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이집트]

[D+265/2014.9.8/비제르테, 카이로/이집트] 시작부터 속 썩이는 이집트!

빈둥멀뚱 2014. 9. 9. 05:03

간만에 부지런히 일어나 짐을 챙기고는 8시가 되기 전에 숙소를 나와 아침 갓 구운 빵을 사다가 커피와 함께 먹었다. 오늘은 오랜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고 매일 같이 봐서 익숙해진 카페 할아버지께 우리 이제 튀니스로 간다고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어제부터는 할아버지도 우리가 하루에 2번씩 열심히 찾는 것을 알고는 들어갈 때 먼저 인사도 해주셨는데 이번에 인사를 할 때도 잘 알아 들으셨는지 눈빛을 보내시고는 손으로 잘 가라고 인사해주셨다.

-스타일이 멋지고 여유 있었던 택시 기사님-

오늘 원래 기차를 탈까 하다가 비행기 시간이 오후 3시 반이라 여유가 있는데 굳이 아침 일찍 8시 20분 출발 기차를 타려고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버스나 루아지를 타기로 했기에 좀 더 여유 있는 아침이 가능했다. 그래도 짐을 챙겨 나와 호텔에서 약 3.5km 정도 떨어져 있는 자르주나(zarzouna)버스 터미널에 택시(미터기 택시여서 1.4디나르)를 타고 가니 9시 되기 직전이었다. 공항 가는 버스가 거의 1시간 마다 있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비제르테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아니였을까 싶다. 론니에서 본 것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튀니스-카르타지 공항 가는 버스는 하루에 몇 대 없는 것으로 이야기 해주었다.

 

 

튀니스 가는 버스는 9시 차 표가 이미 다 팔려서 9시 반이나 가능했고 공항은 10시 차 라길래 그냥 터미널 앞에 잔뜩 서있는 루아지에 올랐다(1인 4.75디나르). 역시 튀니스 행이라 그런지 우리가 처음 2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루아지가 다 차는 데는 불과 3분이 걸리지 않았다.

잠깐 앉아 있을 때는 많이 더워 땀이 흘렀지만 차가 출발하자 시원한 바람이 격렬하게 들어와서 온 몸의 땀을 금새 말려주었다. 메인 기차역 주변에 당연히 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우쇼샤(Bouchoucha) 트램 역 근처의 루아지 터미널(북부 터미널)이었다.

날은 습하고 더웠고 우리가 목표로 했던 기차역과는 5km 이상 떨어진 곳이었기에 보우쇼샤역으로 약 250m정도 걸어가서 좀 기다렸다가 처음으로 트램을 탔다(2인 0.930디나르). 하필 사람들이 너무 많은 출근 시간과 겹친 것인지 항상 그런 것인지 트램 안은 우리나라 출근길의 지하철 2호선처럼 사람들로 가득가득 차 있었다.

잠시 다음 것을 탈까 생각해 봤지만 좀 더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예전 지하철 타던 때처럼 사람들을 밀치며 트램에 올랐다. 꽤 여러 정거장을 지나야 했기에 그 이후에도 타고 내리는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주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어떤 미친놈이 일행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했다. 트램역에서 사람들이 내린 후 다시 트램이 출발한 뒤 이야기를 해 준 것이라 누구였을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지만 속으로는 화가 치밀었다. 괜히 주변사람들을 둘러 보고 계속 주위를 경계했다.

내려야 할 곳은 바르셀로네(Barcelone)역이었지만 위치를 착각해서 내린 곳은 리퍼블리케(Republique)역이었다. 하지만 전에 산책을 하면서 와본 곳이라 낯설지는 않았다. 잠시 카페에 들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바로 옆에 있는 까르푸에서 필요한 휴지를 좀 사고는 슬슬 걸어서  튀니지에 와서 처음으로 먹었던 오짜가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이 곳에서 부대찌개 맛이 나는 오짜를 먹고 감동 받아서 그 이후로도 열심히 오짜를 찾아 다니며 메뉴에만 있다면 반드시 시킨 곤 했다.

