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모로코]

[D+237/2014.8.11/마라케쉬, 보우말네 다데스/모로코] 2박3일의 사하라 투어 첫날

빈둥멀뚱 2014. 8. 12. 05:52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히 짐을 챙겨서는 얼린 물 두 통을 들고 약속된 장소에 가서 픽업을 기다렸다. 하지만 40분이 지나도록 오지를 않아 결국 투어 사무실에 전화를 한 통 했더니 사람이 걸어서 우리를 데리러 와서 다시 걸어서 사무실까지 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걸어서 갔을 텐데..

미니 버스에 오르니 뜻밖에 한국인 여행자들이 4명이나 있었다. 혼자 다니는 사람들끼리 동행을 구해 뭉쳐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8시 좀 안된 시간에 출발한 미니 버스에는 우리 6명을 비롯해 신혼 부부로 보이는 일본인 커플과 이탈리아 커플, 스페인 커플이 있었다.

 

 

 

버스는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제법 오랜 시간을 달려 갔다. 제대로 알아 보고 오지 않아서 이동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전혀 없었는데 다 끝난 후에 돌아보면 오늘 대부분의 시간을 이동하는 데 쓴 것 같다. 중간에 몇 번 쉬면서 사진을 찍을 시간도 줬는데 버스 기사가 불어는 가능하지만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관광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들을 수 없었다.

 

 

조수석에 앉았던 모로코 여인이 가이드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같은 관광객이었지만 그나마 영어가 통해서 간단한 것을 물어 볼 수 있었다.

 

 

 

 

먼저 도착한 곳은 마라케쉬에서 약 120km 정도 떨어져 있는 아이트 벤하도우(Ait Benhaddou)라는 곳이었다. 산을 넘어 오느라 속력을 내지 못해서 그런지 도착했을 때는 거의 12시가 다 된 점심 시간이었다. 이 곳은 고대 도시로서 과거 수 많은 영화의 촬영지로 쓰였던 장소였다. 유명한 영화로는 인디아나 존스, 글래디에이터, 페르시안의 왕자 등이 있다.

 

 

 

 

 

 

내리자 마자 우리의 앞에 영어를 쓰는 아저씨 한 분이 나타났는데 주변을 둘러 보려면 한 사람당 25디람씩 내야 한다고 했다. 입장료가 있는 곳도 있다고 들어서 입장료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입장료는 전혀 없고 아저씨의 가이드 비로 돈을 요구 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돈을 내지 말고 구경 안 할까 조금 망설였지만 모로코에서 처음 오는 관광지라 일단은 한 번 둘러 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돈을 안 냈으면 더 좋았겠지만 설명이 나름 괜찮아서 가격 대비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겉 모습도 약간 사기꾼 느낌이 나는 우리의 가이드 아저씨는 아이트 벤하도우 주변을 같이 돌며 새로 지은 건물과 과거 유적지가 남아 있는 건물들을 구분해서 알려 주고 영화 촬영 당시의 사진을 찾아 보여 주며 지금은 없어져 버린 촬영지와 그 당시 쓰였던 쓰임새 등을 설명해 주었다.

 

 

 

옛 마을에 남아서 그림이랑 엽서들을 팔고 있는 전통 의상 아저씨도 보고

 

 

 

꼭대기에 올라서 사진 한 컷. 보라빛의 지형이 황갈색과 겹쳐지며 조금은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날이 너무 더워 햇볕 아래를 걸어 다니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예전 사막 도시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다 같이 데려간 식당의 점심 메뉴 가격이 턱 없이 비쌌던 것이다. 샐러드와 오물렛, 빵 정도가 나오는 세트 메뉴가 무려 90디람이었고 오물렛을 따로 시켜도 45디람이었다. 다른 테이블이 시켜 나온 오물렛 상태도 계란 3개 정도를 익혀온 정도에 불과해서 어제 20디람짜리 생선 튀김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던 우리는 선뜻 주문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결국 저녁을 맛있게 먹기로 하고 밖에 나가 다른 식당이나 간단한 요기꺼리를 찾는데 마침 감자와 토마토가 있었다. 감자를 삶아서 내일 점심 때 먹기로 작정하고 1.5kg정도 산 토마토를 씻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감자 5 디람/kg, 토마토 6 디람/kg). 관광지였지만 이런류의 음식을 따로 사러 오는 관광객이 없어서 그런지 가격도 제법 저렴해서 사 먹을 만 했고, 토마토는 3-4개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달고 맛이 좋았다. 사막의 태양빛을 열심히 받고 익어, 맛있어 진 것 일지도 모르겠다.

