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31/2014.8.5/스티키솔무르,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또 다시 걸려버린 우리 차, 스네펠스요쿨 트래킹

빈둥멀뚱 2014. 8. 6. 06:50

스티키솔무르 캠핑장은 항구 도시 캠핑장이라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니 텐트 바로 밖에서 오리가 걸어 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 소리가 났다. 아직 시간도 6시 밖에 안됐길래 조금 더 눈을 부쳤다가 일어나 텐트를 정리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역시 같은 음식으로.. 하지만 늘 맛있다.

마지막으로 차에 기름을 채우고는 8시 반 쯤 스네펠스요쿨(snaefellsjokull)을 향해 출발했다. 날은 조금 흐렸지만 비가 오지는 않았다. 사실은 트래킹 하기에 정말 좋은 날이었다.

역시나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색의 양들이 보였는데, 그저께 자춘이가 현지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이슬란드에 있는 모든 양들의 주인이 있다는 것. 다만 여름 동안에는 완전 방목을 해서 알아서 살아가게 하고 날이 추워지면 흩어진 양들을 다시 모아서 미리 준비해 둔 목초를 먹이며 키운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도로를 달리다 보면 도로 중간 중간에 다리 비슷한 형식으로 쇠로 된 오돌돌한 길이 있는데, 이 길을 건너다 보면 마치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는 것처럼 돌돌 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 부분이 서로 다른 주인이 있는 양들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부분 부분 파인 부분에 양의 다리가 빠져 양들은 건너가지 못한다고.. 엄청나게 넓게 퍼져 있는 양들이 모두 주인이 있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양의 이동을 방지하는 장치를 다 만들어 놓은 점에 두 번 놀랐다.

 

오늘도 지나가면서 양과 방지턱을 보니 다시 한번 그 생각이 나면서 신기했다. 스네펠스요쿨이 왼쪽으로 보이며 정상에 빙하가 보였지만 트래킹 코스의 시작점을 찾기는 힘들었다. 무턱대고 길을 따라 가다가 이정표가 보이길래 오프로드를 따라 올라가 보니 스네펠스요쿨을 옆으로 지나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도로였다.

 

우리는 그나마 빙하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곳에 차를 세우고는 빙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정식 트래킹 코스는 아니었지만 얼음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서 그다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마침내 빙하에 가깝게 접근했고 그 앞을 가로 막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 때문에 더 이상 나아가는 것을 포기했다. 이미 빙하도 잘 보였고 빙하 트래킹 경험도 있는데다가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멀리 내려다 보이는 산맥과 바다의 모습이 역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돌아 내려오는 길에 테이블이 있어 점심을 라면과 핫도그로 먹었는데 먹으면서 보니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동굴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 알고 보니 그 곳이 노래하는 동굴이 있는 송헬리르(Songhellir)였다. 우리도 나름대로 목청을 가다듬고 생각나는 대로 각자 소리를 질러댔다. 자춘이의 휘파람이 동굴에 울리는 소리가 정말 좋았다.

나름 만족하고는 다시 돌아 나오면서 레이카비크(Reykjavik)를 가려고 왼쪽 길로 들어 섰다. 흔한 오프 길이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제법 거칠었고 가다 보니 움푹 파인 시냇물로 인해 도저히 건널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자춘이가 차를 돌리려고 하는데 제법 큰 바위를 못 봐서 차가 바위 위에 걸려 바퀴가 붕 뜨는 상황이 벌어졌다.

 

 

안빼주고 가버리는 경찰.

 

열심히 빼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고 바퀴만 더 공중에 뜰 뿐이었다. 돌을 받히고 흙을 파 내려고 했지만 해변과는 달리 돌이 섞여 있는 단단한 흙이라 맘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구조팀을 부르고 기다리니 한참 뒤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관도 한 번 빼보려고 하더니 마음대로 되지 않자 결국 구조팀을 불렀다면서 사진을 찍고는 간단한 신원만 묻고 돌아갔다.

 

 

이때가 이미 차가 선 지는 1시간 반 정도가 지난 시간이었는데, 구조팀은 1시간 정도나 후에 온다고 했다. 근데 번뜩 재키로 차를 들어올리면 박힌 돌을 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짐칸 아래 있는 재키를 꺼내서 차를 들어올리기 시작 했고, 거의 끝까지 차를 들고 나서야 박힌 거대한 돌을 꺼낼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신나서 웃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 번 구조팀을 부르면 약 2만 크로나 정도가 든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돈을 아낄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 경찰도 해결 못한 일을 우리 손으로 해결했다는 만족감이 더 컸다.

어찌 보면 운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이 긍정적인 녀석들은 누구 하나 인상 쓰지 않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겼다며 오히려 신나 하고 좋아했다. 정말 밝고 흥겨운 최고의 여행 동행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경찰에게 연락해 구조팀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니 알겠다면서 흔쾌히 받아 주었다. 자춘이가 길가에 서서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그렇고 경찰도 그렇고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참 친절해서 좋다. 차를 무사히 빼내고 달리며 차 상태를 봤는데 크게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아래 쪽이 움푹 들어가기는 했지만, 운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들 수 있는 보험이란 보험은 다 들어놓았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모두 흥분해서 레이캬비크를 향하는데 여성 히치 하이커가 있길래 태워주었다. 그 동안 자리가 없어 태워주지 못했는데 승혁이 자리가 생겨서 처음으로 태워줄 수 있었다. 이름은 하이키라고 하는 독일 여성이었는데 2시간 동안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어 포기하려던 참이었다고 했다. 독일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여름 휴가차 3주간 놀러 온 건데 처음에는 버스로 들어왔지만 스네펠스요쿨 지역을 히치로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버스가 없는 지역이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며 우리가 레이카비크까지 간다니깐 완전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해저터널을 지나(1000ISK) 레이캬 비크에 도착했다. 다시 돌아온 레이카비크 시티 호스텔 캠핑장에서 하이키 누님을 내려주고 남은 여행의 행운을 기원했다. 그리고는 레이캬네쉬르나(Reykjaneshyrna)를 트래킹 할 때 아주머니 한 분이 알려준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피쉬 마켓(Fiskmarkadurinn)이라는 곳이었는데 이 곳에서는 속이지 않고 아이슬란드에서 나오는 신선한 고기와 생선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다.

 

브리오 생맥주(Brio, 990ISK)와 에길스 굴 생맥주(Egils Gull, 990ISK)를 시작으로 소고기(Naut, 6300ISK), 양고기(Lamb, 5700ISK), 대구(Thorskur, cod, 4400ISK)요리, 아귀(Skotuselur, monk fish, 4600ISK)와 작은 밍크 고래(Hrefna, 2300ISK)등을 시켜 골고루 나누어 먹었다. 유진이가 추천하는 남아공 와인과 함께.. 물론 엄청나게 비싼 음식값을 지불해야 했지만 회비가 많이 남아 공돈으로 먹는 기분이었고 구조팀을 부르지 않아서 더 싸게 먹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음식 맛이 정말 엄청나게 맛있었다. 현지 음식을 그것도 훌륭한 추천 메뉴를 먹어보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라 음식 값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다 먹고 한번 생각해 보니 엄청나게 비싼 음식이긴 했다..

다들 온화해지고 편안해져서는 다시 레이캬비크 캠핑장으로 돌아와 씻고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