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20/2014.7.25/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힘들었던 공항 노숙과 레이캬비크 캠핑장 산책

빈둥멀뚱 2014. 7. 25. 14:22

잠은 거의 자지 못했는데, 번갈아 가며 누워서 눈을 부쳤던 한 2시간 정도 이후 그래도 피곤이 많이 풀렸다. 10시 반에 도착하는 유진씨만 만나서 캠핑장을 찾아가 뜨거운 물로 샤워만 하고 나면 피로가 싹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행을 옆에 재우고 새벽 4시 정도부터 계속 깨있었는데 창 밖을 보니 안개가 많이 끼고 흐리긴 하지만 여전히 밝다. 역시 완전히 깜깜해지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사람들도 급속도로 많아져서 5시가 조금 넘은 지금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비롯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출국을 위해 모여들고 있다. 나에게 아이슬란드는 상당히 이색적이고 독특한 여행지였는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여행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몸을 좀 풀고는 일단 ATM에서 돈을 좀 찾았다. 갑자기 뒤에서 외국인 무리가 말을 걸며 오늘 도착했냐며 앞으로 캠핑 할꺼냐고 묻길래 조금 경계하면서 그렇다고 했더니 우리에게 말없이 가스를 주고 갔다. 가스가 워낙 비싸다는 것을 들어서 완전 신나 하면서 고맙다고 여러 번 인사를 했다. 같이 사진이라도 찍었어야 하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고 빠르게 일어난 일이라 생각도 안났다. 아쉽게도...

 

점점 출출해 지길래 공항 편의점 10/11에서 혹시 저렴한 먹거리가 있나 살펴 봤더니, 우리나라 돈으로 900원정도 밖에 안 하는 컵라면이 있어 둘이서 완전 신나 하면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는 잠시 기다리니 출국장에서 유진이가 나왔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환전과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버스표를 확인했다. 돌아올 때는 K express의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 버스를 알아보다 공항에서 파는 표가 인터넷보다 싸길래 구입해서는 공항 밖의 K express를 찾아 갔다. 날은 제법 쌀쌀했지만, 기대보다는 좋았고 어제 밤에 추위에 떨어서 그런지 훨씬 따사롭게 느껴졌다.

K express는 레이캬비크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중에서 터미널이 아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레이캬비크 시티 호스텔 캠핑장을 지나 가길래 신청한 것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시간이 되니 커다란 차에 우리만 태우고 캠핑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차가 제법 새 것이라 우리만 타고 가니 상당히 대접받는 느낌이 났고 전세낸 기분이라 만족감은 배로 커졌다(1인 8 euro).

 

 

도착한 레이캬비크 시티 호스텔 캠핑장은 1인당 1500크로나였는데, 그 외 인터넷이나 샤워 모든 시설 이용이 공짜였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곳이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돌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들렸다가 떠나는 장소인지 사람들이 필요 없는 물건을 쓰라며 두고 간다는 점이었다. 기대도 안하고 갔는데, 공짜 물건이라고 써 있는 선반에서 정말 우리의 캠핑에 꼭 필요한 많은 것을 챙길 수 있었다. 딸기 쨈, 밀가루, 쌀, 식용유, 휴지, 컵, 물, 가스, 코펠, 설탕, 소금 등을 챙겼는데, 심지어 침낭과 텐트까지 있었다.

 

상당히 배가 고파서 일단 내부에 비치되어 있는 식기로 유진이가 가져온 신라면을 끓여 캠핑장에서 얻은 쌀로 한 밥과 함께 먹었는데 정말 말도 안되게 맛있었다. 그토록 귀한 신라면을 3명이서 무려 3개나 끓여 먹는 호사를 누리다니 엄청나게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배를 두둑히 불리고는 텐트를 쳐 놓고 동네 구경을 나섰다.

 

 

주변이 수영장이나 각종 체육 시설이 있는 공원이었고 자작 나무가 많이 심어진 멋진 길이 이어졌다. 그 동안 카톡으로만 이야기 했던 유진이는 조금은 짐작했었지만 생각보다 더 쿨하고 털털한 멋진 여성이었다. 이야기 하는 것이 시원시원했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 똑똑한 아이였다. 우리는 여기 저기를 둘러보며 대강의 아이슬란드 물가를 파악하려 애썼다. 장 볼 곳도 미리 찾아 보고 각종 상점에 들어가 여기 저기를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걸어 다니며 여기저기를 구경하다가 발견한 KFC와 도미노 피자의 가격도 확인했는데 비싼 편이었지만 우리나라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아이슬란드 물가에 비하면 정말 무난했다. 유진이가 저녁을 쏜다며 도미노 피자를 샀는데 나오자 마자 그 자리에 앉아 먹은 도미노 피자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다. 도미노 피자가 우리나라에서 화덕 피자 맛집 같은 맛이 났다. 정말 최근에 먹은 피자 중에 가장 훌륭한 맛이었다.

 

 

천천히 걸어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운동회라도 열리는 지 축구장에서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축구 시합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축구뿐이 아니었고 캠핑장 주변이 올림픽 선수촌이라도 되는지 정말 훌륭한 장비와 각기 다른 종목을 연습 중인 선수들을 보았다. 대부분이 상당히 어려 보였는데, 한쪽에서 창 던지기를 연습하고 있길래 신기한 눈으로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실내 테이블에 모여 앉아 다같이 병맥주 한잔씩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열심히 이야기 하는데 왠 외국인이 펜을 빌려달래서 빌려주니 지도에 열심히 무엇인가를 표시했다. 그러려니 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맥주를 즐기다 좁은 텐트 속에서 셋이 엉거주춤 끼어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