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이집트]

[D+272/2014.9.15/다합/이집트] No coffee, No beer, No sugar 2일째.. 장어 밭!

빈둥멀뚱 2014. 9. 16. 04:17

7시 반에 일어나 수영복을 챙겨 입고 아침을 먹었다. 요 몇 일 계속되는 설사로 약을 몇 번 먹었는데 약 먹을 때만 괜찮고 약을 안 먹으면 다시 설사가 시작되는 것 같아 몸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맥주, 커피, 설탕을 다 끊기로 했다. 설탕을 전혀 안 먹는 것은 불가능 하겠지만 최소로 하기로~

아침에도 늘 먹던 커피 대신 꿀차를 한 잔 마셨다. 어제 저녁에 맥주를 안 마시고 오늘도 그리고 한 동안은 참아야 할 텐데 아마 가장 힘든 것이 맥주가 될 것 같다. 휴양지의 시원한 파도소리와 바람, 바닷물에 반짝이는 태양에 다이빙을 하는, 정말 모든 것이 갖춰진 맥주 유토피아에서 맥주를 참아야 하는 것이 좀 슬프지만 일단 뱃속 상태 회복이 우선이니..

아침을 챙겨 먹고 다이빙하러 갔더니 처음 같이 했던 함자 대신 무스타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이로 출신이라는 무스타파는 다이브 마스터였는데 그것도 땀을 엄청나게 흘리는 다이브 마스터였다. 날이 좀 더운 것도 있었지만 남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땀이 그의 훤칠한 이마와 곱슬머리카락 사이에서 끝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늘은 다이빙을 같이 할 분이 한 분 더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근무를 하는 미국분인 스캇 밥 아저씨였다. 휴가를 맡아 부인과 함께 다합에 4주간 놀러 오셨다는 데 다합에는 벌써 3번째라고 했다.

장비를 챙겨서 이동한 첫 다이빙 장소는 ‘The island’. 실제 섬은 아니고 산호가 섬 모양으로 물 속에 생겨있다고 해서 섬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했다. 호텔 바로 앞 바다 같지 않게 이 곳은 차를 타고 좀 간 후 걸어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파도가 좀 있어서 걸어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았다.

산호가 많았던 만큼 주변으로 수 많은 reef fish와 cornetfish, barrcuda의 떼를 봤다. 문어와 복어, chubali를 비롯한 많은 물고기를 봤지만 기존에 다 봤던 것들이라 특별히 신기한 물고기는 없었다. 다만, 산호색이 제법 예뻤고 일행이 이틀 전에 못 봤던 문어를 같이 봐서 좋았다.

-yellowtail baraccuda-

다시 호텔로 돌아와 블루홀에 가려고 어제 만들었던 버섯참치양파 간장 볶음밥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내가 만든 것이지만 맛이 상당히 좋았다. 짜지도 않았고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것이 아침 동안 실온에 있으면서 차갑지 않아져서 딱 좋았다. 다시 1시에 차를 타고 eel garden이라는 곳으로 갔다. 역시 차로 7-8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인데, 모래에 구멍을 뚫고 사는 장어가 평소에 고개를 내밀고 사냥을 하다가 사람이 가까이 가려고 하면 모래구멍 속으로 숨어 버린다는 곳이었다.

이곳 역시도 바닷물을 7-8분 정도 걸어 들어가야 했는데 파도가 쎄서 들어가고 나오는 과정이 좀 힘들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니 오전에 했던 곳보다 시야가 좋았고 처음부터 많은 물고기가 우리 주변을 헤엄치며 멋진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조금 이동해 모래바닥으로 갔는데 같이 간 무스타파가 말한 대로 모래를 손가락으로 파헤치니 주변에서 돌아다니던 boxfish(복어류)가 먹이를 찾으러 우리 쪽으로 왔다. 그리고는 내 바로 앞에서 한 동안 머무르며 열심히 모래 속에 있는 먹이감을 뒤졌다.

-산호 그늘에서 쉬고 있는 복어-

-lion fish-

-eel(모래 위로 몸을 길게 빼고 있기는 하지만 카메라가 구리고 가까이가면 들어가버려 찍기가 힘들다ㅠ, 클릭해서 보길)-

처음 보는 모래 장어의 모습이 좀 신기해서 좋았고 시야가 괜찮아서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에는 일행이 사진을 좀 찍어 준다길래 나오기 전에 포즈 몇 번 잡고 놀다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무스타파와 로그북을 작성하고는 여전히 땀 흘리는 무스타파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우리 방으로 돌아와 씻었다. 나오니 시간은 4시 정도 밖에 안됐지만 항상 다이빙을 하고 나면 엄청 배가 고프고 피곤했기에 선레스토랑에 가서 속을 위로할 겸 한식을 먹기로 했다. 그래 놓고는 엄청 매운 해물탕(50LE)을 시켜 오히려 속에 부담만 준 것 같다. 하지만 해물탕과 맵지 않고 조금은 느끼한 하지만 맛있는 오징어전(20LE)의 조합은 최고여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었다. 역시 호석이형님의 추천대로 정말 훌륭한 맛이었다.

밥까지 배부르게 먹으니 더욱 졸려서 숙소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다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역시 한식의 힘인지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일행이 로그북에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것을 구경하다 잠깐 옥상에 올라가 별을 봤다. 달이 없는 밤이라 꽤 많은 별들이 보였고 바람이 많이 불어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