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31

[D+254/2014.8.28/가베스/튀니지] 에어컨 방에서의 잉여적 하루와 가베스 생선 요리

오늘은 작정하고 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 날이라 잠도 정말 충분히 잤다. 밤새 시원한 에어컨으로 인해 오히려 추울 정도지만 그래도 에어컨을 쉽사리 끌 마음은 들지 않았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 치킨 샌드위치로 아침을 먹는데 치킨 1/4 조각을 뼈도 빼지 않고 통째로 샌드위치에 넣어주었다. 산적들이나 먹었을 법한 터프한 방식이었지만 치킨이 맛이 좋아 전혀 불만이 없었다. 걸어보니 낮 동안은 엄청나게 덥긴 하지만 습하지는 않아 그늘로만 걷는다면 간간히 부는 바람으로 인해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저녁 때는 다시 습해지는 것으로 봐서 한낮의 햇볕의 열기가 모든 습도를 날려 버리는 것 같다. 다시 시원한 방으로 돌아와 수스에서 샀던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면서 빈둥거렸다. 꽤나 행복한 기분이 되었고 한참을..

[D+251/2014.8.25/튀니스, 수스/튀니지] 튀니지의 해운대, 수스(Sousse)

어제는 비교적 시원한 밤이어서 그럭저럭 잠을 잤다. 일행은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더니 아침 일찍 일어나 이미 운스를 마친 뒤 짐을 다 싸고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라웠다. 시간이 충분히 남았길래 호텔 근처 빵집에 가서 빵과 커피를 마셨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prince’라는 이름의 빵집이었는데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는 것이 체인점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짐을 챙겨서는 기차에 올랐다. 안내판에는 1번 플랫폼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역무원은 2번 플랫폼이라고 알려주었다. 정말 안내판과 직원의 안내가 다를 때 가장 혼란이 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다가 오지 않을 때 내가 여행 중임을 문득 깨닫곤 한다. 해결 방법은 여러 번 묻고 확인하는 것 뿐인데, 2번 플..

[D+248/2014.8.22/카사블랑카, 튀니스/튀니지] 처음부터 느낌 좋은 튀니스(Tunis)

어제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BIM(터키에서 자주 애용하던 대형 마트)에서 아침으로 먹으려고 조리퐁 비슷한 과자와 우유, 조각 파운드 케이크와 요거트를 샀다. 하지만 아침에 열어 보니 우유가 아니라 우유곽에 담긴 점성이 약한 요거트였고 그나마도 상당히 맛이 없는 것이었다.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대부분을 남긴 체 멀쩡한 요거트와 빵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짐을 챙겨 바로 앞에 기차역에 가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공항 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정 시간 보다 조금 늦게 기차에 올라 출발했고 약 40분 정도를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바로 공항으로 연결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항으로 들어가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오랜 만에 국적기인 튀니지 에어를 타서 기내식을 먹을 생각에 신나 있었는..

[D+247/2014.8.21/카사블랑카/모로코]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날

어느덧 2주가 훌쩍 지났다. 모로코의 2주와 아이슬란드의 2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정신 없이 최대한 돌아다니려고 애썼고 그 만큼 한 일도, 추억도 많아서 상당히 오랫동안 지낸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정신 없이 달리기만 하다 보니 여행의 피로는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 있었다. 모로코는 쌓인 피로를 풀고 조금 한가롭게 다니고 싶어서 예전 여행 스타일 대로 다녔더니 조금 한가롭고, 덜 다니긴 했지만 시간은 훨씬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사하라 사막을 낙타 타고 다니기도 했고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실컷 마시기도 했으며 제법 국물이 얼큰한 달팽이를 맛보기도 했고 좁은 메디나의 골목 골목을 누비며 산책을 하기도 했다. 빵빵 거리며 줄지어 달려가는 결혼식의 행렬을 구경하며 신나 있는 사람들을 보고 같이 ..

[D+241/2014.8.15/페스, 쉐프샤우엔/모로코] 마음에 드는 마을, 쉐프샤우엔(Chefchaouen)

방 두 개인 다르(모로코식 숙소)에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공간을 넓게 자유롭게 쓰고 조용한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었는데 아침에 준 소박하지만 정갈한 아침식사에 또 한번 기분이 좋아졌다. 부지런히 밥을 먹고 짐을 싸서는 빠른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그 동안 못 올렸던 블로그를 열심히 업로드했다. 10시 반 출발인 CTM버스가 10시까지 오라길래 짐을 챙겨서 가봤더니 아래 짐칸에 넣을 짐 값으로 가방당 5디람씩 달라고 했다. 원래 다 내는 것인지 아님 외국인한테만 챙기려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서 그냥 들고 탄다고 한참을 실갱이 하고 버티다가 표까지 써주면서 다 내는 거라고 짐 3개에 10디람만 내라 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돈을 내고는 짐 표를 받았다. 나중에 보니 짐을 내릴 때 하나하나 표를 확인..

