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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2/2014.8.16/쉐프샤우엔/모로코] 쉐프샤우엔의 구석구석 구경

빈둥멀뚱 2014. 8. 17. 07:56

여전히 아침 운동에는 실패했다. 늦은 시간에 일어나서 바로 배가 고파져 사과와 석류를 하나씩 먹고는 거리로 나섰다. 12시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제대로 음식을 하는 밥집은 없었다. 모로코는 경험해 보니 사람들이 다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영업을 하는 듯하다. 사막 스타일인가?

결국 대부분의 식당들이 1시나 1시 반 이후에나 음식이 가능하다고 해서 빵집에 들어가 진한 커피와 딸기 요거트에 빵을 몇 개 시켜 아침으로 먹었다(21디람). 그리고는 오늘 가 보기로 했던 뒷산에 쉬엄쉬엄 걸어서 올랐다. 한창 더울 시간이었지만 그늘에만 있으면 시원했고 햇볕을 걸을 때에도 생각보다 뜨겁지 않아 정말 다닐만 했다. 무엇보다 쉐프샤우엔은 산 중턱에 위치한 도시이다 보니 한낮에도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걸어 다니기에는 정말 안성맞춤인 곳이다.

 

 뒷 산 중턱에 위치한 호텔까지 올라 쉐프샤우엔을 내려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메디나와 그 주변, 산을 돌아가 형성된 집들, 건너편 산 중턱에 많은 집들까지 상당한 규모였다. 도시도 예쁘고 날씨도 좋고 관광객도 많아 살만해 아마 점점 커진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산을 오를 때 흐른 땀은 시원한 바람에 어느새 식었고 어제 제대로 보지 못한 메디나 위쪽도 구경하러 다시 산을 타고 메디나 위쪽으로 향했다.

 

어디나 그렇듯 성벽으로 쭉 둘러쳐진 메디나에 입구를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니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현지인 마을이 형성된 메디나 위쪽은 상점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몇몇 어르신들이 그늘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아이들이 작은 공을 갖고는 여기 저기로 뛰어 다니며 놀고 있었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른 한 명이 겨우겨우 들어갈 것만 작은 엄청나게 작은 구멍가게가 보였다. 내가 어렸을 때도 구멍가게들이 많았지만 이정도 규모로 작은 것은 없었는데..

 

 

작은 길도 그렇고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도 그렇고 작은 구멍가게들과 어우러진 마을의 모습이 예전 대학로 낙산의 좁은 골목길과 구멍가게들이 연상되었다. 지금은 길도 넓어져서 어디나 차가 들어가고 작은 구멍가게나 냉면집 같은 것들이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낙산길도 정말 좁았고 어렸을 때 올라가 보면 엄청나게 높은 산으로 느껴졌었다.

지금 여기 아이들도 이 메디나 뒤쪽의 언덕길이 엄청나게 높은 산처럼 느껴지고 구멍가게도 제법 규모 있게 느껴질 것이 틀림없다.

 

 

골목 사이사이를 구경하다가 돌아 나오는 길에 부실했던 아침을 좀 보충하기 위해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 먹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사하라 투어 이후로 또 계속 운동을 못해서 뻐근해진 몸을 좀 풀고자 운스를 하고 상큼하게 씻었다. 숙소의 물이 엄청나게 차가워서 정말 정신이 번쩍 들고 온 몸이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쉬면서 블로그를 하고 정보 검색을 좀 하다가 다시 8시 쯤 숙소를 나섰다. 밖은 여전히 햇빛이 좀 남아 있었지만 기온은 눈에 띄게 떨어져서 제법 선선한 가을 날씨처럼 느껴졌다. 정말 쉐프샤우엔은 마을 분위기와 아름다운 건물과 길 때문에도 좋지만 날씨 때문에도 엄청 마음에 드는 곳이다.

 

 

마을 중심가에 있는 식당에서 양고기 따진(30디람)과 돼지고기 꼬치(25디람)를 시켜 먹었는데(사진 순서대로) 살짝 짠 느낌이 있었지만 양고기 따진이 마치 우리나라 갈비찜처럼 나와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내 입맛이 변한 탓인지 아님 요리를 잘해서 비린내를 잘 잡은 것인지 모르지만, 정말 냄새 하나도 없는 맛있는 양고기를 빵과 같이 먹으니 너무나도 훌륭했다. 기름기가 많아 좀 느끼했지만 함께 익혀져 나온 올리브가 느끼함을 적절히 해결해 주었다.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메디나의 밤 거리를 구경하러 걸어갔는데 9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붐볐다. 상점들도 거의 다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중이었고 물론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메디나의 밤거리는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고 조명으로 인해 새로운 색의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특히나 선선한 바람으로 인해 정말 여름 밤임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상쾌한 몸 상태로 여기저기 산책을 다니며 구경할 수 있었다. 정말 칭찬할 수 밖에 없는 멋진 곳이다.

 

마지막 사진의 두 아주머니는 길을 가다 보니 아주 예쁜 찻집에서 한가로이 요거트를 드시는 모습이 매우 좋아 보여서 사진을 하나 찍어도 되냐고 묻고 찍으니 깔깔깔 웃으시면서 정말 아주 아주 좋아하셨다. 매우 보기 좋다고 칭찬하고 돌아서는데 한참을 걸어가도 웃으며 즐거워하시는 거 보니 아마 숙소로 돌아가서 일행에게나 가족에게 두고 두고 우리 일을 이야기할 것 같아 덩달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