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40/2014.8.14/페스/모로코] 페스 염색 공장(?) 구경과 휴식

빈둥멀뚱 2014. 8. 15. 05:47

엄청 피곤 했긴 했는 모양이다. 아침에 깼지만 도저히 일어나기가 싫어서 결국 11시까지 푹 잤다. 확연히 개운해지기는 했지만 잠을 워낙 많이 자서 그런지 오히려 더 자고 싶었다. 하지만 어제 잡은 숙소의 화장실이 너무나 작고 불편해서(물도 잘 안 빠지고 좁아서 1명 들어가면 완전히 꽉 차는 정도), 북킹닷컴 통해 잡아 놓은 숙소로 옮겨가야만 했다.

어제 처음 숙소 잡을 때는 비싼데다가 구리고 호객꾼들한테 하도 들볶여서 그냥 하루만 자고 다른 도시로 떠날까 생각도 했지만 숙소 잡고 밤에 돌아다니며 구경한 페스(Fes) 현지 시장 분위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일단 하루 더 있기로 결정을 했다.

아 다닐 때 마다 호객꾼 놈들이 우리가 일본인일줄 알고 ‘오겡끼 데쓰까, 사요나라, 이랏세이 맛세, 이따이이따이, 야마떼’등을 외치며 우리에게 말을 거는데(물론 이런 표현을 정확히 하지는 않는다. 그냥 대충의 예를 들은 것 일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곤니찌와’같은 재미 없는 인사로 말을 걸어온다) 정말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는 설명을 해주기도 지치고 힘이 든다.

그래서 관광객이 그나마 좀 적은 거리 위주로다가 걸어 다녀보기로 하고 일단 주변에 있는 예약한 숙소로 찾아갔다. 하지만 숙소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아무도 내다 보질 않았다. 좌절하던 차에 열심히 벨을 누르고 있으니 옆 집 아주머니가 나와서 ‘좀 기다려 보면 오지 않겠니’ 정도의 말을 하셨다.

 

 

이 때다 싶어 짐을 좀 맡기고 밥 먹고 와도 되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허락하셔서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짐을 맡기고 나왔다. 푹 자기는 했지만 아침을 거른 탓에 정말 배가 고파서 멀리 가지도 못하고 근처에 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나는 생선 들어간 샌드위치를 사 먹었다(총 40디람).

 

 

결국 다시 숙소를 찾았지만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있길래 가까운 버스 터미널에 쉐프샤우엔(chefchaouen)행 버스표를 사러 갔다. 모로코에서 버스는 첫 경험인데 CTM버스가 좋다고 해서 일단 문의하니 내일 10시 버스는 마지막 2장이 남았다고 했다. 뭐 상술인지 진짜인지를 확인해 볼 방법이 없으므로 일단 다행이라 여기고 좌석을 구입했다(1인 75디람, 오전 10시, 12시 버스가 있는 것 확인, 더 있는지는 모름). (사진은 메니나 입구 역할을 하는 Bob Boujloud와 메디나 밖의 묘지. 메니나를 이루는 바깥쪽 성벽. 그리고 버스터미널)

 

주인이 언제 올지 알 길이 없고 짐도 맡겨 놓은 상태라 일단 오늘 구경가기로 했던 페스의 명물 염색 공장을 찾아 나섰다. 메디나의 동북쪽 끝쯤에 위치해 있었는데 마지막에 좀 헤매다가 ‘타네리(open air Tannery)?’하고 물으니 우리를 어느 한 상점으로 안내해 주었다. 바로 코앞에 있는 곳이었는데 잘 찾아와서 마지막에 헤맸던 것이다.

호객꾼 따라가면 돈을 좀 줘야 하고 상점을 통하면 물건을 좀 사야 한다 길래, 호객꾼 따라 가는 게 싸게 먹힐 것 같아 호객꾼을 찾았지만 어쩌다 보니 상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단 그러려니 하고 3-4층 정도 높이에 올라가 TV에서나 사진으로 자주 보았던 가죽 염색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엄청난 냄새가 날 줄 알고 단단히 각오하고 있었는데 계절 탓인지, 기온 탓인지 아님 바람 탓인지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오히려 상점 안에 진열된 가죽 제품들의 냄새가 더 강할 정도였다. 땡볕아래에서 반신을 염색약 속에 담그고 열심히 작업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삶과 고된 노동에 대해 한 번 생각을 해 보았다. 정말 쉽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다시 돌아나오며 제품을 잠깐 구경하는 척 했더니 제품 구매를 크게 강요하거나 집착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면 딱 봐도 진열된 제품을 살 능력이 없는거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제법 마음에 들었던 낙타 가죽과 염소 가죽의 쿠션을 구경하다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상점을 나섰다. 돈이 굳었다는 생각에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어제 숙소를 찾아 다니며 연속으로 2잔씩을 사 먹은 오렌지 주스 노점상에 앉아서 보이지 않는 주스 가게 주인아저씨를 기다렸지만 역시 주인아저씨도 노점을 팽개치고 어딘가로 가버려서 한 동안을 기다려도 도무지 오지 않았다. 옮긴 숙소 주인과 둘이 만나서 맞고라도 치고 있는 것인지..

 

결국 주스를 포기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니 이번에는 주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 짐도 미리 옮겨 놓았길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법 친절하고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굉장히 작은 모로코 전통 방식의 숙소(Dar familie boubker)였는데 마침 두 개인 객실에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비교적 넓고 편안하게 쉴 수 있었고 wifi도 제법 빨라서 아이슬란드와 사막투어로 밀린 블로그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때가 되어 출출하길래 다시 시장으로 나가서 소간, 소고기, 닭고기 꼬치를 섞어서 포장했다(40디람).

 

양도 제법 많고 냄새도 좋아서 어제 숯불고기의 실패에 대한 만회를 꿈꾸며 숙소로 돌아와 먹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맛이 좋았다. 아직 남은 와인과 함께 먹으며 무한도전을 보고 이후에는 블로그를 또 열심히 썼다.

 

이 밀린 블로그를 다 쓰기에는 정말 쉽지 않을 것 같다. 헥헥! 언제나 다 끝내버릴 수 있을지.. 아이슬란드는 사진이 많아서 정말 쉽지 않다. 내일 쉐프샤우엔으로 간 이후에는 다시 예전의 느긋한 스타일의 여행으로 돌아가 한가로이 젬베나 연습하면서 희희낙낙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