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이슬란드]

[D+229/2014.8.3/흐밤스탄기, 노르두르피오르드/아이슬란드] 서부 피오르드의 멋진 해안과 인심 좋은 커피점, 트래킹 후 뜻밖의 온천

빈둥멀뚱 2014. 8. 4. 05:10

흐밤스탄기 캠핑장은 밤새 바람 없이 잔잔했고 따뜻했다. 물론 바람이 좀 불었어도 워낙 곯아떨어진 상태라 전혀 몰랐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따뜻한 공기가 텐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스프, 식빵, 피클, 할라피뇨 고추, 딸기쨈이 변함없는 우리의 아침이었다. 밥을 다 먹고 점심을 위해 계란을 삶아서 서부 피오르드를 향해 출발했다. 물론 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운 체로..

 

오늘도 변함 없이 맑고 화창한 날이었다. 쪼대에게 들었을 때는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렸었다고 했는데 우리는 날씨 운이 정말 좋은 것 같다. 서부 피오르드를 향해 1번 국도를 달리며 한 두 번 정도 전망을 보기 위해 정차했고 주변 경관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는 다시 달리길 반복했다.

아침을 일찍 챙겨 먹고 출발해서 인지 12시가 되기도 전에 배가 고파 서부 피오르드에 들어서 우연히 지나던 캠핑장에 자리를 잡고 삶아 온 계란과 맥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다. 위쪽으로 보이는 설산과 햇빛에 반짝이는 바닷물로 주변 경치는 불평할 것이 전혀 없이 정말 멋졌다.

 

 

우리는 처음에 아이슬란드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하루씩 돌아가면서 서로의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승혁이가 간 이후로는 다른 음악이 없어 내 음악만 듣고 있었다. 하지만 차로 얼마나 오래 달려 온 것인지 음악도 제법 반복해서 듣게 되는 곡이 생겼다.

여러번 들리는 곳 중에 내 애창곡이기도 하면서 언제 들어도 좋은 곡이 있는데, 식사 후 마침 그 곡이 흘러 나왔고 기분이 좋아져서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의 라이프’를 신이 나서 모두가 같이 따라 불렀다.

 

 

절벽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끔씩 멋진 폭포가 보였고 반짝이는 바다를 따라 나 있는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날아가는 각종 새들과 바다 위를 떠 있는 바다오리, 그리고 아주 드물게 사냥을 하고 있는 물개도 볼 수 있었다. 변함 없이 사방에서 나타나며 우리에게 웃음을 주기도 하고 차 앞으로 뛰어들까 봐 우리를 긴장시키는 것은 검은색, 흰색, 갈색 등 다양한 색의 양이었다.

 

점심을 먹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들른 두파빅(Djupavik)마을의 호텔에서는 정말 감동적인 대접을 받았다. 처음에 겉에서 보기에는 학교 같아 보이는 건물에 호텔이라고 써 있길래, 약간은 미안해 하며 화장실을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며 반가워 했고, 커피와 각종 차를 무료로 먹으라며 준비해 놓고 있었다.

 

 

내부의 테이블과 각종 인테리어를 정말 정감 있고 센스 있게 꾸며 놓았고 쌀쌀한 밖과는 달리 안쪽은 상당히 따뜻해 겨울이었다면 정말 하루 이틀 머물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었다.

 

직원에게 물어 서부피오르드를 구경하기 좋은 방법과 갈만한 곳을 들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서부 피오르드는 정말 큰 곳 이었고 2일간 서부 피오르드를 즐기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욕심을 버리고 직원이 추천해 준 곳에서 트래킹을 하고 편안히 쉬다가 내일 일부를 더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잠시 앉아 커피를 마신 후 직원이 추천해 준 레이카네쉬르나(Reykjaneshyrna)로 트래킹을 하러 갔다. 긴 코스는 아니었고 등반하는 데 45분 정도 걸리고 왕복 1시간 반정도 걸리는 간단한 트래킹이었다. 특이한 모양 때문에 멀리서도 잘 보이는 곳이었는데 한쪽은 깎아지는 절벽이었고 한 쪽으로는 완만한 경사가 정상까지 이어지는 구조였다.

 

초입 부근이 습지대여서 신발이 좀 젖긴 했지만 발이 완전히 잠기거나 할 정도는 아니어서 큰 문제는 없었고 천천히 언덕을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반대쪽이 정말 가파른 절벽지형이라 조금 무서웠긴 했지만 양 쪽으로 보이는 전망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사진으로 그 느낌이 담기지 않아 렌즈와 카메라만 원망할 뿐이었다. 양 쪽 발 아래로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고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거의 길 끝 쪽에 있다는 해안가 수영장이었다. 크로스네스(Krossnes)에서 조금 더 간 곳에 개인이 운영하는 수영장이 있었는데, 온천물을 받아다가 해안 바로 옆에 수영장을 짓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1인 450ISK). 물도 기대보다는 제법 따뜻했고 가격도 싼 데다 무엇보다 바닷가 바로 옆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제법 아이슬란드의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수영장이 북적일 정도는 전혀 아니었고 동네 아이들로 보이는 아이들이 와서 수영을 하며 놀고 있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수영장에는 자쿠지도 한쪽에 있었지만 물이 많이 뜨겁지는 않았다. 수영장 물에는 스트로폼으로 된 체스 판이 떠 있어서 자춘이에게 체스 두는 법을 배우며 한 판 같이 했는데, 역시나 처참하게 깨졌다.

 

 

수영장 한 쪽에 온천물이 나오는 곳이 있었는데 정말 딱 좋은 온도의 물이 쏟아져 나와 그 주변에 서서 온천욕을 즐기며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멀리 보이는 설산과 귀로 들리는 파도소리와 부서지는 파도로 인해 역시나 다시 한 번 현실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슬란드에 온 이후에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인지 모든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오후 6시 반 정도까지 느긋하게 온천을 즐기다가 얼달틴두르(Urdartindur)캠핑장에 자리를 잡고 스파게티면과 고추장, 참기름을 이용해 비빔면을 해서 먹었다. 물론 밥과 진라면도 하나를 함께.. 말할 필요도 없이 황홀한 맛 이었다. 한국을 느낄 수 있었다. 고추장과 참기름이라니!!

 

 

우연히 들어온 캠핑장에서 오늘 공연이 있다고 구경오라고 하니.. 또 다른 행운이 찾아온 듯 하다. 바로 구경가야지!

블로그를 쓰다가 공연 구경을 다녀왔는데 동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합주 연습을 하고 축제 기간에 맞춰 준비를 한 것 같았다. 아이슬란드 전통 노래를 연주하는 것인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캠핑장에 놀러 와서 그들의 연주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연주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며 간단한 율동까지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도 남녀노소가 모두 함께 즐겨 부르고 한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는 노래가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붉은 노을’ 정도면 가능할래나??

이미 다 먹어서 더 이상 없는 맥주와 보드카 대신 승혁이가 사온 깔루아를 잔에 따라 마시며 공연을 구경했는데 그리 오랜 시간 하지는 않았다. 연습한 곡이 많지는 않았는지 5-6곡 하고는 끝났는 데 잔잔한 분위기며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것 같아 정말 보기가 좋았다.

음악은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