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38/2014.8.12/보우말레 다데스, 메르주가/모로코] 사막의 밤, 놀라운 별똥별의 밤

빈둥멀뚱 2014. 8. 13. 07:01

 

 

 

 

호텔의 조식에 오렌지 주스가 나왔다. 그것도 큰 유리 주전자에 담긴 체로.. 한잔에 4-5디람정도 하기 때문에 한잔 사먹고 나면 늘 아쉬웠는데 가득 담겨 있는 오렌지 주스를 보며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다른 이야기 이긴 하지만, 요새 달러가 형편 없이 떨어져 바꾸어 온 달러를 쓰지 않고 ATM에서 수수료를 좀 물더라도 현금서비스를 받은 후 바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돈을 찾아서 쓰고 있다. 장점은 환전할 곳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환율 비교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는 것. 돈을 그 때 그때 원하는 만큼 찾을 수 있고 도시에 따른 환율 차이를 고민하거나 앞으로 돈을 얼마나 쓸지 머리 아프게 고민해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단점은 수수료가 좀 나온 다는 것인데, 비싸게 산 달러를 쓰느니 조금 기다려 보고 일단 ATM을 이용하기로 했다. 애써 만들어 나온 국제 현금카드는 사용 가능한 ATM이 워낙 적어서 동남아에서 잠깐 쓰고는 그 이후 한 번도 사용을 못했다. 터키 이후에는 계속적으로 ATM을 이용하는 중인데 선결제로 현금서비스 받은 돈을 일찍 갚기만 한다면 크게 손해 보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현금 서비스 이용 후 갚을 수 있을 때까지 몇 일 걸린다는 점이 아쉽다.

이런 연유로 몇 일 전에 찾은 돈을 Wifi가 될 때 갚으려고 봤지만 여전히 현금 서비스 관련 처리가 덜 된 것인지 카드사의 수작으로 일부러 늦게 갚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인지 모르지만, 선결제가 가능하지 않았다.

결국 누구보다 일찍 일어난 김에 우리는 빵과 커피는 물론 달콤한 오렌지 주스로 주린 배를 가득 채웠다. 정말 모로코 오렌지 주스는 지금까지 먹어 본 것 중에 단연 최고다. 먹고, 먹고 또 먹고 싶은 아주 달콤하며 부담 없는 맛!

식사를 마치고 8시에 다시 미니 버스에 올라 투어를 시작했다. 어제 생각지도 않게 이동 시간이 너무 길어서 또 다시 장시간 앉아 이동해야 하는 것이 좀 힘들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침의 선선한 기온이 몸 상태를 가볍게 하는 데 큰 기여를 해서 그나마 덜 힘들게 출발 할 수 있었다. 역시 어디 가는지 말 한번 해주지 않는 버스 기사는 어제와 똑같은 CD를 틀고는 기세 좋게 다른 차를 추월해 가며 어딘가를 향해 갔다.

 

 

성의가 없는 건지 무감각한 건지 아님 한 CD에 들어 있는 댄스 음악들의 엄청난 오타쿠인건지 알 수 없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포함해서 약 7-8곡 정도 들어 있는 댄스 음악을 어제 출발 할 때부터 정말 말 그대로 하루 종일 트는 데 미칠 지경이었다. 처음 한 두 번은 신났지만 언제부터인가 반복적이고 몽환적인 정체를 알 수 없던 모로코의 전통 음악이 오히려 그리워 지기 시작했다.

 

 

 

차는 어딘가의 언덕 위에 서서 우리에게 사진 찍을 시간을 주었고 어딘지도 잘 모르면서 혹시 뭐 있나 하는 마음에 일단 한 두 장 찍어두고는 다시 차에 오르기를 반복했다.

 

 

 

다시 가자고 재촉하는 기사에 이끌려 차에 올라 잠시 달리다가 세워 주길래 내려보니 이번에는 다행히도 영어를 하는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제법 푸르른 들판으로 데려가서 현지 작물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물이 좀 있는 비옥한 토지인지 주변과는 확연히 다르게 풀과 나무가 많은 곳이었다. 많은 동네 주민들이 이 곳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는 은 공예품 가게와 카펫 가게로 우리를 돌렸는데, 카펫 가게에서는 적어도 만드는 방법이나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거나 한 번쯤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냥 차 한잔 먹이더니 카펫을 잔뜩 가져와 깔고는 가격과 만드는 데 걸리는 시일, 누가 만들었는지 정도만 설명해서(자신의 어머니라든가) 좀 어이가 없었다. 물론 카펫 자체는 훌륭했고 수공예품이라 예술성도 있었다. 우리 일행 중에서도 이태리 총각과 스페인 아주머니가 카펫을 각자 하나씩 구매하기도 했다.

