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이집트]

[D+268/2014.9.11/다합/이집트] 드디어 도착한 다합! 꼬 따오 느낌 그대로~

빈둥멀뚱 2014. 9. 11. 21:15

8시간 걸린다던 버스는 결국 총 13시간이 걸려 8시 반쯤 우리를 다합 버스 정류장에 내려 주었다. 중간에 사람을 태우며 표 검사를 하느라 여러 번 서기도 했고 다합 들어가기 직전 검문까지 총 4번의 신분증 검사에도 시간이 꽤 걸렸으며 버스에 이상이 생겨 샴 엘 쉐이크에서 새로운 버스를 기다리는 데도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실 우리는 버스가 충분히 시간을 끌고 너무 이른 새벽이 아닌 적당한 새벽 정도에 도착하기를 바랐는데 이번 다합행은 우리의 기대를 넘어서 아주 오랜 시간 후에 다합에 도착하게 된 것 같다. 오기 전에는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하면 텐트를 펴고 그 안에서 좀 자다가 숙소를 구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다. 시간이 적게 걸리건 많이 걸리건 우리에게는 사실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중요한 점은 혹시나 하고 걱정했던 시나이 반도의 육로 이동이 아무런 문제 없이 평화롭고 잔잔하게 그리고 무사하게 끝났다는 점이다.

버스에 내리자 마자 택시를 타라며 수 많은 호객꾼들이 달려 들었고 우리는 그들의 건들건들한 제안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체 천천히 짐을 챙겨 맸다. 짐을 빼고 매는 데 시간이 좀 걸려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 되자 1-2명의 호객꾼은 우리에게 끈질기게 달려 들었다. 가려고 생각한 선 게스트 하우스나 레드 씨 릴렉스까지는 버스 정류장에서 2km 조금 넘는 거리라 흥정이 안되면 걷고 아니면 택시를 타려고 했다.

마지막에 달라 붙은 호객꾼에게 흥정을 해서 이집트인에게 받는다는 정가 10파운드 대신 8파운드에 들어가기로 합의를 했다. 큰 버스가 있었다면 1파운드면 충분하고 남을 거리지만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그 이상의 흥정은 쉽지 않았다.

트럭 택시에 올라 조금 달리자 선 게스트 하우스를 안다던 호객꾼은 우리를 ATV가 잔뜩 주차되어 있는 다리에서 대충 내려 주려고 했다. 선 게스트 하우스의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다리 보다는 더 가야 한다는 걸 알기에 더 가라고 재촉했고 결국 골목 입구까지 차를 타고 왔다.

아무데나 자기 편한 곳에 내려주려는 것이 꼭 인도 사람 같길래, 잔돈도 뻔히 안 줄 것 같아 거스름돈 2파운드를 먼저 달라고 해서 받은 후 10파운드를 주었다. 자기가 8파운드에 오겠다고 해서 와 놓고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욕을 하길래, 나도 더 크게 더 많은 욕을 해주고는 돌아섰다.

하지만 기분이 썩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다. 흥정을 하다 보면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다합에는 쉬기 위해 왔으므로~

