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이집트]

[D+266/2014.9.9/카이로/이집트] 카이로 시내 산책과 구경, 에티오피아 비자 신청은 내일로 ㅠ

빈둥멀뚱 2014. 9. 10. 03:11

어제 씻고 잠에 든 시간이 워낙 늦었고 시차도 튀니지와 2시간 차이가 나다 보니(summer time 때문인 듯) 일어난 시간이 깜짝 놀랄 정도로 늦었다. 술탄 호텔의 방이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 했다. 대부분의 대사관이 비자의 신청은 오전에, 발급은 오후에 하는 것을 알았지만 인터넷에 나온 대사관 위치도 확인하고 필요 서류도 다시 한번 확인할 겸 대사관을 향했다.

이미 시간은 12시 정도였다. 호텔을 나오며 바로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2파운드짜리 작은 피자 조각과 1파운드짜리 빵을 먹었지만 너무나도 기름진 맛에 조금 거북스러웠다. 나세르(nasser)역으로 가서 1LE(이집션 파운드)를 내고 지하철에 들어 섰는데 직원에게 문의 하니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있는 도키(Dokki)역에 가기 위해 환승해야 하는 사닷(Sadat)역이 폐쇄되어 전철이 정차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닷역은 타흐리르 광장(Midan Tahrir)과 연결되는 곳이라 요새 계속된 시위로 역 자체를 폐쇄해 버린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조금 돌아가긴 하지만 람세스 기차역이 있는 무바라크(Mubarak)역으로 가서 환승 후 도키역에 도착했다. 에티오피아 대사관은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인터넷에서 찾은 곳에 워낙 잘 설명이 되었고 사진도 첨부 되어 있어 정말 쉽게 찾아갔다.

하지만 역시나 비자 신청은 오전에만 받고 있었다. 사진 1장, 여권 복사본, 비자료 30USD가 필요한 모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도키 역으로 돌아왔다.

걸어가는 길에 파인애플 맛 보리 음료를 처음으로 사 먹어 보았는데(3LE), 받은 영수증에 가득 찬 아랍어와 아랍어 숫자를 보니 느낌이 많이 새로웠다. 처음에는 그냥 파인애플 음료수인 줄 알고 샀다가 먹어 보고 맥주 맛이 좀 나는 것 같아 보니 보리 음료(male beverage)인 것을 알았는데 맛이 제법 좋았다. 처음 먹어 보는 새로운 맛이었고 시원해서 아마 다음 번에 다시 새로운 맛도 도전해 볼 것 같다.

표를 사려는 데 한쪽에만 사람들이 많길래 사람 없는 쪽에서 표를 사려고 했더니 사람 많은 곳으로 가라고 했다. 하긴 이유가 있으니 사람들이 한 쪽에만 많겠지라고 생각하며 돌아서려는 데 작고 귀여운 이집트 여자 한 명이 우리에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냥 표를 사려고 한다고 영어로 이야기 했더니 반대쪽에서 사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혹시 한국사람인지 물어 봤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 때부터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발음이 좋고 유창했다. 한국에 가 본 적도 없이 한국어를 공부만 했다는 데 정말 느껴지기로는 한국에 몇 년간 산 사람 같은 훌륭한 솜씨였다. 이름은 ‘라두와’ 라고 했는데 한국이름까지 있었다. ‘김하늘’이라면서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라두와보다 하늘씨라고 불러주는 것을 좀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잠깐 서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가 이집트에 어제 도착했다니까 핸드폰 번호도 알려주며 도움이 필요하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우리를 위해 지하철 표까지 사 주었다. 당연히 우리는 표 값을 주었지만 완강히 받지 않아 즐겁게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인연이었다. 하늘씨는 이집트 인에 대한 이미지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는 사라졌다.

우리는 우연한 만남에 즐거워 하며 타흐리르 광장에 갔다. 가는 길에 배가 고파져서 고급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엄청 많았던 생선 집에 들어갔다. 생선 튀김을 테이크 아웃으로 팔길래 들어가 본 것인데, 들어가 보니 튀김 외에도 구이 등 다양한 요리가 있었고 테이블도 많았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새우 튀김 중간 크기(30LE/250g)와  생선 튀김(15LE/250g)을 시켰고 추가로 가지구이와 피클을 주문해서 그냥 나온 샐러드와 빵, 땅콩 소스를 함께 먹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는데 나중에 계산 할 때 보니 샐러드 등 기본으로 줬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다 돈을 받았다.