 

 

 

쇼핑이 끝나자 화용 형님의 블로그에서 본 대로 거의 300m에 이른다는 절벽 사이에 이루어진 계곡을 구경하러 갔는데 이 곳이 제법 볼 만했다. 햇빛은 좀 뜨거웠지만 손과 팔의 땀을 씻어내고 나중에 발을 담그고 앉아 있으니 이 곳이 아프리카인가 싶을 정도였다. 수 킬로 떨어져 있는 산 위에 살고 있다는 현지 주인믈이 많은 물통을 갖고 내려와 물을 뜨는 중이었는데, 매일 같이 수 키로 떨어진 산길을 걸어 내려와 물을 길어간다고 했다.

 

 

 

 

많은 현지인 관광객들도 와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아빠와 아기가 똑같은 전통 옷을 입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여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답하길래 사진을 한 장 찍고 아기와 악수를 했다.

 

 

그러자 아기가 내 손등에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귀여워서 나도 손등에 입을 맞춰 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렇게 하는 것이 윗사람을 향한 모로코 전통 인사 방식이라고 했다.

 

 

다음으로는 여성의 거리라면서 여자 옷이나 장신구를 많이 파는 시장 거리를 구경시켜주고 나서 밥을 먹으러 갔다. 역시나 어이 없이 비싼 가게 이길래 오렌지 주스(10디람)만 두잔 시켜서 어제 미리 삶아 둔 감자와 토마토를 먹었다. 다들 빵을 남기길래 마지막 남은 토마토와 감자를 남은 빵 사이에 넣어 후추를 뿌려 먹었는데 제법 마라케쉬에서 먹은 계란 빵 느낌이 나면서 맛도 있고 배도 엄청 불렀다.

식사 후에 가이드가 당연하다는 듯이 꽤나 강압적인 태도로 팁을 요구해서 기분이 좀 상하기는 했지만 드디어 사막을 향한다는 생각으로 다 잊기로 했다. 물론 팁도 주지 않았다. 설명은 잠깐 하고 상점이나 끌고 가서는 상품만 늘어놓으면서 팁을 요구하다니..

 

 

 

 

 

 

차는 어김 없이 황무지 벌판을 한 동안 달렸고 드디어 메르주가(merzouga)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짐은 차에 놔두고 간단한 짐만 챙긴 후에 사막을 바라 보며 앉아 그들이 대접하는 민트 차를 한잔씩 마셨다. 덥고 뜨거운 바람이 부는 사막이지만 따뜻한 민트 차가 제법 잘 어울렸고 몸을 오히려 조금 시원하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사막 쪽으로는 낙타가 한 줄로 나란히 앉아 우리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해가 질 시간이 안된 것인지 한 동안을 기다리게 하던 그들은 우리를 한 사람씩 낙타에 태우고 깊은 사막을 향해 출발했다.

 

 

난 흰 낙타에 올랐고 수연이는 갈색 낙타에 올랐는데 수연이의 낙타는 처음부터 엄청난 소리를 내며 뭔가 불편한 듯 ‘꽥꽥’거렸다. 낙타에 오르려고 하니 더 이상 소리를 안 내기는 했지만 털도 그렇고 뭔가 좀 아픈 듯한 모습이었다. 같이 사막에 들어갈 낙타꾼들에게 괜찮냐고 물어도 괜찮다고만 하니 별다른 방법이 있지는 않았다.

 

 

 

메르주가의 사하라는 정말 사막 그 자체였다. 인도의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사막에 실망하고 제대로 된 사막을 보고 싶어 혼자 관광객 금지 지역까지 갔던 적이 있던 나로서는 내가 상상 하던 모습 그대로의 사막을 만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물론 이 행복감은 나중에 피로감으로 전부 바뀌게 되지만..

 

 

낙타를 타고 가며 바람에 날리는 모래와 바람에 의해 사막에 생긴 바람 자국들(마치 바다의 파도 같은 모습) 그리고 발자국 없이 멋지게 솟은 모래 언덕을 보며 계속적으로 감탄했다. 우리 팀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져 가이드 모로와 그의 아들에 의해 이끌려 갔는데 다른 그룹이 모래 언덕 위를 걸어 갈 때의 모습이 그 동안 여기 저기서 수 없이 봤던 사막 그림들과 오버랩 되며 정말 그럴듯한 사진을 만들었다.