선게스트 하우스를 일단 살펴 보려고 했지만 다들 자는 지 쥐 죽은 듯 조용하길래 레드 씨 릴렉스 리조트로 가서 인터넷에서 본 조건과 같은지 확인했다. 예전에는 20USD에 1 dive이고 1번 다이빙 할 때 마다 도미토리방 1박이 무료라고 했다.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좋은 레드씨 릴렉스의 모든 시설(조식, 수영장, 개인 해변, 헬스장, 사우나, 무료 카약 대여)을 이용할 수 있는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었는데 하면 할수록 다이빙샾의 손해가 너무 커서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의 조건은 1번 다이빙 16유로였고 2번 다이빙 할 때마다 도미토리 1박이 무료라고 했다. 그 외에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똑같았다. 흥정을 열심히 해서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 상당히 애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정확한 조건은 절대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하길래, 쓰진 않겠지만 예전 조건과 비슷하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원래는 아니지만 오늘 조식도 공짜로 제공해 주겠다고 해서 신나게 조식을 챙겨 먹었다. 밥을 먹는 중에 도미토리 방이 남자 방은 여유가 있지만 여자 방이 다 찼다고 돈을 추가로 더 내고 더블 룸을 쓰라고 이야기 해줬다. 굳이 돈을 더 내고 딴 방에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기다렸다가 다이빙을 시작한다고 얘기하고 밥만 공짜로 먹고는 다시 선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다행히 방이 여유가 있길래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6인도미토리 1인 20LE), 한국 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도미토리에서만 한달 가량 있었고 다합에는 1달 반 정도 있었다는 호석형님과 어제 도착하셨다는 남자 두 분이었는데 그 두 분은 오늘 밤 비행기로 떠난다고 하셨다.

일단 호석형님의 추천을 받아 오징어 덮밥과 짬뽕을 먹었다(각 40LE). 이집트 물가치고 조금 비싸긴 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라 가격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론 확인은 하고 먹었다..

날이 더워 식당이 뜨겁고 더웠는데 매운 음식을 먹어 더더욱 더워지긴 했지만 오랜 만에 정겨운 한국의 맛을 느낄 수가 있었다. 좀 짠 맛이 강했는데 다음에 먹을 때는 소금을 덜 넣어달라고 주문해야 할 것 같다. 동네를 한 바퀴 구경하기로 하고 바닷가 길을 따라 걸었는데 정말 꼬 따오의 해변을 따라 걸을 때의 바로 그 느낌이었다. 유명한 다이빙 도시다운 분위기였고 정말 아기자기한 예쁜 리조트와 카페들이 잔뜩 했지만 낮이라 너무 더워서 그런지 비수기인 것인지 사람이 정말 없었다.(나중에 밤에도 돌아다녀 보니 어딜 가나 사람들이 정말 없긴 했다. 요새가 성수기가 좀 지난 시기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집트 정세가 불안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것 같다.)

너무 날이 뜨거워 더 이상의 산책은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 일행은 낮잠을 좀 잤고 나도 좀 쉬었다. 해가 좀 지기를 기다렸다가 5시가 거의 다 되어 바다에 한번 들어가 보았다. 해변에 바로 산호지대가 형성되어 있어 물고기가 제법 많았는데 특이한 점은 물이 정말 급속도로 깊어졌다는 것이었다. 왜 다합에서는 걸어들어가는 다이빙이 가능하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야도 나쁘지 않았고 해양 생물도 제법 보여서 산호 주변을 돌아다니며 처음으로 고프로를 이용해서 스노클링을 하며 수중 사진과 동영상도 찍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싸구려 물안경을 그 동안 오래 사용해서인지 일행의 물안경에는 금이 가서 물이 자꾸 들어 왔고 내 물안경도 줄이 여러 번 빠지고 물도 많이 들어와 사용하기가 용이하지는 않았다. 결국 오랜 시간 스노클링을 하지는 않고 오늘은 맛만 보기로 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씻었다.

저녁은 맥주를 구하러 가기로 해서 맛있다는 킹 치킨(king chicken) 주변으로 걸어가 맥주를 좀 샀다(stella 10LE). 카이로보다는 살짝 비싸긴 해서 좀 깎아 보려고 했지만 가격이 전혀 내려가지 않았다. 다시 킹치킨으로 돌아가 쉬시 치킨 케밥(40LE)와 1/4치킨(25LE)을 시켰는데 가격 대비 썩 만족스러운 음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첫 날의 다합에 대해 나는 제법 만족하고 있어서 맥주와 함께 행복하게 치킨을 먹고는 물안경 가격을 좀 알아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호석 형님한테 최신 영화가 많이 있어 엄청난 양을 받았는데 앞으로 다합에서의  생활은 누가 봐도 늘어지게 될 것이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