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튀니지]

[D+254/2014.8.28/가베스/튀니지] 에어컨 방에서의 잉여적 하루와 가베스 생선 요리

빈둥멀뚱 2014. 8. 29. 06:59

오늘은 작정하고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 날이라 잠도 정말 충분히 잤다. 밤새 시원한 에어컨으로 인해 오히려 추울 정도지만 그래도 에어컨을 쉽사리 끌 마음은 들지 않았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 치킨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는데 치킨 1/4 조각을 뼈도 빼지 않고 통째로 샌드위치에 넣어주었다. 산적들이나 먹었을 법한 터프한 방식이었지만 치킨이 맛이 좋아 전혀 불만이 없었다. 걸어보니 낮 동안은 엄청나게 덥긴 하지만 습하지는 않아 그늘로만 걷는다면 간간히 부는 바람으로 인해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녁 때는 다시 습해지는 것으로 봐서 한낮의 햇볕의 열기가 모든 습도를 날려 버리는 것 같다.

다시 시원한 방으로 돌아와 수스에서 샀던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면서 빈둥거렸다. 꽤나 행복한 기분이 되었고 한참을 놀다가 산책이나 하자싶어 밖으로 나왔다. 사실은 맥주가 떨어져서 미리 좀 사두려고 했던 것인데 나온 김에 버스 정류장에 들려 미리 버스 시간을 알아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현지 시장이 있길래 구경을 했는데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었다. 가베스는 짚 제품이 유명한지 짚으로 만든 가방이나 모자, 상자 등 다양한 물건들을 여러 가게에서 팔고 있었다. 제법 걸어서 도착한 버스 정류장은 루아지(louage, 사람이 차면 출발하는 미니 버스, 요금은 일반 버스와 비슷하며 버스보다 많은 마을을 다님) 정류장과 바로 붙어 있었다.

 

내일 가려고 하는 마트마타(matmata)까지는 사진과 같이 버스가 자주 있는 편이었고 그 이후에 가려는 토제르(Tozeur)까지는 가는 버스는 9:00와 16:15 딱 2대만 있었다.

 

버스 시간은 알아냈지만 처음에 목표했던 맥주를 파는 곳을 발견하지 못해 슬슬 걸어서 바닷가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항구로 향하는 길은 식당도 거의 없고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꽤나 황폐한 곳이었고 도착한 항구는 어선들이 잔뜩 정박해 있긴 했지만 생선구이를 파는 식당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길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많이 식사 중인 한 식당을 발견했고 느낌이 오길래 해산물 오짜와 생선 구이를 시켰다. 하지만 해산물 오짜는 아쉽게도 가능하지 않아 생선 스프와 생선구이 만을 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생선도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아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뼈가 굵고 잔 가시가 적으며 맛이 좋은 훌륭한 것이었다. 충분히 준 빵과 함께 먹으며 배를 행복하게 가득 채우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물론 오는 길에 맥주 파는 가게를 발견해서 맛이 좋은 Celtia 맥주를 10캔 사서 돌아왔다. 내일은 금요일이라 맥주를 팔지 않는 날이므로..

튀니지에서 생산하는 맥주를 보이는 것들은 다 시도해 보았는데 모로코와는 다르게 튀니지 맥주는 상당히 맛이 좋은 편이다. berber라는 맥주가 가장 싸긴 하지만 맛이 다른 것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고 33이나 celtia 같은 맥주가 현지인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다.

맥주 가게 옆에서 얼음을 파는 곳을 발견해서(여기 맥주는 술집에서 먹지 않는 한 전혀 시원하지 않으므로) 에어컨이 나오는 방에 앉아 맥주에 얼음을 넣어 신나게 마셨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했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뚜렷하게 느끼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