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45/2014.8.19/아실라/모로코] 산책, 맥주 그리고 프렌즈

빈둥멀뚱 2014. 8. 20. 07:10

 

스트레칭을 하고 메디나로 들어가 슬슬 걸었다. 그다지 이른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메디나의 높은 건물들 사이로 난 골목길을 걷고 있으면 햇빛도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바람도 시원해서 기분이 저절로 상쾌해졌다. 어제 가 보지 않은 골목 골목을 찾아 다니며 숨어 있는 벽화를 찾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모로코를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압도적으로 고양이가 많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각 나라마다 늘 보이는 동물은 고양이나 개인데, 나라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주된 동물이 좀 나뉜다. 인도 같은 경우는 고양이 보다 개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모로코는 고양이의 나라로 느껴질 만큼 고양이가 많다. 출산율이 높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이 있는데, 새끼 고양이도 엄청 많은 것을 보면 모로코는 고양이가 살기에 상당히 좋은 나라인가 보다.

 

 

시원한 바다 바람을 실컷 쐬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가 운동을 했다. 요새는 꾸준히 운동을 좀 해서 인지 큰 부담 없이 오늘의 운동을 끝 마칠 수 있었다.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고 상쾌해 져서는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인터넷을 좀 쓸 일이 있어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았지만 아실라에서는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인터넷은 카사블랑카에서나 쓰기로 하고 맥주와 점심거리를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점심을 먹으며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보기로 하고 ‘어거스트 러쉬’를 봤다. 이미 예전에 본 적이 있었지만 본지 워낙 오래 되어 다시 보니 처음 보는 듯한 장면들이 꽤 있어 나름 재미있게 보았다.

 

옥상 방은 햇빛이 늘 비추기는 하지만 바람이 워낙 시원해 창과 문만 열어 두면 전혀 덥지 않다. 마치 덥지 않은 바닷가나 산의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특별히 어디를 나가지 않고 계속 방에서 빈둥거리며 여유를 즐겼다.

영화를 다 보고는 뭐할까 하다가 ‘프렌즈’를 한, 두 편 볼 생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랜 만에 다시 보기 시작한 ‘프렌즈’는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는 ‘프링글스’처럼 꺼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재미가 있었고 열심히 보다 다시 맥주와 저녁거리를 사와서는 계속 ‘프렌즈’를 보면서 맥주와 여유를 마음껏 즐겼다. 프렌즈 전편을 2번 이상씩 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다 보니 처음 보는 에피소드가 있어 너무나 신나 하면서 봤다. 예전에 토렌트 같은 것이 없을 때 중간에 한 두 편 빠져서 못 본 에피소드가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주로 산미구엘과 칼스버그를 마셨는데 모로코 내내 더운 날씨 속에서 애타게 그리워하던 시원한 맥주이다 보니 마시는 순간 순간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맥주 없는 여행은 맥주와 함께 하는 여행과 정말 비교 불가이다. 

산책, 맥주, 그리고 프렌즈로 빈틈 없이 가득 찼던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