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43/2014.8.17/쉐프샤우엔/모로코] 느긋한 하루 보내기

빈둥멀뚱 2014. 8. 18. 04:11

오늘은 평소 보다는 좀 일찍 일어났다. 뭐 여전히 남들이 볼 때 이른 시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우리의 생활을 찾아가는 것 같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좀 펴주고는 인터넷을 좀 썼다. 그리곤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숙소가 메디나 쪽이 아닌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곳이라 식당을 찾으려면 항상 10분 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오늘도 메디나가 아닌 마을 중심가 쪽으로 갔다.

 

처음으로 우유를 뺀 커피 시키고 민트차를 같이 시켜서는 롸이프(아랍식 아침 식사로 자주 먹음, 꿀이나 치즈, 초코 등 취향에 따라 덧발라 먹음, 꿀 바른 것 3디람)를 먹었다. 롸이프는 무게를 달아서 파는 듯 했는데 우리가 일인분을 시켰더니 사진 만큼 주었다(첫 사진). 커피는 맨날 우유를 넣어 마셔서 이번에는 빼고 주문했더니 거의 에스프레소 수준으로 진한 커피가 나왔다. 곁들여서 설탕도 큰 덩어리로 4개나 주었는데 모로코 사람들이 커피를 정말 엄청 달게 마시는 게 분명했다.

롸이프를 둘이 나눠 먹으니 양이 충분하지 않아 계란 반죽을 구운 것으로 보이는 바게레라(1개 2디람)을 추가로 시켜서 먹었다. 모두 아랍어 이름인데 ‘ㄹ’발음에 해당하는 것을 상당히 혀를 굴려 읽어서 나는 발음하기가 쉽지 않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는 한 동안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주말이라 놀러 온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다들 짐을 챙겨서 돌아 가려는 듯 가방을 잔뜩 짊어진 사람들이 거리에서 자주 보였다.

특히 젊은 청년들끼리 놀러 왔는지 상당히 많은 무리들이 도로에 챙겨온 짐을 내려 놓고 롸이프를 사먹느라 바빴다. 그들을 보니 나도 예전에 대학 때 친구들과 놀러 다니던 생각이 났다.

오렌지 주스까지 추가로 시켜 먹으며(1잔 10디람) 아침 거리 풍경과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마녀사냥’을 보면서 둘이 열심히 운스를 했다. 예능을 보면서 해서 그런지 운동도 훨씬 덜 힘들고 빨리 끝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방에서 인터넷이 되지 않아 로비와 식당 2층을 번갈아 가면서 돌아다니면서 인터넷을 하며 튀니지 정보를 좀 찾았다.

언제나 정보 검색을 하면 시간은 훌쩍 지나버리기 때문에 금새 배가 고파왔고 어제 먹었던 식당을 다시 찾아가 생선 튀김과 닭꼬치를 시켰다. 하지만 정작 나온 것은 간 꼬치였고 수연이는 고소한 맛을 좋아해서 잘 먹었지만 나는 많은 양의 간은 별로라서 서로 시킨 것을 바꿔 먹었다.

 

마지막 남은 백포도주를 생선과 함께 먹고 나니 나른해져서 숙소로 돌아와 예능을 보면서 빈둥거렸다. 그 동안 비싼 숙소에 있거나 다른 동행들과 함께 있으면서 마음대로 빈둥거리거나 하지 못해 조금 아쉬웠는데 쉐프샤우엔은 정말 한적하게 빈둥거리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여기 있는 동안 편하게 쉬는 것 같다.

 

점심을 워낙 잘 먹은 탓인지 저녁 8시가 다 되도록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날이 선선해지고 바람이 시원해서 다시 저녁 산책을 나섰다. 마음 중심 광장에 가서 다시 한번 차를 시켜 아이들이 조그마한 공으로 열심히 뛰어 다니며 축구 하는 모습, 어른들이 차를 시켜 놓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열심히 수다 떠는 모습, 벤치에 앉아 히잡을 쓴 여인들이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모습을 구경했다.

의외로 야외까지 와이파이가 터져 오랜만에 조대랑 보이스톡으로 이야기 했는데 마치 둘 다 서울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에 허리를 다쳐 거의 일주일을 누워만 있었다고 했는데 정말 혼자 여행할 때는 아프지 않는 것이 가장 첫째인 듯 하다. 내년 2월에 브라질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서로 건강하게 여행 잘 했으면 좋겠다.

민트의 향긋함이 가득 담긴 차를 마시며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축구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숯불구이 집이 있길래 그냥 지나갈 수 없어 한입 베어 물고 왔는데, 역시나 숯불은 진리였다. 모든 하찮은 것들이 숯불 위에서는 초미녀가 되어 버린다. 

오늘은 정말 그다지 한 일은 없는 하루이지만, 제법 만족스러운 하루이기도 하다. 내일은 탕헤르(Tangier)를 거쳐 아실라(Asilah)까지 제법 장시간의 이동이 예정되어 있어 일찍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