 

 

식사 후 한참을 늘어져 있던 운전기사가 다음으로 우리를 데려간 것은 30km정도 떨어져 있던 모로코의 할리우드라는 오아르자자테(Ouarzazate)였다. 하지만 그다지 당기는 곳이 아니어서 박물관 구경하러 들어간 사람들을 뒤로 하고 박물관 옆 카페에 앉아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잠시 더위를 식히려 했으나 간간이 불어 오는 뜨거운 바람으로 인해 여전히 더웠다. 우리가 믿을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 호텔에서 얼려온 물 2통 뿐이었다.

 

 

다른 사람 기다리는 동안 그늘에 숨어 사진을..

 

 

 

 

그나마 우리 차 여행자들의 빠른 구경 덕분에 다시 차에 올라 다시 한 동안을 달렸다. 그러다 중간에 잠시 선 이곳은 왜 선 것인지, 도대체 뭘 보라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냥 간만에 보인 푸르름에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차로 철수.

로즈 밸리(rose valley)에 간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더니, 막상 도착한 곳은 화장품 제조 공장이 조그만하게 옆에 딸린 화장품 가게였다. 밸리 비슷한 것이라도 구경시켜 주고 데려갔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상황이 너무 어이 없어 공장 구경 생각도 하지 않은 체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렇게만 투어가 끝났으면 오늘 하루는 정말 별 볼 없었겠지만 그 다음에 들린 보우말네 다데스(Boumalne Dades)라를 절벽의 암석 지형이 제법 볼 만했다. 박물관 이후로 우리 옆에 앉아 같이 다닌 여행사 사장 사위는 우리에게 이 곳 이름의 뜻이 원숭이 손가락이라고 불어와 잘 안 되는 영어 그리고 손짓을 섞어서 알려주었는데 듣고 보니 각종 암석이나 바위의 모양이 원숭이 손가락과 제법 비슷하게 생겼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그리고 아이슬란드 전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절벽과 바위를 봤지만 이 곳은 그 동안 봤던 것과는 달리 좀 특이해서 시선이 갔다.

 

 

 

이 곳을 보고 나니 이미 시간은 7시에 가까워졌고 근처에 있던 호텔 숙소에 도착해 일단 방을 잡고 씻었다.


호텔은 발코니와 제법 괜찮은 시설의 방이 있었고 무엇보다 wifi(모로코에서는 위피라고 부름)가 터지는 곳이라 오랜만에 블로그를 올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후 저녁에 기대도 안 했던 맥주를 30디람에 팔길래 하루 종일 벼르고 별렀던 게 생각이 나서 한 병 마셨는데 정말 말도 안되게 병이 작았다. 230cc!!!!!!!

 

 

 

그냥 한 모금에 다 마실 수 있었지만 아까워서 홀짝 거리며 아껴 먹었고 그 이후에 나온 스프, 꾸스꾸스(야채와 쌀을 넣은 찜요리), 닭요리가 제법 맛있어서 하루 종일 살짝씩 쌓였던 불만이 좀 사그라졌다. 오늘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과 둘러 앉아 잠깐 이야기를 하다가 내려와 블로그를 좀 더 정리했다.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잘 마신 얼음물을 좀 더 구해놔야 할 것 같아서 여러 종업원들에게 부탁해서 좀 비싸지만 물을 사서 얼려 달라고 부탁해 두었다(1.5L 10디람).

내일은 저녁 때 드디어 낙타 사막 사파리가 있는 날이라 조금 기대가 된다. 오늘 모로코를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계속 구경해 보니 확실히 아프리카가 맞다는 느낌이 든다. 흑인이 대부분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방에 물 보기가 힘들고 대부분의 땅이 바짝 말라 있으며 푸른 나무가 거의 보이지를 않았다. 특히나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오고 난 이후에는 녹색이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 황토빛의 흙먼지 날리는 벌판 뿐이라 황량한 느낌이 정말 강하다. 비로소 새로운 대륙에 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