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46/2014.8.20/아실라, 카사블랑카/모로코] 이름만 화려한 카사블랑카

빈둥멀뚱 2014. 8. 21. 05:09

 

짐을 챙겨 나와 거리에서 아침으로 먹을거리를 좀 샀다. 기차역에 갈 때는 말이 끄는 마차를 잘 흥정해서 타고 갈 생각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 일찍 나왔는데 역시나 마부들도 하루를 늦게 여는 지 길거리에 그렇게 많던 마차들도 보이지 않아 그냥 슬슬 걸어서 기차역을 향했다.

 

기차역에 도착해 밀크 커피와 민트 티를 시켜 사온 빵과 같이 아침을 먹었는데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의 영향 때문인지 모로코 대부분의 찻집에서는 에스프레소 기계를 가져다 놓고 커피를 뽑아 주었고 그 만큼 커피 맛이 좋았다. 오늘 아침을 먹은 기차역 카페테리아 역시도 에스프레소 기계가 있어서 그런지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여간 해서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 커피는 너무 만족스러워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밀크 커피 9디람, 약 1170원).

 

기차가 예상 외로 30분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10시 8분 기차는 10시 40분 경이 되어서야 출발했다. 타고 보니 2등석은 지정석이 아니었고 탕헤르(Tangier)에서 출발해서 바로 아실라역에 왔음에도 자리가 이미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짐을 올릴 공간은 있어서 짐을 잘 쌓아두고 가려는 데 현지 아주머니가 옆으로 바짝 붙어 앉아 일행을 함께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서 그래도 둘 중 하나는 좁지만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기차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1시간 정도 달린 후 다음 역에서 사람들이 제법 많이 내려 우리는 온전히 자리를 잡고 앉아 갈 수 있었다. 에어컨도 나오는 기차였지만 사람이 많아서인지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았다.

어제 미리 삶아둔 계란을 간식으로 먹으며 기차에서 자유로이 맥주를 사 마실 수 있는 한국을 추억하며 잠시 부러워했다. 그리고는 블로그를 기차에서 쓰면서 가고 있는데 흰 원피스를 입은 귀여운 여자 아이(약 2-3살 남짓)가 나에게 관심을 보였다. 옆에 와서 손가락으로 날 찔러 보기도 하고 손을 잡기도 하더니 급기야는 나를 쳐다보며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이슬람 문화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짐작이 되지 않아 그냥 같이 바라 보고 웃어주기만 하고 손 잡고 악수 정도만 하였다. 그 이후로도 그 아이는 한 동안 내 주위를 떠나지 않고 손목에 팔찌를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나를 보고 웃다가, 손을 잡다가를 반복하며 계속 애교를 보였다.

모로코 사람들이 사진 찍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이제 알기에 좀 망설였지만 아이 아버지에게 허락을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 아버지도 딸의 모습이 신기한지 사진 찍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며 웃었다.

다른 넓은 자리가 나서 그 가족이 자리를 옮기며 아름다운 아기 천사의 매력 발산이 끝나기는 했지만 나는 한동안 너무 귀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수줍어 하기만 했다. 

 

론니에 나온 대로 약 4시간 반 만에 우리는 카사보야져스(Casa-voyageurs)역에 도착했고 자동 표판매기에서 직원의 도움을 받아 미리 공항행 표를 샀다(1인 40디람).

 

공항 가는 기차는 매시 7분 마다 있는 듯 했다(6:07, 7:07, 8:07, 뭐 이런 식으로). 그리고는 역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이 느낌이 오길래 들어가서 바로 방을 잡았다(더블룸 160디람). 화장실도 밖에 있고  방도 살짝 지저분한  느낌이지만 와이파이도 가능하며 가격 대비로는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위치가 상당히 훌륭했다. 흥정해서 2박에 300디람을 주기로 하고는 돈을 찾고 숙소 근처에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그리고는 메디나 구경에 나섰는데 가는 길에 트램이 다니길래 구경만 하고 큰 마트에서는 맥주도 한 캔 사 마셨다(13.5디람). 론니에 나오기로는 카사블랑카의 메디나는 마라케쉬나 페스의 메디나 같지 않고 볼만한 것이 없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 말이 딱 맞았다. 그 동안 내가 알던 메디나 느낌이 전혀 없었고 그냥 동네 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시장 자체도 아기자기한 맛이 전혀 없어 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없었다. 백화점 유명 메이커 매장 마네킹에 입혀진 옷을 똑같이 그대로 따라 입은 여자 같다고 할까? 물론 ‘난 그것도 예쁘고 좋던데’라면 할말은 없지만..

 

-다양한 엿을 파는 아저씨-

구경할 맛이 전혀 안 나는 메디나의 골목길을 벗어나 오히려 큰 길을 따라 걸어서 아프리카에서 제일로 크다는 이슬람 모스크를 구경하러 갔다. 메디나에서 2k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하산 III(Hassan III)모스크였는데, 우리 숙소에서 메디나까지도 제법 거리가 있는 탓에 모스크에 도착하자 제법 다리에 느낌이 왔다.

 

도착한 모스크는 정말 컸다. 동시에 2만5천명이 실내에서 기도하고 절 할 수 있을 만큼 크다는 이곳은 정말 밖에서 언뜻 보기에도 어마어마하게 컸다. 기도 시간이 아니어서 인지 아님 원래 닫혀 있는지 잘 알 수 없지만 우리 뿐만 아니라 현지인의 출입도 가능하지 않아 보였다.

 

 

주변을 둘러 보다가 바로 인접해 있는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꽤 높고 물도 깊어 보였는데, 동네 로컬들의 다이빙 스팟인지 꽤나 늘어서서 순서대로 다이빙 장기를 뽑내고 있었다. 나는 보는것 만으로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서서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다가 슬슬 걸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아침 먹을 곳과 그나마 조금 더 우리 호텔에서 가까운 술집을 우연히 찾아서 위치를 기억해 두고 돌아왔다. 오늘 남은 시간과 내일은 인터넷을 하면서 한적하게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