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베트남]

[D+3/2013.12.20/나짱/베트남] 먹을 것 없는 잔치

빈둥멀뚱 2013. 12. 20. 23:49

 

무이네행 7시 버스를 타기 위해 6시부터 일어나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호치민을 떠나는데는 전혀 미련이 없었다. 언제나 여행의 첫 도시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어려운 듯하다.

어제 아침에 먹은 어머님 가게에서 다시 한번 맛 좋은 치킨반미(15000vnd)를 사먹고  부지런히 무이네(Mui Ne)행 버스에 올랐다. 7시 출발했지만 도로를 가득 매운 오토바이에 속도는 날 줄 몰랐고 안그래도 오래된 현대 버스는 빈 도로에서도 50km이상은 달리지 못하는 느낌 이었다.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휴게소에서 참고 있던 커피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달달한 블랙 커피(15000vnd)는 달아서 넘기기 힘든 정도였지만 얼음을 살살 녹여 먹으니 나름 맛 좋았다.

휴게소에서 내려본 내 발은 내가 얼마나 꿀돼지가 되어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다. 발가락 하나하나에 두둑히 들어선 살

7시에 출발한 버스는 무이네에 결국 1시반을 조금 넘어 도착했지만, 차에서 본 무이네는 전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가득 들어찬 리조트와 흙빛 바다… 다시 말해 비싸기만 한 숙소와 끌리지 않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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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반 이상을 버스를 타고 왔지만 전혀 머무르고 싶지 않은 곳이었고 바로 다시 나짱행 버스 티켓(129000vnd)을 샀다. 15분 있으면 출발 이라는 여행사 누나의 말을 뒤로 하고 바로 옆에 가서 허겁지겁 굶주린 배를 소고기 들어간 쌀국수(35000vnd)로 때웠다.  호치민에서 매연과 경적 소리에 지쳐 조용히 쉴 곳을 찾아 왔지만 겉보기에 무이네는 그런 곳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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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다시 시작된 버스 여행 이미 오전에 잠이란 잠은 다 잔 이후라 더 이상 잠도 오지 않았고  얼굴은 기름범벅이 되어갔으며 예전 인도에서 27시간 연속으로 버스를 탔던 때가 떠올랐다(아마다바드에서 고아까지 한번에 가는 좌석버스였는데 24시간 걸린다고 했었지만 실제로는 27시간이 걸림, 그동안의 배낭여행 이동중에 가장 끔찍했던 기억). 하지만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좋았다. 허튼소리를 하며 웃고 기대자 시간은 의외로 빨리 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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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에서 올라탄 유럽가족의 파란 눈의 작은 아이도 계속된 이동에 지쳐 자주 울었고 엄마 품, 아빠 품을 번갈아 가며 시끄러운 버스소리와 진동을 참아 내고 있었다. 우리네에게는 찾아보기 힘들 작은 아이 둘과 함께 여행하는 부부.. 본인들에게는 매우 고생스럽겠지만, 참으로 좋아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시간이 지날 수록 변하는 건 창 밖의 풍경이었고 그나마도 어두워짐에 따라 조금씩 묻혀갔다. 어디쯤 일까란 생각을 반복하던 찰라 익숙한 풍경이 점점 눈에 들어 왔고, 드디어 그리던 나짱에 7시반쯤 도착했다. 버스를 탄지 12시간 반만이었다. 예전에 묵었던 4달러 도미토리를 찾으러 기억을 되살려 찾아 갔지만, 나짱은 4년전에 비해 많이 변해 있었고 그 예전 숙소도 없었다. 한 두 군데를 찾다 우연히 들어간 호텔은 2층 발코니가 달린 방에 뜨거운 물, 냉장고, 선풍기, 에어콘, 와이파이, 티비를 모두 갖춘 정말 내가 지금까지 지냈던 숙소 중에 가장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한번도 내 본적 없는 12달러 라는 거금을 불렀고, 사실 지금까지 숙소에 비해 비쌌지만 가격대비는 매우 훌륭한 곳이었다. 숙소에서 와이파이를 쓰는 기분도 한번쯤 느껴보고 싶기도…

우연히 들어간 com(밥) 집도 매우 저렴한 맛집(25000vnd)이라 만족도는 매우 높아졌다. 하루 종일 고생한 만큼 숙소나 음식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이제 편안한 휴식만이..