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47/2014.8.21/카사블랑카/모로코]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날

빈둥멀뚱 2014. 8. 22. 06:11

 

어느덧 2주가 훌쩍 지났다. 모로코의 2주와 아이슬란드의 2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정신 없이 최대한 돌아다니려고 애썼고 그 만큼 한 일도, 추억도 많아서 상당히 오랫동안 지낸 것 같은 느낌이지만 정신 없이 달리기만 하다 보니 여행의 피로는 알게 모르게 축적되어 있었다. 모로코는 쌓인 피로를 풀고 조금 한가롭게 다니고 싶어서 예전 여행 스타일 대로 다녔더니 조금 한가롭고, 덜 다니긴 했지만 시간은 훨씬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사하라 사막을 낙타 타고 다니기도 했고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실컷 마시기도 했으며 제법 국물이 얼큰한 달팽이를 맛보기도 했고 좁은 메디나의 골목 골목을 누비며 산책을 하기도 했다. 빵빵 거리며 줄지어 달려가는 결혼식의 행렬을 구경하며 신나 있는 사람들을 보고 같이 손을 흔들며 웃기도 했고 맛있는 따진이나 꼬치 요리를 찾아서 맛보고는 행복해 하며 맥주를 그리워 하기도 했고, 여행 막바지에 이르러 맥주를 찾아내고서는 그 행복감에 어린 아이처럼 더 없이 좋아하기도 했다.

사하라의 모래 위에 누워 별똥별을 바라 보며 태어나 처음 보는 황홀한 광경에 행복해 하기도 했으며 나를 상대로 사기 치며 비싸게 돈을 받으려는 모로코인에 대해 욕하기도 했다.

어느새 한국을 떠난 지 250일이 가까워진 지금, 저녁을 먹으며 여행한 나라를 떠 올려가면서 어디가 가장 좋은 도시였는지에 대해 생각 했는데, 그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크게 다친 적도, 큰 돈이나 물건을 잃은 적도, 걱정할 만한 위험에 처하거나 크게 아픈 적도 없는 아주 아주 운 좋은 여행을 하고 있음에 너무나도 감사한다. 어느새 9개월째에 접어 들어 이제 내일이면 아프리카의 2번째 나라로 이동하게 되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행복하고 즐겁게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맛보며 배우면서 여행하고 싶다.

카사블랑카는 영화에서 많이 들었던 지명으로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스페인 어딘가에 존재하는 도시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모로코에 대해 알아보다가 카사블랑카가 모로코의 도시임을 알았고 무언가 화려한 휴양 도시겠구나 라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왔는데, 막상 와보니 꽤나 지저분하고 황폐한 도시였으며 도시로서의 생명력이 많이 흐려져 있는 별 볼일 없는 곳이었다.

물론 구석구석을 다 찾아보지 않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곳은 아니었다. 오늘도 멀리 나가기 보다는 주변을 산책하며 맥주를 사와서 방에서 한잔하고 튀니지의 루트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보았다. 아직 완전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튀니지는 맥주를 사기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이미 많이 끌리는 나라이다.

아이슬란드 이후에 어디를 간다고 해도 아마 비교가 많이 되어 크게 좋아하긴 힘들겠지만 모로코는 제법 좋았던 것 같다. 음식도 입에 잘 맞았고 관광객 상대하는 사람을 제외한 일반 모로코 사람들은 제법 친절하고 착한 것 같았다. 운이 좋았던 사하라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과 쉐프샤우엔을 가장 좋았던 것들도 꼽을 수 있겠다. 내일 밤 카사블랑카에서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광고를 봤는데 하루 차이로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좀 아쉽다. 또 여행하면서 어디선가 운 좋게 멋진 공연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