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41/2014.8.15/페스, 쉐프샤우엔/모로코] 마음에 드는 마을, 쉐프샤우엔(Chefchaouen)

빈둥멀뚱 2014. 8. 16. 05:41

 

 

방 두 개인 다르(모로코식 숙소)에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공간을 넓게 자유롭게 쓰고 조용한 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었는데 아침에 준 소박하지만 정갈한 아침식사에 또 한번 기분이 좋아졌다. 부지런히 밥을 먹고 짐을 싸서는 빠른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더 쓰려고 그 동안 못 올렸던 블로그를 열심히 업로드했다.

 

10시 반 출발인 CTM버스가 10시까지 오라길래 짐을 챙겨서 가봤더니 아래 짐칸에 넣을 짐 값으로 가방당 5디람씩 달라고 했다. 원래 다 내는 것인지 아님 외국인한테만 챙기려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서 그냥 들고 탄다고 한참을 실갱이 하고 버티다가 표까지 써주면서 다 내는 거라고 짐 3개에 10디람만 내라 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돈을 내고는 짐 표를 받았다. 나중에 보니 짐을 내릴 때 하나하나 표를 확인하고 챙겨 주는 것이 도난 방지를 위해 확실히 하는 것 같았고 짐 값도 받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버스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뒤에 서 있던 일본인 여자와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게 됐는데, 상당히 밝고 붙임성 좋은 간호사 미카였다. 26살로 일을 하다가 1년 계획을 잡고 세계여행을 나온 지 이제 한달 정도 됐다고 하면서 우리가 8개월 정도 같이 다니고 있다고 하니 부럽다며 질투 난다고 영어 사전에서 jealous를 찾아 계속적으로 보여줬다. 상당히 밝고 긍정적인 친구라 기다리는 동안 이것 저것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직원이 나와 버스에 오르라고 했다.

짐을 싣고 버스에 올랐는데 생각보다 버스가 정말 정말 좋았다. 버스도 상당히 깨끗했고 에어컨이 빵빵 하게 틀어져 있어 너무나도 편안했던 터키 버스가 생각났다. 로컬 버스와 CTM버스 중에 고민하다가 표가 있길래 한번 타보자 하고 탄 것인데 기대이상으로 너무나도 훌륭해서 만족감에 푹 젖어서 창 밖을 바라 보며 출발을 기다렸다. 

버스는 시간에 맞춰 곧 출발했는데 알고 보니 페스(Fes)의 CTM 버스 정류장은 일반 버스정류장과 다른 신시가지 내에 따로 있었다. 몇몇 편만 일반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해서 CTM버스 정류장을 들렸다 가고 나머지는 CTM버스 정류장에서만 출발하는 것 같았다.

 

 

다시 현지인 관광객을 잔뜩 태운 버스는 쉐프샤우엔을 향했고 점심 때쯤 한번 식사를 위해 정차했다. 그런데 이곳이 정말 대박이었다. 그 동안 여행하면서 여행사나 버스 등의 교통편이 식사를 위해 정차하는 곳 중 싸고 맛있는 곳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두 비싸거나 맛이 없었고 아니면 비싸고 맛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식사를 위해 정차한 정육점 식당은 정말 맛있었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500g을 시켜서 빵에 넣어 먹었는데 빵도 숯불에 같이 구워 준 것이라 겉은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웠다(500g과 빵 2개 30디람).

 

엄청나게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는 총 5시간 반 정도 걸려 드디어 기대하던 쉐프샤우엔에 도착했다. 미카와 사진을 한 장 남기고는 일단 아실라행 버스를 알아봤는데 바로 가는 것은 없고 탕헤르(Tangier)를 거쳐야만 갈 수 있었다. CTM버스는 3시 반 버스 밖에 남아 있지 않아 로컬 버스를 타려고 했더니 당일에 와서 표를 사라고 했다. 시간만 확인하고는 숙소를 잡으러 나섰는데 터미널 바로 앞에 제법 저렴한 숙소가 떡 하니 서 있었다(더블룸 150디람).

화장실이 밖에 있고 조금 누추하긴 했지만 가격 대비 딱이라서 바로 방을 잡았다.

 

짐을 놓고 쉐프샤우엔 지도를 다운 받아서는 메디나로 향했다. 버스 터미널에서는 1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그늘만 잘 찾아 다니면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해서 걷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메디나에 도착하기 전부터 곳곳에 파란색과 하얀색으로 칠해진 예쁜 집들이 보여 쉐프샤우엔에 온 것이 실감났고 정말 마을의 느낌이 좋았다. (위 사진들은 전부 메디나 안쪽임.)

 

 

메디나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리와 집들의 모습은 더더욱 아름다웠다. 파스텔 톤의 은은한 파란색과 흰색 그리고 곳곳에 그려진 벽화와 테라스, 가로등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조화로웠고 보는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사람들이 왜 다들 좋다고 하는 지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아무 골목이나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지만 페스나 마라케쉬처럼 메디나의 규모가 큰 것이 아니라서 조금만 돌아다녀 보면 길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배가 고파져서 적당해 보이는 곳에서 생선과 모로코 스프링 롤을 시켰다. 스프링 롤은 안에는 따진 맛과 유사한 야채와 닭고기가 들어있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지만 같이 시킨 생선은 너무나도 짰다. 맥주도 안 팔꺼면서 맥주 생각나게 음식을 짜게 내놓다니..

 

식사를 하고는 돌아다니며 봤던 조그만 광장에 앉아 현지 아이들이 축구하며 노는 것과 어른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처음 보는 주사위 게임을 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한가롭고 시원한,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둘 다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앞으로도 몇 번 더 이 곳에 와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일본 친구와 산책하고 있던 미카를 다시 한 번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모로코에는 정말 일본인들이 여행을 많이 오는 것 같다. 미카가 남자 친구가 없다고 낮에 우리를 많이 부러워 했는데 쉐프샤우엔에서 잘 생긴 일본인 남자 친구를 만나서 돌아가기를..

 

메디나에서 올 때는 다른 길로 걸어 왔는데 신 시가지 쪽에도 엄청나게 큰 광장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아이들과 나와 공놀이를 하거나 미니 자동차를 태워주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고프로 앱을 받아 핸드폰으로 보면서 사용해 봤는데 제법 쓸 만했다. 이제 그 동안 쌓였던 피로도 거의 회복했으니 내일부터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좀 건강하게 체력을 회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