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48/2014.8.22/카사블랑카, 튀니스/튀니지] 처음부터 느낌 좋은 튀니스(Tunis)

빈둥멀뚱 2014. 8. 23. 04:59

어제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BIM(터키에서 자주 애용하던 대형 마트)에서 아침으로 먹으려고 조리퐁 비슷한 과자와 우유, 조각 파운드 케이크와 요거트를 샀다. 하지만 아침에 열어 보니 우유가 아니라 우유곽에 담긴 점성이 약한 요거트였고 그나마도 상당히 맛이 없는 것이었다.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대부분을 남긴 체 멀쩡한 요거트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짐을 챙겨 바로 앞에 기차역에 가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공항 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 시간 보다 조금 늦게 기차에 올라 출발했고 약 40분 정도를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바로 공항으로 연결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항으로 들어가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오랜 만에 국적기인 튀니지 에어를 타서 기내식을 먹을 생각에 신나 있었는데, 출발 예정 시간인 11시 반이 2시간 이상 남았음에도 짐을 받아줘서 편하게 체크인 하고 면세점을 구경했다.

고프로(GoPro)용 손목 스트랩을 사려고 찾아 봤지만 스트랩은 커녕 그 어떤 카메라 용품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게이트에서 기다리는 데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가와도 승무원도 보이지 않고 그 어떤 방송도 없이 잠잠했다. 스크린에 불어로 12시 20분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냥 좀 늦어지나 보다 하고 추측만 할 뿐이었다. 승무원이 게이트에 있다면 좀 물어봤겠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아 불안에 떨면서 연신 게이트 쪽만 바라 보았다.

 

다행히 게이트가 바뀌거나 비행기가 우릴 두고 떠나 버린 건 아니라서 12시가 넘어 비행기에 올랐고 튀니스(Tunis)를 향해 이륙했다. 안내 방송 한 번 없이 지연 출발한 그들이 야속 했지만 오랜만에 기내식을 먹는다는 생각에 불만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고맙게도 내 욕구에 응답이나 하듯이 이륙 직후 식사가 서빙되었고 나는 당연히 맥주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주 정 없게 생긴 얄쌍한 맥주 캔을 받아 들었지만 역시 큰 불만은 없었다. 음식도 크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맥주가 제법 괜찮다보니 신나서 더 주는 빵을 손에 들고는 아주 배부르게 기내식을 해치웠다.

약 1시간 정도 늦게 출발한 비행기는 그 만큼 늦게 튀니스에 도착했고 입국 수속은 정말 순식간에 끝났지만 짐을 찾는데 시간이 또 다시 한 참 걸렸다.

 

출국장으로 나와 일단 ATM에서 200디나르(TND, 약 12만원)를 찾아 20 디나르짜리 지폐를 환전소에서 작은 금액의 지폐로 바꾸는 데 바꿔 주는 사람들이 제법 친절했고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공공 장소에서 의례 불친절했던 모로코 사람들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튀니지의 첫인상이 매우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커피 점에서 1 디나르짜리 동전을 바꿀 때도 같은 반응이라 단번에 튀니지가 좋아졌다.

 

 

공항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한 2-3분 걸어가니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미리 공부해 간 대로 한 20분 기다리니 노란색 635번 버스가 와서 힘들이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2인 0.950디나르). 버스 뒷 문으로 올라 갔더니 마치 조그만 독서실 책상을 표 놓고 공부하는 것처럼 검표원이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이건 정말 처음 보는 광경이라 상당히 신선했다. 1 디나르를 내니 표 2장과 잔돈을 거슬러 주었다.

- Ave Habib Bourguiba거리에 있는 근사한 시계탑-

우리의 목적지인 튀니스 마린 역(Tunis Marine)이 이 버스의 종점이라 도착하니 사람들이 전부 내렸다. 튀니지는 확실히 모로코보다는 습하고 조금 더 더운 것 같았다. 모로코에서는 그늘만 찾아 다니면 더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튀니지는 인도 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더위가 느껴지긴 했다.

튀니스 마린 역에서 메디나를 향해 걸어가며 저렴하고 적당한 숙소를 찾아 대략의 방값을 파악하고자 꽤 많은 숙소를 들어가 봤는데, 좀 저렴한 곳은 대부분은 만실이었다. 여전히 성수기가 끝나지 않았음이 틀림 없었다. 좀 괜찮아 보이는 곳은 70디나르 이상 불렀고 가장 저렴한 숙소는 25디나르였다(더블룸 기준).

스위스 호텔(suisse, 트리플 룸 30디람)에 잡고 방이 나면 더블 룸으로 옮기기로 하고는 일단 시원한 맥주 한잔이 하고 싶어 마트를 찾았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오늘은 신성한 금요일이기 때문에 술을 팔지 않는다는 대답 뿐이었다.

 

이것 역시 새로운 점이었다. 호텔 주인과 마트 직원들에게 물어서 확인해 보니 매주 금요일마다 마트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맥주 사는 것을 포기하고는 Ville Nouvelle거리를 지나가다 본 신기해 보이는 화덕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시켜 먹었다(보통 2.0, 스페셜 2.5디나르). 겉을 좀 태워서 탄 맛이 중간 중간 나긴했지만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튀니스 역시도 모로코처럼 길거리 테이블에 앉아 커피나 민트 차를 마시는 사람이 많아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커피 마시는 사람이 월등히 많았고 모로코에 비해 물담배를 상당히 많이 피웠다.

여행 도중에 방콕이나 터키, 모로코, 인도 등 물 담배 피는 것을 상당히 자주 봐서 어떤 것인가 궁금하던 차에 튀니지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저렴한 것 같아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하고, 그나마 좀 깨끗해 보이는 카페를 찾았다.

 

 

밀크 커피(1.8디나르, 약 1000원)와 민트티(0.9디나르)를 시키고 석류향 물담배(5.5디나르, 약 3300원)를 같이 주문했다. 민트티는 모로코에 비해 더 부드럽고 덜 달아 맛이 좋았고 커피 맛은 좀 떨어졌다. 물 담배는 과일 향이 나는 엄청나게 약한 담배 느낌이었다. 위에 숯이 있어 빨아들일 때 마다 연기나 났지만 정확한 원리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적당히 경험만 해보고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한가로이 앉아 수다를 떨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전반적인 느낌이라든지 도시의 분위기, 물가 등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튀니지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