여행자들이 지나가면서 틈틈이 쌓아 놓고 간 것이라고 했다. 우리도 기념 삼아 커다란 돌 옆에 조금 큰 돌을 집어다가 나란히 박아 두고는 다시 길을 달렸다.

 

 

 

 

 

 

 

높은 언덕 정상에 올라 멀리를 내려다 보며 엄청난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다 같이 점프샷도 찍고

 

 

지나다 우연히 본 캠핑장에서 점심을 간단히 빵과 컵라면으로 먹고 정말 좋은 햇볕에 빨래를 잠시 널어 두고는 캠핑장 뒷 쪽의 길을 따라 간단한 트래킹에 나섰다.

 

 

 

 

파운드 케잌을 발로 밟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끼를 밟으며 길을 올라 가니 물소리가 들려왔다. 좀 더 올라가니 풀을 뜯고 있는 양 3마리가 나를 올려다 보았고 가까이 다가가자 곧 멀리로 도망쳐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로 엄청나게 맑은 물이 흐르는 거대한 폭포가 나타났다. 모두가 또 한번의 환호성!

 

 

아 정말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요새처럼 블로그를 쓰면서 도저히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 지가 고민스러운 적이 없었다. 나의 표현의 한계를 느끼면서 동시에 언어의 한계를 느낀다. 아님 그냥 좀 귀찮아서 그런걸 수도..

 

 

 

 

오프로드가 끝나갈 쯤 만난 쭉 뻗은 도로는 파란 하늘과 낮게 깔린 흰 구름 그리고 주변의 녹음과 함께 정말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사진으로는 거의 표현이 되지 않지만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공간이었다.

 

또 한번 잠시 서서 차 없는 도로 한가운데를 온 몸으로 즐겼다.

 

 

 

 

다시 출발하고 좀 달리자 곧 오프로드가 끝났고 1번 링로드를 만났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비크(VIk). 사진으로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는 사진과 비교를 할 수 없었다. 절벽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본 검은 해변은 정말 차를 몰고 나가 파도를 가르며 달려 보고 싶은 곳이었다. 반대쪽에는 태어나서 본 무지개 중에 가장 큰 무지개가 떠 있어서 감동은 더더욱 고조되었다. 오전에 랜드마날라우가르를 벗어나면서 너무나 좋은 광경을 많이 봐서 하도 소리를 많이 질러댄 탓에 오후 나머지 일정에서는 큰 감동이 없을 것 같았는데, 아이슬란드는 가는 곳곳 마다 정말 새롭고 놀라운 풍경으로 늘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준다.

 

 

색이 정말 아름다웠던 절벽 위 등대를 지나 코끼리 절벽 위로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5시가 넘은 시간 이었음에도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얼굴이 얼얼할 정도로 탔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바퀴가 크고 튼튼해 보이는 사륜 캠핑카에서 머리가 하얀 노부부 두 분이 내려 우리가 온 쪽으로 걸어오셨다. 오스트리아 분들인 것 같았는데, 캠핑카로 여행다니는 모습이 정말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검은 해변으로 차를 몰고 가려고 다시 운전대에 앉았는데, 해변으로 가는 길이 전혀 없었다. 아쉽지만 포기하고는 다음 목적지인 스코가포스(skogafoss)에 도착했다.

 

 길의 입구에서부터 거대한 폭포가 보였고 밝은 햇빛 아래 폭포 앞 잔디 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텐트를 쳐 놓고 있었다. 바로 폭포가 보이는 캠핑장이라니..

 

정말 너무나도 근사했다. 다들 배가 고파 폭포에 가까이 가서 잠깐 보고는 저녁으로 닭볶음탕을 해서 밥과 소세지를 같이 먹었다. 또 한번 자춘이가 솜씨를 발휘했는데, 간이 딱 맞았다. 완벽한 경치를 바라보며 정말 배불리 먹고는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기로 하고 각자 텐트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