기본 오짜(ojja normal, 2디나르)를 하나 시키니 역시나 커다란 바게트를 하나 주었고 금새 오짜가 나왔는데 맛이 여전했다. 처음에 먹었던 그 감동 그대로 감탄이 절로 나는 맛이었다. 일행은 튀니지 전체에서 먹은 식당 중에 이 곳의 맛이 최고라며 좋아했다. 다시 걸어서 튀니스 마린 역 바로 옆에 있는 처음에 내린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와 노란색 635번 버스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2인 0.950디나르).

휴가철도 다 지난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정말 말도 안되게 공항에 사람이 많았다. 공항에 들어가는 검색대 줄부터 길어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들어갔는데 안 쪽에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짐을 체크인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잘 붙이고 여전히 튀니지 돈이 좀 남아서 (약 70디나르, 4만원 정도) 달러로 바꿀까 하다가 그냥 면세점에서 맥주나 다른 주류 혹은 SD card Reader나 선글라스 같은 필요한 물건을 사볼까 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튀니스-카르타지 공항 면세점에는 전자제품을 파는 곳이 전혀 없었고 결국 맥주와 칵테일이 든 초콜릿을 사려고 했더니 면세점에서는 튀니지 돈을 받지 않고 유로나 카드만 받는다고 했다.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자국의 돈을 받지 않는다니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기가 차서 그냥 나오는 데 한 직원이 따라 나오더니 30유로 정도로 환전 가능한 돈을 20유로에 환전해주겠다고 했다. 목소리를 죽여가며 은밀하게 나오는 탐욕스러운 직원 때문에 더욱 어이가 없어져서 싫다고 보내 버리고는 튀니지 돈을 받는 곳을 찾았더니 맥주를 파는 허름한 식당에서는 사용이 가능했다.

홧김에 남은 돈의 반 정도를 맥주와 땅콩, 샌드위치를 사는 데 사용하고 기념으로 조금을 남겨 두었다. 튀니지는 좋은 기억이 참 많았는데 마지막 기억이 시원치 않아서 좀 아쉽다. 튀니지 항공 비행기는 역시나 30분 정도 늦게 출발했고 비행기가 상공에서 안정되기 무섭게 기내식을 나누어 주었다. 이 점은 내가 정말 만족하고 좋아하는 바이다. 면세점에 대한 분노가 다 풀리지 않은 난  맥주를 2캔 시켜서 먹었고 그 중에 한 캔은 슬쩍 챙겼다.

하지만 맥주 덕에 비행기에서는 편안히 잠잘 수 있었다. 이집트 공항에 도착해 은행 창구로 가서 비자를 요구하니 비자 스티커 한 장을 주었다(1인 25USD). 정말 성의 없이 보이는 스티커라서 비자라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다. 어쨌든 비자와 여권을 검사 받고 별 문제 없이 입국장을 통과해서 짐을 찾으려는 데 튀니지 관광청 직원이라면서 우리가 묵을 호텔을 물었다. 별 이상한 놈이 다 있네 라고 생각하며 대충 들은 그랜드 호텔을 이야기 하고 버스 타고 갈 것이라고 했더니 가기 힘들다면서 한 번에 편하게 갈 수 있는 호텔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무슨 공항 내부까지 이런 삐끼가 있나 싶었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니) 괜찮다고 거절하고 짐을 찾아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노란색 셔츠를 입은 한 놈이 책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면서 날 보더니 ‘come on, hey! come on’이러는 것이 아닌가..

‘아 이건 또 뭐야’라는 생각에 좀 전과 같은 삐끼인 것 같아 됐다고 하고 그냥 가려는 데 더 큰 소리로 일어나며 오라는 것이었다. 짜증나서 돌아 보니 허리춤에 총을 차고 있었다. 완벽한 사복 차림이었는데 자신이 경찰이라면서 와보라고 하길래 할 수 없이 갔다.