 

 

 

가장 높은 모래 언덕이나 어딘가의 모래 언덕 위에 올라가 해 지는 모습을 구경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안개와 구름이 많아 해는 지평선에 닿기 한참 전부터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일몰은 구경하지 못했고 우리의 가이드도 한 번 쉴 생각 하지 않고 우리를 끌고는 계속적으로 걷기만 했다.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할 때 쯤 우리의 목적지인 캠프에 도착했고 모로와 그의 아들은 낙타 발을 묶어서 낙타들을 주차시켰다.

 

 

 

걸어서 온 가이드 하산과 다른 둘이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한쪽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탈리아에서 온 알렉산더가 오늘이 일년 중 별이 가장 잘 보이는 3일 중에 하루라고 했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유성우가 내린다고 했다.

 

 

우연히 날을 잡고 사막에 나온 것인데 유성우라니!!! 정말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요새 우리에게 계속 되고 있는 행복한 행운에 즐거워하면서 바닥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 봤다. 날은 금새 어두워졌고 점점 더 별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둘 별똥별을 봤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잠시 기다리면서 열심히 하늘을 주시하자 마침내 정말 엄청난 별똥별을 보고야 말았다.

예전에 민석, 의진이와 함께 안면도에 놀러 갔을 때 주차장 바닥에 누워 별똥별을 본 것이 별똥별을 본 첫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때 본 별똥별은 정말 빨랐고 시간도 짧았다. 소원을 세 번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절대 불가능하구나 하고 당시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첫 번째로 본 별똥별은 정말 말도 안되게 어마어마했다. 떨어진 운석이 상당히 큰 것이었는지, 거의 10초간 길게 꼬리를 늘이며 밤하늘을 낮게 날아 어딘가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워낙 긴 시간이었기에 모두가 다 같이 볼 수 있었지만 사진에 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말 멋지고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이 이후에도 우리를 향해 똑바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볼 수 있었다. 방향이 정말 똑바로 떨어져서 그런지 꼬리가 전혀 없었고 잠깐 동안 엄청 밝아지며 타오르다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꼬리 없는 별똥별을 본 것은 또 처음이라 신비했다. 그 이후의 것들은 안면도에서 본 것처럼 짧고 순간적이었다. 엄청나게 오랜 시간 보았던 첫 번째 별똥별에게 로또 당첨이라도 한 번 빌어볼 것을~

달이 뜨기 전인 시간이라 별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엄청나게 환한 보름달이 떠서 더 이상 많은 별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전에 봤던 수 많은 별들과 별똥별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어느새 식사가 준비됐길래 두 테이블에 둘러 앉아 닭고기 따진과 빵을, 가져간 와인과 함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오렌지를 후식으로 먹고 나자 공연을 한다면서 우리를 불러 냈고 캠프 바깥쪽 모래 위에 깔아둔 카펫에 앉아 모로와 그의 아들, 그리고 하산이 연주하는 땀땀스의 연주를 들었다. 노래도 같이 했는데 노래는 연주에 비해 좀 약했다. 하지만 모로 아들이 열심히 땀땀스를 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3-4곡의 연주가 끝난 후 이번에는 우리더러 노래를 하나씩 하라고 했고, 4명의 한국인 젊은이들은 아리랑을 스페인 부부는 스페인 전통 가요를 불렀다.

우리차례가 되었길래, 다들 일어나게 한 후에 ‘DOC와 춤을’의 관광버스 춤을 가르쳐줬다. 그리고는 다 같이 모래 위를 빙글빙글 돌아가며 내 노래에 맞춰 관광버스 춤을 함께 추도록 했다. 형편 없는 내 노래에도 모두가 즐거워하는 표정이었고 같이 온 한국인 동생들이 호응도 잘 해줘서 분위기가 더더욱 좋아졌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 친구들이 모로의 반주에 맞춰 자신들의 노래를 불렀고 일본인 커플인 나기또와 치에가 ‘뽀뽀뽀’를 불렀다.

그 이후에도 연주는 한 동안 이어졌고 각자 사막의 밤을 즐기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도 천막 안의 한 공간을 배정 받았지만 안이 너무 더워서 밖으로 나와 매트를 깔고는 그 위에서 잠을 청했다. 확실히 사막은 엄청나게 건조해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이 부족했고 입술이 좀 말라갔다. 하지만 내일 아침에 마실 물이 부족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정말 물이 없는 사막을 제대로 체험했다. 그리고는 끈적거리는 몸과 코와 귀에 잔뜩한 사막의 모래를 잠시 잊자고 마음 먹고 우리도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