[D+239/2014.8.13/메르주가, 페스/모로코] 그랑 투어 택시를 타고 페스로

정말 쉽지 않은 밤이었다. 물을 충분히 갖고 가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고 생각 보다 사막의 기온은 밤이라고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려고 밖에 누웠음에도 간간히 부는 바람은 여전히 뜨거웠고 너무나 건조해서 피부와 입술이 모두 말랐다. 누워 있으니 시원한 맥주나 물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새벽에 기온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춥거나 쌀쌀한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짐을 챙겨서는 다들 다시 낙타에 올랐다. 수연이의 낙타는 여전히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제만큼 많이 울부짖지는 않았다. 하늘에 안개와 구름은 여전히 많아 제대로 된 일출을 보기는 힘들었다. 시간이 좀 지나 해가 꽤 하늘로 올랐을 때에도 구름에 갇혀 제대로 된 윤곽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시 잠잠하고 선선한 사막의 아침을 모래에 미끄러지듯..

[D+235/2014.8.9/마라케쉬/모로코] 메디나와 자마 엘 프나 주변 구경, 사하라 사막 투어 예약

거의 11시가 될 때까지 푹 잤다. 장시간의 이동과 공항 노숙에서 오는 피로, 아이슬란드의 쉴새 없이 달려온 누적된 피로로 인해 간만에 침대 위에서 정말 푹 잤다. 모로코는 거의 인도와 비슷하게 생각을 해서 정말 엄청나게 더울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습도도 높지 않은 것 같고 11시 경이 다 되도록 방 안의 온도가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이 간간히 불면 시원해서 정말 휴식을 취하기에는 적당한 온도였다. 또한 놀랍게도 모기가 없었다!! 아이슬란드를 준비하고 늘 도로 위를 달리며 믿을 수 없는 주위 풍경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쏙 빠져 있어서 모로코 준비를 거의 못했었다. 겨우 공항에서 숙소 찾는 정도만 알아 보고 온 것이라 루트도 없었고 어디로 가서 뭘 봐야 할 지 전혀 모르고 왔다. 화용이 ..

[D+234/2014.8.8/런던, 마라케쉬/모로코] 드디어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딛다.

역시나 가트윅 공항은 추웠다. 동남아에서 정말 무식하게 에어컨을 틀어 놓는 것처럼 가트윅 공항도 에어컨을 밤새 심하게 틀어 놓아 여전히 아이슬란드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다행히 옷을 두툼하게 입어서 그럭저럭 잠을 자고는 새벽에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잠이 깼다. 일찍 일어날까 봐 버스 시간을 6시 반으로 잡아 놨는데 시간은 5시 조금 넘어 있었다. 수연이가 어디를 가더니 얼굴이 상기되어 돌아왔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어제 자면서 꽂아 놓았던 핸드폰 충전기를 누가 가져가 버린 것이었다. 저번에 아무 문제 없이 잘 충전했고 영국이라는 점 때문에 마음을 좀 놓았는데 너무 마음을 놓아 버린 것인지, 이제부터 아프리카가 시작되니 정신 차리라는 가르침인지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기분이 좀 그랬다. 미리..

[D+232/2014.8.6/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캠핑장에서 휴식을.. 아이슬란드의 생선요리와 기가 막힌 피쉬 앤 칩스

오늘은 다들 다음 여행지를 대비하며 쉬고 정보 검색을 하기로 한 날이라, 넉넉하게 8시에 일어났다. 어김 없이 햇볕이 텐트를 비춰주어 아주 따뜻한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공짜 물건이 쌓인 곳에서 얻은 매쉬 포테이토(mashed potato)와 스프, 빵으로 아침을 먹었는데 살짝 양이 부족한 것 같아 남은 스프를 이용해 파스타를 조금 해서 나누어 먹었다. 식사를 하다 보니 한국인 아이들이 좀 보였는데,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인솔하시는 선생님 한 분과 같이 캠핑을 온 것 같았다. 1-2주 기간으로 왔다고 했는데, 그 나이에 아이슬란드에 와 보다니 정말 운이 좋은 아이들이었다. 우리에게 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함께 찍고는 우리가 먹고 있던 스프 파스타를 조금 주었더니 방금 일어났다면..

[D+231/2014.8.5/스티키솔무르,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또 다시 걸려버린 우리 차, 스네펠스요쿨 트래킹

스티키솔무르 캠핑장은 항구 도시 캠핑장이라 그런지 아침에 일어나니 텐트 바로 밖에서 오리가 걸어 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 소리가 났다. 아직 시간도 6시 밖에 안됐길래 조금 더 눈을 부쳤다가 일어나 텐트를 정리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역시 같은 음식으로.. 하지만 늘 맛있다. 마지막으로 차에 기름을 채우고는 8시 반 쯤 스네펠스요쿨(snaefellsjokull)을 향해 출발했다. 날은 조금 흐렸지만 비가 오지는 않았다. 사실은 트래킹 하기에 정말 좋은 날이었다. 역시나 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색의 양들이 보였는데, 그저께 자춘이가 현지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이슬란드에 있는 모든 양들의 주인이 있다는 것. 다만 여름 동안에는 완전 방목을 해서 알아서 살아가게 하고 날이 추워지면 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