여권을 보여달라더니 옆에 또 다른 사복 놈이랑 둘이서 종이에 무언가를 잔뜩 적었다. 내가 짜증이 났지만 총 때문에 좀 무서워서 적당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니네 나라 경찰은 다 사복입고 근무하냐’하고 물으니 자신은 공항 경찰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종이에 다 적었나 싶더니 우리를 따라 오라고 해서 가봤다. 그래서 따라간 곳은 출국장에 있는 세관 신고대 였는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우리 짐을 달라고 하더니 가장 말단인 듯한 아저씨가 우리 짐을 파헤치며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같은 비행기에서 내렸던 모든 사람은 다 나가고 우리만 남겨져 짐 검사가 끝나길 기다리는 중 (멀리 보이는 노란 셔츠의 개놈)-

 

노란색 셔츠 놈은 다른 쪽에 앉아 있고 정복을 입은 사람들이 여기 저기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거나 가볍게 짐을 검사하고 있었는데 우리처럼 짐을 철저하게 뒤지는 사람은 없었다. 요새 이집트가 흉흉하고 시나이 반도 쪽에서는 경찰이나 군인들이 많이 공격받는 것도 알지만 나 같이 순수하고 선량해 보이는 사람을 잡아서 아무런 질문이나 설명도 없이 쓸데 없는 검색을 하다니…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정말 짜증이 났다. 우리나라의 실내 금연은 정말 잘한 조치인 것 같다. 사람들이 출국장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며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짐을 뒤지는 말단 아저씨에 대한 불만은 오히려 별로 없었고 불량한 말투의 노란 셔츠 놈과 다른 정복 직원들의 태도가 정말 짜증이 났다.

당연히 나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오랜 시간의 검사가 끝나자 우리에게 다시 짐을 챙기라고 했다. 오랜만에 외국인에게 한국말로 잘근잘근 욕을 해주며 엉망이 된 가방을 다시 챙겼고 여권을 받아서 밖으로 나왔다. 나에게 뭐라고는 안 했지만 아마 그들도 나에게 욕을 엄청 먹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나오는 길에 일행은 팔에 새똥까지 맞았는데 아침에 트램 엉덩이 변태 놈부터 시작해서 비행기 연착, 면세점 구매 실패, 검색대 수난과 새똥까지 정말 썩 좋지 않은 일이 계속적으로 일어났다. 우리는 액땜한 셈 치기로 하고 1번 공항 터미널 앞으로 걸어가서 공짜 셔틀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는 같이 탄 사람에게 물어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곳에서 내렸는데 내려 보니 기대했던 일반 버스가 아닌 에어컨 버스 타는 곳이었다.

비행기 연착과 공항 검색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 되어 그냥 람세스 기차역으로 가는 111번 에어컨 버스에 올랐다(1인 3.5파운드, 짐을 놓을 공간이 없어 의자 위에 올렸고 짐 값으로 2사람의 요금을 더 내야만 했음). 컴컴해진 람세스 기차역 주변에서는 지하철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2-3사람에게 물어 겨우 지하철 입구를 찾고 표를 산 후 나세르(nasser)역으로 갔다(1인 1파운드).

나세르역에서 숙소를 찾는 것은 정말 쉬웠다. 미리 위치를 확인한 그랜드 호텔(Grand hotel)에 가니 바로 앞에 보자 마자 알 수 있는 과일가게 들이 연달아 있었고(밤 늦은 시간까지도 영업을 하고 있어 더 찾기가 쉬웠다) 그 골목 안 쪽에 술탄 호텔(sultan hotel)을 찾을 수 있었다.

시즌이 끝나서 인지 요새 이집트 상황 때문인지 도미토리 침대는 텅텅 비어 있어 방을 쉽게 잡았다(1인 25파운드). 바로 앞에 나가 간단히 케밥 한 개를 먹고는 숙소로 돌아와 씻고 열심히 오늘 하루 일을 기록에 남기고 있다.

이집트 사람들이 인도 같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어 경계를 잔뜩한 체 들어왔지만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차장 아저씨는 꽤 정직하고 착해 보였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남자들이 여자들이나 나이든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은 인도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에 너무 선입견을 갖고 시작하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