정말 인기 있는 식당인지 금방 사람들은 서서 기다릴 정도로 가득 찼다. 하지만 가격 대비 엄청 만족스러운 곳은 아니었다. 에어컨 정말 정말 시원해서 한 낮의 더위를 잠깐 잊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식사 후 우리는 학생은 아니지만 이집트 전역에 유적지 입장료가 학생일 경우 대부분 반값이기 때문에 혹시 허술하면 하나 만들어 볼까 해서 광장 여기저기에 있는 여행사를 들쑤시고 다녔다. 인터넷에서 본 바로는 룩소르에서 만들거나 타흐리르 광장의 여행사를 통해 만들 수 있다고 봤는데 다녀 보니 모든 여행사에서 동일하게 영문학생 증명서를 요구했고 수수료는 100~190LE까지 다양했다. 몇몇 곳은 이집트 내에서 학생이어야만 가능하다고 하며 거절한 곳도 있었다.

우리가 여러 곳을 다니며 조사한 바로는 카이로는 방콕처럼 가짜 학생증을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닌 진짜 국제 학생증을 만들어 주는 곳이고, 예전에는 좀 허술하게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규정이나 서류가 조금 더 엄격해 진 것 같았다. 결국 학생이 아닌 우리는 본의 아니게 정직하게 유적지 관람료를 내기로 하고는 이번에는 다합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 보러 나섰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탈라하브 광장 쪽으로 가면 보이는 멋들어진 건물들(군데 군데 군인과 경찰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임)-

가는 길에 이집트 온 이후 처음으로 망고 과일 주스를 먹어 봤다(4LE). 한국에서 캔에 들어 있는 망고 주스를 먹으면 목구멍이 느글느글한 이상한 느낌 때문에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곳에서 먹은 것은 거의 망고 그 자체였고 시원하며 단맛이 강해 정말 맛이 좋았다. 한국에서처럼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불편감도 전혀 없었다. 앞으로 자주 이용해줘야겠다.

고가도로를 기준으로 나세르역 북서쪽에 위치한 투르고만(Turgoman) 버스 터미널에 가서 확인하니 다합행 버스는 8:00, 13:30, 19:30, 23:45에 있고 가격은 90LE였다. 23:45 버스만 요금이 달랐는데 110LE라고 했다.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는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좀 샀다(1병 10.5~11LE, 약 1600원). 가게에 들어가니 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 주는 데 늘 미지근한 실온 맥주만 샀던 튀니지에 비해 벌써 마음에 들었다. 숙소에 냉장고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들어 오자마자 냉동실에 넣어두고 말끔하게 샤워를 한 후 맥주를 먹으며 빈둥거렸다. 시원한 맥주 때문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밖에 없던 도미토리 방에 일본인 남자 하나가 들어 왔다. 짧게 이집트만 여행을 왔다고 했는데 내일 피라미드와 박물관만 구경하고는 아스완으로 간다고 했다. 오늘 다녀 보니 여행객이 많은 거 같진 않은데 우리 숙소 자체가 저렴한 곳이라 그런지 일본인 배낭 여행객들만 조금 보이는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이 7시가 넘어서 이번에는 이집트 대표 음식인 쿠사리(Kushri)를 찾아 나섰다. 숙소 주변 골목을 여기 저기 다니다가 사람이 많은 체인점 음식점에서 쿠사리를 팔길래 쿠사리 큰 것 하나(6LE)와 파스타 큰 것 하나(8LE)를 주문해서 먹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 직원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성화여서 돌아가면서 찍어 주었다. 여기는 체인점이라 일반 로컬 식당에 비해서는 비쌀 테지만 테이크 아웃이라 좀 싸게 파는 듯 했는데 그런지 모르고 2층에 올라가 먹었다. 직원이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는 듯 하다가 옆에 있던 주인이 그냥 먹으라고 해서 챙겨간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쿠사리는 멸치, 밥, 콩, 파스타면 등이 골고루 섞인 이집트인들의 주식인데 맛이 담백하니 자극적이지 않고 좋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편안한 맛이었는데 먹다 보니 조금 심심해서 기본으로 놓여진 매운 소스를 좀 쳐서 먹었다. 옆에 놓여진 소스도 같이 맛을 봤는데 하나는 매콤한 고추기름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달지도, 그렇게 시지도 않은 뭔가 애매한 맛을 냈다.

-돌아오는 길에 과일 집 아이가 사진을 요청해서 한 장 더 찍어주고-

 

식사 후 그 동안 매일 같이 먹었던 맛있는 튀니지 커피 생각에 좀 아쉬워하며 숙소로 돌아와 그 동안 블로그를 좀 정리했다. 내일은 반드시 일찍 일어나서 에티오피아 비자를 신청하고 피라미드에 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