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36/2014.8.10/마라케쉬/모로코] 아침 산책과 간만에 한 운동, 모로코 영화 관람

빈둥멀뚱 2014. 8. 11. 04:11

역시나 푹 자고 아침을 먹으러 느지막하게 숙소를 나섰다. 현지인들이 먹고 있는 작은 식당이 하나 보이길래, 어제 먹은 계란 빵을 치즈와 감자는 빼고 계란으로 속을 넣어 차와 함께 아침으로 먹었다(계란빵 6디람, 차 큰 거 1.5디람). 마라케쉬의 오전은 햇빛은 강해도 밤새 차갑게 식은 사막의 기온으로 인해서 인지 날은 제법 선선했다. 그늘에만 있다면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식사 후에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골목 골목을 그냥 끌리는 대로 마구 걸어 다녔다. 공을 차고 뛰어 노는 아이들이 보였고 자전거로 열심히 배달 가는 듯한 아저씨도 보였다. 생선과 과일, 향내 나는 풀을 파는 시장이 보이길래 생각 보다 자주 보이는 포도의 가격을 물었더니 1kg에 10디람(약 1300원)이라고 했다. 그 동안 포도는 크게 싸다고 느꼈던 나라가 별로 없었는데 모로코에서는 포도의 가격이 확실히 싼 것 같아 청포도를 1kg 샀다. 다시 산책을 하며 갖은 문양으로 치장되어 있는 모로코의 독특한 문을 구경했다. 좁은 골목 2층 창 밖으로 담쟁이를 키우는 집도 구경하고 여기 저기를 부지런히 다니는 새끼 고양이들과도 만났다. 오전시간이라 그런 것인지 아님 관광객들이 자주 오지 않는 길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2일 간의 마라케쉬와는 다르게 한적한 길에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 정말 좋았다.

 

다시 숙소 쪽으로 돌아오다가 엄청나게 큰 건물이 보이길래 뭐지 했더니 옛 왕족들의 무덤인 사디안 무덤(Saadian tombs)이었다. 정말 높은 벽과 탑인 미나렛(minaret)이 보여 주변에서만 슬쩍 구경했다. 그리고는 슬슬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 정말 오랜만에 아이슬란드 내내 못했던 운스를 했다. 날은 좀 더웠지만 새벽에 주인 할아버지가 가져다 주신 선풍기를 틀고 하니 할만 했다.

 

샤워를 하며 빠트렸던 바람막이와 옷을 빨아서 다시 한 번 강한 햇볕에 널어 두었다. 그리고는 밀린 블로그를 또 하루치 써두고 다시 나가 늦은 점심으로 어제 먹었던 생선 튀김 집을 다시 찾았다. 역시 북적거려 마지막 남은 한 테이블을 차지 하고 앉아 가져간 화이트 와인과 함께 생선을 먹었는데 맛도 정말 훌륭하고 가격 대비 최고의 식사였다(4가지 생선 섞어서 20디람).

 

 

어제 지나가다 본 영화관에서 오늘은 영화를 한 편 볼까 해서 찾아갔더니 이미 영화가 시작되어 5시에 다음 영화가 있었다. 맛있을 것 같은 모로코 요거트를 사 먹고 숙소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어 둔 포도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요거트는 가격도 저렴하고(1개 2디람), 맛도 제법 좋아 아마도 오렌지 주스와 함께 모로코 내내 많이 사먹게 될 것 같다.

 

마침내 찾아가 관람한 영화는 모로코어인 아라비아어로 말을 하고 불어 자막이 있는 영화였는데, 네덜란드로 가려다가 잘못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간 친구를 구하러 친구의 어머니와 친구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영화였다. 처음에는 배우들이 연기를 제법 잘하는 것 같아 몰입도가 좋았는데 갈수록 줄거리가 너무 어이 없고 CG도 형편 없어지고 카메라 움직임도 조잡해져서 하품만 줄곧 하다가 나왔다. 똑같이 내용을 알아 들을 수는 없어도 갑작스럽게 음악과 춤이 나와 신나게 해주는 인도 영화 쪽이 조금 더 훌륭한 것 같다.

 

들어 오는 길에 항아리 케밥처럼 생긴 그릇에 요리한 감자와 치킨을 오렌지 주스와 빵과 함께 먹어 봤다. 조리한지 조금 되어 조금 미지근하긴 했지만 양념이 제법 맛이 좋았고 먹다 보니 우리나라의 춘장이 연상되는 맛이라 아주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